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 음극재까지 ‘쾌속질주’…“구지 3공장…글로벌 기회 활용할 것”

입력 2023-06-23 07:46 수정 2023-06-23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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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니켈 양극재 전문 제조 기업 ‘엘앤에프(L&F)’ 기업탐방
2000년 설립된 범 GS 계열사…배터리, 제2의 반도체 각광
올 3분기 중 구지 3공장 가동 예정…양극재 9만 톤 생산량
배터리 생산 공정, 세로 벨트로 배터리 이동해 효율성 제고
일본 미쯔비시케미컬과 MOU 체결로 음극재 시장 확대해

▲엘앤에프 본사 전경
 (이투데이 정회인 기자)
▲엘앤에프 본사 전경 (이투데이 정회인 기자)

대구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성서산업단지역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엘앤에프로 가실 분은 7번 출구로 나가시길 바란다”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출구를 빠져나와 5분 정도 걷자 익숙한 대형마트 이마트 건너편으로 우뚝 올라 솟은 엘앤에프 로고가 눈에 띈다. 이곳은 올해 3월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핫한 전기차 1위 기업 미국의 테슬라와 약 3조8000억 원 규모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은 엘앤에프 본사다.

지난 13일 오후 하이니켈 양극재 전문 제조 기업 엘앤에프(L&F)를 찾았다. 엘앤에프 본사는 지난해 3월 이곡동 대구공장을 떠나 이곳 성서산업단지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했다. 지상 7층 규모의 건물에는 경영기획, 전략기획, 재경 부문 등 부서가 모여있고, 영업팀, 정보보안팀 등은 본사로부터 200m가량 떨어진 또 다른 건물에 자리 잡고 있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최근 사세가 워낙 빠르게 성장하다 보니 사내 공간이 부족해서 떨어져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엘앤에프 구지 1공장
 (이투데이 정회인 기자)
▲엘앤에프 구지 1공장 (이투데이 정회인 기자)

2000년 설립된 엘앤에프는 범 GS 계열사인 새로닉스가 액정표시장치(LCD) TV용 소재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출발했다. ‘L&F’라는 사명 역시 사업 초기 LCD 디스플레이 생산 업체로서 ‘빛과 미래(Light&Future)’라는 의미가 담겼다. 그러나 엘앤에프가 빛을 보기 시작한 건 전기차 배터리가 반도체를 잇는 제2의 성장산업으로 발돋움하면서다. 2020년 LG에너지솔루션과 1조 원 규모 배터리 양극재 공급 계약 체결을 시작으로 다음 해 SK온, 삼성SDI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올해는 전기차 기업 테슬라와 하이니켈 양극재 직거래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부터 2025년 말까지 약 2년 동안 29억 달러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를 공급한다. 계약금액은 약 29억 달러(한화 약 3조8347억 원)로 지난해 엘앤에프의 연간 매출액 3조8838억 원과 맞먹는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계약에 대해 “하이니켈 양극재 약 7만7000t 규모(연평균 약 4만t)로 전기차 배터리 78만3000대에 탑재할 수 있는 물량”이라고 평가했다.

본사에서 차를 타고 1시간쯤 이동해 대구 달성군 구지면 국가산업단지에 다다랐다. 이곳에는 엘앤에프 구지 1공장, 2공장 A·B동, 빠르면 3분기 내 가동 예정인 구지3공장이 모여있다. 현재 엘앤에프 구지 1공장과 2공장의 생산량은 각각 연간 4만 톤, 7만 톤 수준이다. 여기에 9만 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구지 3공장이 3분기 중 가동되면서 양극재 생산량은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엘앤에프 원재료
 (이투데이 정회인 기자)
▲엘앤에프 원재료 (이투데이 정회인 기자)
▲엘앤에프 구지 2공장 물류창고
 (이투데이 정회인 기자)
▲엘앤에프 구지 2공장 물류창고 (이투데이 정회인 기자)

이날도 엘앤에프 구지공장은 최근 잇따른 공급계약으로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구지2공장 A동과 B동 사이에는 양극재 제조의 각종 원재료가 담긴 포대가 늘어서 있었다. 하얀색 안전모를 쓴 작업자들은 쉴 새 없이 지게차에 포대를 실어 나르기를 반복했다. 1공장과 2공장 내부는 비공개로 볼 수 없었지만,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3공장 현장을 방문해 공장 내부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구지3공장 내부 중앙에는 아파트 10층 높이의(약 30m) 육중한 필로티 기둥이 여럿 세워져 있었다. 이는 배터리 생산 공정에서 원통형 배터리가 중력에 따라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면서 이동할 수 있는 생산 벨트다. 가로 형태인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과 다르게 원통형 배터리가 세로 벨트를 타고 이동하는 생산공정은 엘앤에프만의 기술이다. 원통형 캔을 담은 벨트가 가로 대신 세로로 이동하면 더 빠른 속도가 발생하면서 작업 효율을 향상해 생산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

엘앤에프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8838억 원, 2662억 원을 기록했다. 2020년에는 매출액 3561억 원, 영업이익 15억 원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약 2년 만에 대폭 증가한 셈이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확대하면서 배터리 소재 기업들도 탄력을 받고 질주하는 모습이다. 엘앤에프는 그중에서도 독보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엘앤에프의 영업이익은 2021년 대비 6배가량 뛰어오르며 2~3.5배 증가율을 보인 LG화학,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등을 크게 앞질렀다.

▲공사 중인 엘앤에프 구지 3공장 전경
 (이투데이 정회인 기자)
▲공사 중인 엘앤에프 구지 3공장 전경 (이투데이 정회인 기자)
양극재 전문 기업 엘앤에프는 올해 음극재 사업에도 진출한다. 엘앤에프는 23일 글로벌 화학사인 미쯔비시케미컬 그룹과 전기차용 음극재 공급망 강화를 목적으로 ‘차세대 음극재 사업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양극재 시장에서는 선도 중이나, 음극재 국산화율은 여전히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엘앤에프는 미쯔비시그룹이 보유한 음극재 기술을 활용해 기존 천연 흑연의 단점으로 여겨지던 짧은 배터리 충·방전 사이클을 극복하고,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들어 엘앤에프는 국내외 기업들과 활발히 협력 관계를 맺으며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해오고 있다. 지난 3월 테슬라에 이어 이달 초에는 LS와 전구체 사업 합작회사(JV)인 ‘엘에스-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가칭)을 설립하기로 했다. 양사는 전북 새만금산업단지를 거점으로 연내 전구체 공장을 착공해 2025년부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는 “IRA법안 발표 이후 자동차 생산사와 배터리 셀 업체들이 법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재를 조달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라면서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해 엘앤에프가 가진 기술력과 제조 공정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소재 기업’으로 시장을 선도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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