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만 한 월급으론 내 집 마련은커녕 결혼도 힘들잖아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투자)’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붙잡기 위해 주식에 뛰어들었다가 쪽박찬 친구들도 허다합니다. 저 역시 갑자기 치솟은 금리에 이자로만 월급의 반이 나가는데 저축은 꿈도 못 꿔요. 줄줄이 오르는 월세, 공과금, 식비까지 숨이 턱 막힐 지경입니다. ‘헬조선’ 청년의 아픈 현실이죠.”
역대 정권 최초로 ‘청년정책’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청년금융정책이 자산 형성 마련 상품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출발자산 형성 및 재기 지원의 취지는 좋지만 여러 금융기관에 돈을 빌리고 급전을 땡겨 쓰며 이자 갚기에도 급급한 2030세대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는 비판이다. 청년 일자리가 1년 만에 10만 명 가까이 주는 등 양질의 일자리는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가운데 실질적인 지원책이 보완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5일 금융위원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청년층을 위한 금융 공약으로 자산형성을 위해 청년도약계좌 및 청년형 소득공제 장기펀드 출시, 저소득 청년의 자립 지원을 위한 청년내일저축계좌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들의 부채 부담 경감을 위해서는 기존 저소득 청년·대학생의 긴급한 자금수요에 대해 최대 1200만원까지 저금리(3.6%~4.5%)로 대출 공급하는 햇살론유스와 채무조정 특례 제공 등을 지속 지원하는 것이 전부다.
문제는 당장 목돈 마련은 커녕 치솟는 이자 갚기도 버거운 청년층이 다수라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취업자는 400만5000명으로 전년 5월(410만4000명)보다 9만9000명 줄면서 7개월 연속 쪼그라들었다. 특히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이라고 답한 20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만6000명(11.1%) 증가했다.
취업 의사가 있었던 20대 비경제활동인구를 대상으로 최근 구직을 하지 않았던 이유를 물었을 때, 가장 많은 답변은 ‘원하는 임금 수준이나 근로 조건이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17만3000명)였다.
정부의 정책 지원에도 빈곤층이라고 느끼는 청년들이 여전히 많은 것이 현실이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청년 빈곤 실태와 자립안전망 체계 구축 방안 연구Ⅱ’에 따르면 전국 만 19~34세 청년 40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청년 3명 중 1명은 자신을 교육이나 주거환경 등에서 ‘빈곤층’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27.8%가 자신을 교육빈곤층으로, 31.3%가 주거빈곤층이라 답했다.
김형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들의 삶의 전반적인 분야에서 다양한 결핍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청년의 삶의 다차원적 측면을 고려한 정책지원의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