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두 채를 빙 둘러 400명 넘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기다린다. 미국에서 상륙한 ‘파이브가이즈’ 버거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에서 파이브가이즈가 운영을 시작한 첫날인 26일 버거를 맛보기 위해 전날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 410여 명의 사람들이 파이브가이즈 옆 러쉬‧올리브영 건물까지 빙 두른 채 가게 오픈을 기다리고 있었다. 매장 오픈이 오전 11시였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다.
파이브가이즈 매장 앞에 늘어진 줄의 가장 선두에 있는 사람은 윤모 씨로 전날 밤 11시부터 기다렸다고 했다. ‘걸어서 음식속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윤 씨는 구독자에게 음식을 가장 먼저 소개하기 위해 1등으로 와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먼저 온 23살 대학생 김모 씨 역시 전날 밤 11시부터 가게 오픈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김 씨는 “원래 햄버거를 좋아한다”며 “쉐이크쉑에는 실망을 많이했지만 미국 본연의 맛을 살리겠다고 한 파이브가이즈는 다를 것으로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10시 45분께 대기 줄 가장 마지막에 선 30대 중반 황모 씨와 40대 초반 이모 씨는 회사가 근처에 있어 방문했다고 말했다. 황 씨는 “원래 점심시간 시작시간보다 빨리 나온 것인데도 400명이 기다리고 있다니 놀랍다”며 “시간 내에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날 파이브가이즈에는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방문해 오픈을 축하한다는 환영사를 낭독했다. 오민우 파이브가이즈 대표이사, 이안 로스 맥킨지 파이브가이즈 부사장, 사무엘 허드슨 체임벌린 파이브가이즈 COO와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도 자리에 함께했다.
매장을 여는 11시가 가까워지자 기다리던 이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첫 고객은 파이브가이즈 다이어리, 펜, 티셔츠 등이 담긴 쇼핑백을 선물로 받았다. 이어 선착순 고객 20명에게 비치백 등이 담긴 선물 꾸러미가 제공됐다.
고객들이 매장에 들어서자 음식을 만들던 직원들은 환호와 함께 박수를 쳤다. 파이브가이즈 한국인 직원 50명과 오픈을 돕기 위해 미국에서 온 20명의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몇몇 직원들은 흥에 겨운지 음식을 만들며 춤을 추기도 했다.
매장에 들어서면 무료로 나눠주는 땅콩이 담긴 통이 놓여있다. 왼쪽으로 줄을 서고 오른쪽에는 여럿이 앉을 수 있는 탁자 6개가 놓여있다. 매장에 들어선 고객은 직원의 설명을 듣고 주문을 했다.
미국에서 한국에 온 지 2년 됐다는 22살 데브라 씨는 “미국에 살 때부터 파이브가이즈를 좋아했는데 한국에 와서 먹을 방법이 없어 아쉬웠다. 너무 그리웠는데 한국에 (매장을) 오픈한다는 소식을 듣고 새벽 6시부터 와서 기다렸다”면서 “미국 3대 버거 중 최고는 파이브가이즈”라며 미소 지었다.
정오가 지나면서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가게 문을 나섰다. 파이브가이즈 버거를 먹기 위해 5시간을 기다렸다는 20대 임모 씨와 이모 씨는 “미국에서 먹었을 때보다 간은 확실히 덜했지만 쉐이크 맛은 똑같았다”며 눈을 반짝였다.
또한 “햄버거 리틀 사이즈로 먹어도 양이 많아서 여성들은 배가 많이 부를 것”이라며 “감자튀김도 둘이서 하나를 시켰는데도 양이 매우 많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가격이 비싼 감은 있다. 둘이서 버거 2개, 쉐이크 2개, 감자튀김 하나를 시켰는데 5만5000원가량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오후 2시께 내리기 시작한 폭우에도 불구하고 80명가량의 사람이 줄을 서 입장을 기다렸다. 한화 갤러리아 관계자는 “26일에만 1500명 가까이 되는 사람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대로에 위치한 파이브가이즈 1호점은 두 개 층으로 150명을 수용할 수 있다. 한화그룹 3남 김동선 본부장 주도로 국내에 상륙한 파이브가이즈는 1986년 미국에서 출발한 버거 브랜드로 쉐이크쉑‧인앤아웃과 함께 ‘미국 3대 버거’로 불린다. 현재 23개국에서 18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여섯 번째 진출 국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