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對中 경상수지 21년 만에 적자, 세계로 눈 돌려야

입력 2023-06-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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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국 경상수지가 2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2022년 지역별 국제수지 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 대한 경상수지는 77억8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대중국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인 것은 2001년(7억6000만 달러 적자)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대중국 무역수지는 흑자다. 하지만 흑자 폭은 12억1000만 달러에 그쳤다. 1994년(7억4000만 달러) 이래 최저치다. 더욱이 올해 들어 5월까지 대중국 무역수지는 연속 적자행진을 하고 있다. 적자 폭도 커지는 양상이다. 올해 이후 대중국 교역에서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는 뜻이다.

한국과 중국의 교역은 30여 년 동안 효자 노릇을 해왔다. 세계 경제가 설혹 어려워도 우리나라는 중국 바람에 기대 국부를 키우고 일자리를 유지했다. 그 좋은 시절은 이제 명백히 끝나가고 있다. 한은의 어제 발표가 생살에 못을 박듯이 뼈아프게 환기하는 사실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동북아 성공 방정식의 뼈대는 한·중·일 3국을 잇는 분업구조였다. 한국은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해 중간재를 만들어 중국에 수출했고, 중국은 완제품을 생산해 미국 등에 수출하는 ‘세계의 공장’ 구실을 했다. 3국이 이 구조를 통해 모두 득을 봤지만, 특히 한국은 매년 막대한 규모의 대중국 경상수지와 무역수지 흑자라는 고수익을 챙겼다. 2013년엔 흑자 규모가 각각 560억1000만 달러(경상수지)와 628억2000만 달러(무역수지)까지 치솟으며 정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한다)’이란 인식이 퍼진 이유다.

영원히 계속되는 파티는 없다. 경중(經中) 파티도 마찬가지다. 분업구조가 뒤틀린 것이 결정적이다. 중국 산업구조가 고도화하면서 중간재 자급률이 높아졌다. 나아가 가전, 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 분야에서도 강력한 도전자가 돼 가고 있다. 무역협회 분석 결과 2011~2018년 미국 시장에서 한중 양국 수출품의 경합도 지수는 0.248에서 0.303으로 상승했다고 한다. 현시점의 경합도는 훨씬 높을 것이다. 이 지수는 1에 다가갈수록 경쟁이 치열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중국을 경쟁상대로 다시 봐야 한다.

경중 파티는 쉽게 돈을 벌 기회가 되기도 했지만, 그림자 또한 여간 짙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가 중국 경제에 예속되는 부작용을 낳은 것이 컸다. 중국 의존도가 과도하게 커지면서 외교·안보 차원의 부작용도 파생됐다. 한한령(限韓令)이 좋은 예다. 경중 파티의 종료는 분명히 위기지만 이는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세계로 나갈 길을 신속히, 체계적으로 찾을 일이다.

가장 급한 것은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분야의 초격차도 빈틈없이 추진하는 일이다. 그래야 중국의 맹추격을 따돌릴 수 있다. 중국에 편중된 원자재 수입의 다변화 역시 잊어서는 안 될 국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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