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사업하기 힘들다”...유럽 기업들, 중국 시장 신뢰도 바닥

입력 2023-06-2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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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응답자 3분의 2 “중국서 사업하기 어려워져”
중국 경기 둔화가 주요인...방첩법 등 규제 모호성도 우려

▲중국 톈진의 한 항구에서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들어올리고 있다. 톈진(중국)/AP뉴시스
▲중국 톈진의 한 항구에서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들어올리고 있다. 톈진(중국)/AP뉴시스

유럽 기업들 사이에서 중국에 대한 신뢰도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정치적·외교적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중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가 지난 2~3월 중국에 진출한 약 1700개 회원사 중 57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분의 2가 지난해보다 중국에서 사업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이는 전년 대비 4%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상공회의소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에 대해 WSJ은 “중국과 최대교역상대국인 유럽과 관계가 악화하면서 중국 내 글로벌 기업의 신뢰도가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중국 국경 밖으로 투자처를 이동했거나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11%였고, 중국 밖으로 옮기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답한 비율은 7%였다.

옌스 에스케룬드 중국 주재 EU 상공회의소 소장은 “유럽기업들이 대거 탈출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들의 신뢰도 하락은 중국 내 이해관계자들은 지금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걱정해야하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중국에 진출한 유럽 기업들이 꼽은 가장 큰 복병은 중국 경기 둔화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6%가 글로벌 경기 침체, 미·중 무역 긴장과 함께 중국의 경기 둔화를 3대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반면 미국 기업들이 가장 걱정하는 요인으로 미·중 갈등을 꼽았다.

중국 경제가 기대와 달리 더딘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경제지표는 지난 4월부터 경기 둔화를 시사하고 있다. 실제로 5월 소매판매는 크게 둔화했고, 4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20.4%까지 올라 당국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중국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자 중국 지도부는 외국인 투자를 장려하는 분위기를 조정하고 있지만, 유럽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규제의 모호성과 불확실성도 유럽 기업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요소로 꼽힌다. 중국은 내달부터 반(反)간첩법(방첩법) 을 시행하는데, 법이 모호하고 포괄적으로 개정돼 자칫 기업들의 일상적인 비즈니스 활동이 간첩 행위로 잘못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은 지난 4월 간첩 행위의 범위를 대폭 확대한 방첩법을 개정, 7월부터 시행한다. 이번 개정으로 처벌 대상 기밀 유출 범위에 ‘기타 국가 안보와 이익에 관련된 문건, 데이터, 자료, 물품’을 포함해 법적으로는 ‘비밀’로 분류되지 않은 자료를 유출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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