[마감 후] 죄 없이 몰락한 혁신

입력 2023-06-19 06:00 수정 2023-06-19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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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을 푸는 데 무려 4년이 걸렸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전 쏘카 대표에게 법원이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박재욱 전 VCNC 대표, 쏘카 법인, VCNC 법인 역시 죄가 없다고 봤다. 이 전 대표는 담담하고, 씁쓸하게 "혁신은 죄가 없다"고 했다.

타다 운영사 VCNC는 2018년 운전자가 있는 11인승 승합차를 이용자에게 빌려주는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선보였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중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의 승합차를 빌려줄 경우 운전자 알선이 가능하다는 점을 근거로 한 서비스였다. 택시 전반의 불친절 등 불만이 컸던 시장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러나 택시 기사의 분신 등 기존 업계의 반발은 극렬했다. 눈치를 보던 국회는 타다 방식의 영업을 금지하는 내용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VCNC 대표와 모회사 쏘카 대표는 불구속 기소됐다. 타다는 '불법 콜택시' 오명을 썼다. 숨통이 조여진 타다 서비스는 중단됐다. 법원의 이번 판단으로 타다에 죄가 없음이 확인됐지만 타다 금지법 시행으로 인해 타다 베이직 서비스는 부활이 불가능하게 됐다.

이번 판결 이후 더불어민주당 안에선 파열음이 터졌다. '시대 변화의 흐름을 정치가 따라가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당시 입법을 주도했던 편에서 격한 반발이 나왔다. 타다 금지법 발의를 이끌었던 박홍근 전 원내대표는 난데없이 등장한 아군의 반성문에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문재인 정부와 국회의 노력을 일거에 폄훼하고, 새로운 산업의 발목이나 잡는 집단으로 매도한 행위"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정치 논리가 결합된 시대착오적 법안에 산업 혁신의 싹이 잘리고, 소비자의 후생은 뒷전이 됐는데도 당시 사태 해결 과정을 '사회적 대타협'으로 언급했다. 무엇이, 또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대타협인가. 특히 "타다의 시장 철수는 안타깝지만 정부와 국회가 공정한 혁신을 촉진하도록 앞문은 활짝 열어주고 형평성 논란이 컸던 뒷문은 엄격히 정비"했다는 주장은 억설(臆說)로 보인다. 이재웅 대표가 박 의원을 향해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고 날 선 반응을 보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현재 타다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핵심 서비스가 멈춰선 뒤 경영 악화를 피하지 못했고, 다른 플랫폼과 합병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하나의 혁신 서비스가 무너지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렀음에도 비슷한 상황은 여전히 벌어진다. 원격의료 플랫폼 닥터나우,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로앤컴퍼니), 세금 환급 서비스 삼쩜삼(자비스앤빌런즈) 등이 타다와 비슷한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로톡은 불법이라는 판단이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음에도 전통업계와 10년 가까이 '불법 논란'을 겪고 있다. 법무부는 로톡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변호사들을 징계한 대한변호사협회의 처분이 정당했는지 내달 심의할 계획이다. 로톡의 존폐는 여기서 갈릴 전망이다.

혁신을 바라보는 21세기 우리 정치권과 정부의 시선은 150여 년 전 영국의 정책 기조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영국은 증기 자동차 실용화에 가장 먼저 성공하고도 기존의 마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차를 말보다 느리게 달리도록 규제하는 내용 등이 담긴 붉은깃발 규제를 만들었다. 이는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독일과 미국이 가져간 이유로 꼽힌다.

산업의 혁신과 진화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신구 갈등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핵심은 정부와 국회가 중재 지점을 찾아 충돌의 여파를 최소화 하는 것이다. 혁신이 나아가게 하되 혁신으로 인한 그늘을 함께 봐야 한다. 이 과정이 우리 국가의 경쟁력이자 국가 수준이 될 것이다. 표심과 눈치보기에 급급한 구시대적 정책으로 어느 한 쪽만 병들게 해선 안 된다. 부작용은 온전히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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