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자] 킬러 수능, 좋은 직업, 나쁜 노동

입력 2023-06-26 05:00 수정 2023-06-2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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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논란의 중심에 대학입시가 등장했다. 대학입시 시험인 수능을 불과 몇 달 앞두고 혼란을 주고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패턴도 비슷하다. 본인이거나 자녀, 친척 등 연관되지 않는 사람이 없을 만큼 모든 국민이 경험하는 대학입시 이슈는 정치인들에게는 이목을 집중시키는 좋은 먹잇감이다. 대통령도 가세하여 ‘킬러 문항’ 배제를 지시했다.

대학입시 문제는 수십 년째 논란이 되는 사회적 병리현상이다. 한 해는 수능이 너무 쉬워 ‘물수능’이다, 그러면 다음해는 너무 어려워 ‘불수능’이다 하는 냉온탕을 반복하고 있다. 이렇게 되고 있는 것은 수능이라는 것 자체가 점수가 골고루 분포되도록 ‘변별력’을 가리는 상대평가이기 때문이다. 이 ‘변별력’을 중심점에 두고 학교 수업에 기울어지면 변별력이 없다고 하고, 변별력에 기울어지면 학원 사교육이 득세한다는 시소게임을 하고 있다.

‘수능 성적=좋은 직업’ 구조 깨야

문제는 수능이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절대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인원이 정해진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들어갈 수 있는 학생들을 줄세우는 시험이라는 것이다. 교육은 뒷전이고 줄이 얼마나 ‘이상적’인가를 두고 공정, 사회 정의를 논한다. 왜 우리 사회는 이런 ‘줄세우기’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정원이 정해진 의사 등 ‘좋은 직업’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수능은 좋은 대학, 좋은 학과, 좋은 직업에 내가 평생 종사할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일생일대의 관문이다. 이 관문에서 킬러 문항에 죽으면 ‘나쁜 노동’에 종사하는 이류인생이 결정된다. 나쁜 노동을 하지 않기 위해 인원이 정해진 직업을 갖기 위한 경쟁을 하는 곳이 학교이고, 교육이 되었다. 그리고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소수의 승자와 나쁜 노동을 해야 하는 다수의 패자가 갈리는 점이 수능이다. 킬러 문항이 있든 없든 줄세우기는 계속되고, 좋은 직업을 위한 각자도생의 경쟁은 변함이 없다.

이제 나만은 좋은 직업을 갖겠다는 욕망, 그 이외에는 인격이고 뭐고 필요없다는 사회적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 소수의 좋은 직업이 무한 특권을 누리는 사회가 아니라 다수의 사람들이 나쁜 노동이 아닌 ‘좋은 노동’에 종사하는 사회를 만드는 꿈을 꿔야 한다. 우리나라 취업 현황을 보면 대략 20%가 전문직, 공무원, 대기업 등 고수익의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고, 80%가 중소기업 등 저임금의 불안정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 관계는 정상적이지 않고 심하게 차별적이고 양극화되어 있다. 이런 사회에서 개인적 해결책이 바로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 위한 각자도생의 시작점인 대학입시, 수능이다. 따라서 ‘킬러’ 수능의 문제는 좋은 노동의 증가로만 풀릴 수 있다.

좋은 노동을 위해서는 좋은 노동 관계가 필수적이다. 우리는 노동의 문제를 기업과 노동자 개별의 문제, 대립의 문제로 취급해 왔다. 결국 기업별 노조 제도에서 원청 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노동 시장이 양분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지켜지지 않고, ‘귀족’ 노동자가 ‘하청’ 노동자를 착취한다.

‘좋은 노동’ 늘릴 때 입시문제 해결돼

일부만이 누리는 좋은 직업, 대다수의 나쁜 노동으로는 사회의 경쟁력이 사라지게 된다. 결국 저성장, 저출산 등 미래의 희망이 줄어들고 있다. 좋은 노동은 사회 발전을 위한 조건이다. 노동 시간 단축으로 고용 확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균등화 등의 연대를 통해 모두가 좋은 노동을 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수능에 대한 관심만큼, 좋은 노동에 대한 관심, 사회적 논의와 협력이 일어나면, ‘킬러’ 수능과 대학 입시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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