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기업승계 부담 완화 등을 포함한 조세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2일 발표한 ‘2023년 조세제도 개선과제 건의서’를 통해 “글로벌 스탠다드를 벗어난 높은 상속세율과 유산세 방식으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세대교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업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업 세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의는 매년 정부와 국회의 세법 개정에 앞서 기업 의견을 수렴해 건의하고 있다. 올해 건의문에는 △상속세율 인하 및 과세체계 개편 △글로벌 최저한세 관련 기업 우려 사항 해소 △지역균형발전 위한 조세정책 마련 등 조세제도 개선과제 137건을 담았다.
먼저 상의는 OECD 주요국 사례에 비추어 상속세율을 낮추고 과세체계를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선해 줄 것을 건의했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인데 대기업은 최대주주 보유주식 상속 시 평가액의 20%를 할증 과세해 60%를 적용함에 따라 OECD 38개국 중 상속세 부담이 가장 크다.
상속재산 전체를 과세 대상으로 하는 유산세 방식을 채택해 실제 상속재산 대비 과도한 세금을 내야 하는 문제도 있다. OECD 38개국 가운데 상속세를 과세하는 24개국 중 20개국은 개인별 취득재산을 기초로 하는 유산취득세를 따르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4개국만 상속재산 전체를 과세대상으로 하는 유산세 방식을 취한다. 다만 우리나라를 제외한 유산세 방식의 국가들은 기초공제액이 크거나(미국 1,292만 달러) 단일세율이거나(영국 40%) 세율이 낮아(덴마크 15%) 유산세의 부작용을 상쇄하고 있다.
상의는 60%에 달하는 상속세율이 적용되는 기업의 경우 경영권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기업 지분을 100% 보유한 창업 1세가 2세에게 기업을 승계하면 2세의 지분은 40%만 남게 되고 3세까지 승계하면 지분율이 16%로 줄어든다.
상의는 과거와 다르게 모든 세원이 투명한 지금 시대에 높은 상속세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기업 경영권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대상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운영 중이고 지난해 일부 개선되었으나 적용 대상이 중소기업과 매출 5000억 원 미만 중견기업에 한정되어 있어 활용도는 낮은 실정이라고도 주장했다.
상의는 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상속세 부담도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상속세 최고세율 50%가 적용되는 기준금액은 30억 원으로 2000년 이후 그대로 유지됐지만, 2000년 이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9배로 증가하고 자산 가격도 급증해 상속세는 사실상 증세 효과를 가져왔다.
상의는 “과중한 상속세는 소득재분배 효과보다 기업 투자와 개인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상속세율을 OECD 주요국 수준으로 낮추고 과세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원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정부가 지난해 해외 자회사 배당 이중과세 문제 등 외국기업에 비해 불리한 세제를 개선하면서 올해부터 해외 유보소득의 국내 유입이 확대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경제성장의 원천인 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세제 혁신 노력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