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불공정거래 전쟁’…부당이득 산정 강화 자본법 개정 ‘좌초’ 위기

입력 2023-06-2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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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0일 법제사법위원회, 자본시장법 개정안 상정됐으나 계류
부당이득 산정 및 제3자 개입 관련 검사입증책임 놓고 ‘첨예’
법사위 수석전문위원 “피고인 소명, 부당한 측면 있어 검토해야”
금융위 “주가조작 사건 특이성 고려, 피고인이 소명해야”

수사당국과 금융당국이 불공정거래 전쟁을 선포했지만 처벌 요건을 강화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정작 좌초 위기에 놓여 있다. 검찰총장이 사상 처음으로 한국거래소를 방문할 만큼 불공정거래 척결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처벌 수위는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25일 국회, 금융당국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달 29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하 자본시장법)’ 쟁점 사안을 논의한다. 정성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제출한 체계자구검토보고서(이하 검토보고서)를 바탕으로 한다.

가장 첨예한 부분은 ‘위반행위로 얻은 이득액 산정 방식’과 ‘제3자 개입에 대한 입증 책임’이다. 두 항목은 피의자의 금전적 처벌 수위를 판가름할 결정적 기준이다. 과징금 규모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득액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해 위반행위로 얻은 이득액 산정 방식을 ‘거래로 인한 총수입-거래를 위한 총비용’으로 규정했다. 여기서 피고인이 제3자 개입 등 별도의 사정을 소명하는 경우에만 이 부분도 반영하기로 했다.

검토보고서에서는 먼저 위반행위 이득 산정 방식을 ‘거래로 인한 총수입-거래를 위한 총비용’으로 규정한 부분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피고인이 100만 원의 총수입을 얻고, 이 과정에서 20만 원의 비용이 발생했다면 이득액을 수입에서 비용의 차액인 80만 원으로 보는 것이다.

지적사항은 이러한 산정 방식이 기존 대법원 판례와 어긋난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는 ‘제3자 개입 등 별도의 사정’도 산식에 반영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제3자 개입으로 오히려 주가가 하락한 경우는 하락분만큼을 실제 이득액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위 사례를 빗대어 봤을 때 피고인 이외에 제3자 개입으로 주가가 10만 원이 떨어졌다면, 위반행위 이득액이 80만 원이 아닌 70만 원이 되는 셈이다.

여기서 두 번째 쟁점 사안도 이어진다. 검토보고서에서는 ‘제3자 개입’과 관련한 입증책임을 검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서 규정한 ‘피고인 소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당초 ‘피고인 입증’이었으나 정무위원회에서 ‘소명’으로 변경했다.

검토보고서는 제3자 개입 여부를 검사가 입증하지 않으면 사실상 입증책임 전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정 수석전문위원은 “피고인으로서는 자신과 무관한 제3자가 야기한 요인에 의해 더 무겁게 처벌받게 됨으로써 자기책임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면서 “증명책임의 전환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제3자 개입에 대한 가격변동분을 소명하는 구조는 검사가 구성요건에 대한 입증책임을 지는 형사시스템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금융위는 주가조작 사건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에 주가조작을 빙자한 라덕연 사기사건을 보면 기존 자본시장감시망을 교묘하게 피하면서 범죄를 저질렀다. 일반 투자자는 물론, 금융당국도 사전에 감지하지 못 할 방식으로 주식을 거래하면서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가조작이란 사건의 특성상 이득액 산정을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반영하는 것으로 하고, 제3자 개입에 대한 변동을 피의자가 소명해야 부당이득 산정이 제대로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렸다. 제3자 개입에 대한 부분도 새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현재 대법원 판례 등을 고려했을 때 자본시장법상 개정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3자 개입의 경우에도 불법이익이 명확하다면 그에 대해 환수가 돼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입증이 어렵다고 해서 그 제도를 시행 안 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제3자 개입으로 별도 비용이 발생한 것을 감안하는 게 합리적 판단일 것”이라며 “다만 이득이 생긴 부분에 대해 입증이 쉽지 않아 그 부분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 판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헌재(헌법재판소)가 단순 차액 방식은 위헌이라고 판단 내린 게 있어서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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