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재승인 조작’ 한상혁 첫 재판…“공소제기 자체가 위법”

입력 2023-06-2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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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공소장서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 등 언급
변호인 “공소장 일본주의 등 위반…공소 기각해야”

▲ TV조선 재승인 의혹으로 기소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기일에 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TV조선 재승인 의혹으로 기소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기일에 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TV조선 재승인 과정에서 점수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의 공소제기 자체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태웅 부장판사)는 26일 오전 위계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전 위원장과 당시 공모한 혐의를 받는 5명에 대한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한 시간에 걸쳐 프레젠테이션(PPT) 등을 통해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크게 4가지로 나뉜 공소사실을 밝히며, 한 전 위원장과 일부 피고인이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활동한 이력을 언급했다.

그러자 한 전 위원장 측 변호인은 “과거 행적이나 성향을 나열해 사상 검증과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공소사실에서 직권남용, 위계공무죄 방해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사의 기소 과정에서 범죄사실만을 기재한 공소장을 제출하고, 재판부에 예단을 심어줄 만한 내용을 언급해선 안 된다는 형사소송법상 원칙이다.

또 “애초 검찰은 한 전 위원장이 점수 조작을 지시했을 것이란 예단을 가지고 수사에 임해 그에 부합되는 진술을 받아내려고 다른 피고인에 대해 20여 차례 피의자 심문을 강행했다”며 인권보호수사규칙 위반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검찰은 “범죄의 간접적인 동기를 포함한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공소사실에 등장하는 인물과 관계 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기재는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반될 수 없다는 게 다수 대법원 판례를 통해 확립된 법리”라고 반박했다.

이어 “기소일로부터 2~5개월이 지났음에도 피고 측 변호인들은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을 주장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사실이 없다”며 “본 기일에 이르러서야 해당 주장을 하는 것은 공판 절차 진행을 지연시킬 목적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수사 자료가 2만3000여 페이지에 달해 공판기일을 미뤄달라는 피고인들의 요청에 따라 다음 기일을 8월 25일로 정했다.

한 전 위원장은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변호인들이 이 사건의 수사가 무엇이 문제인지 충분히 얘기했다고 생각한다”며 “저를 비롯해 같이 계신 분들이 무고하다는 것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2020년 3월 11일 TV조선에 비판적 입장을 지닌 특정 시민단체 출신 인사를 심사위원 명단에 포함하고, 같은 해 4월 TV조선 평가점수가 조작된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를 받는다.

재승인 유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방통위 심의·의결 안건을 작성하도록 하고, 방통위가 심사위원들의 평가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허위 보도자료를 작성케 한 혐의도 있다.

앞서 한 전 위원장은 TV조선 재승인 조작 의혹 관련해 면직처분 효력을 멈춰달라고 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지난 2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강동혁 부장판사)는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한 전 위원장이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할 의무를 게을리 하고 직무상 권한과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한 전 위원장은 “재판부가 면직 처분 주체가 된 것과 다름없다”며 즉시 항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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