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으로 간 막장드라마…‘아씨 두리안’·‘디 아이돌’, 시청자 외면 받은 이유 [이슈크래커]

입력 2023-06-27 16:23 수정 2023-06-2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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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TV조선 ‘아씨 두리안’)
▲(출처=TV조선 ‘아씨 두리안’)
기대를 모았던 드라마 ‘아씨 두리안’이 예상외로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4일 첫 방송된 TV조선 주말드라마 ‘아씨 두리안’은 판타지 멜로 드라마로, 단씨 집안의 별장에서 성대한 파티가 열리고 때마침 월식이 진행된 순간 등장한 정체 모를 두 여인과 단씨 일가의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시대를 초월한 운명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박주미, 최명길, 김민준, 한다감, 전노민, 윤해영 등이 출연하는 이 드라마가 화제를 빚은 것은, ‘막장의 대가’ 임성한 작가(필명 피비)의 신작이라는 건데요. 임성한 작가는 ‘인어 아가씨’, ‘하늘이시여’, ‘신기생뎐’, ‘오로라 공주’, ‘결혼작사 이혼작곡’(이하 ‘결사곡’) 시리즈 등 숱한 히트작을 써낸 스타 작가입니다.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는 귀신에 빙의돼서 눈에서 레이저를 쏜다거나, “암세포도 생명”이라고 말하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TV조선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을 쓴 ‘결사곡’ 속 등장인물 서반(문성호 분)은 인간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이라고 작가가 알리면서 황당함을 자아냈죠.

임성한 작가가 파격적인 서사와 인물을 선보여온 만큼, ‘아씨 두리안’도 공개 전부터 이목을 끌었습니다. 특히 방송 전 공개된 예고편에서 장세미(윤해영 분)가 백도이(최명길)에게 “어머님 사랑해요. 며느리로서가 아니라 여자로서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그려지면서 ‘고부간 러브라인’이라는 파격 전개가 펼쳐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렸습니다.

기대 속 ‘아씨 두리안’이 베일을 벗었지만, 첫 주 기록은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1회 시청률이 4.2%로 전작 ‘결사곡’ 시리즈의 최저 시청률(시즌2 1회 4.9%)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한 건데요. 2회는 여기서 더 하락해 3.4%를 써냈죠. ‘결사곡’ 시리즈도 첫 방송부터 단번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진 못했으나, 1회 대비 2회 시청률이 하락하진 않았습니다.

비슷한 시기 방영을 시작한 SBS 금토드라마 ‘악귀’는 2회 만에 시청률 10%를 기록했고, JTBC 주말드라마 ‘킹더랜드’는 1회 5.1%로 시작해 4회에선 9.6%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어 ‘아씨 두리안’의 초반 부진한 성적표가 더욱 눈에 띕니다.

▲(출처=TV조선 ‘아씨 두리안’)
▲(출처=TV조선 ‘아씨 두리안’)
‘아씨 두리안’, 속사포 전개·파격적인 설정…너무 난해했나

시어머니 고희연을 마친 날, 첫째 며느리 장세미는 시어머니 백도이에게 뜬금없는 사랑 고백을 전합니다. 가족들은 아연실색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안아드리고 싶어요. 저도 안기고 싶고”라며 “저 앞으로 어머님만 보고 살 거예요. 돌 거 같고, 가슴 터질 것 같고, 어머님께도 더 못 숨길 거 같고”라고 먹먹한 고백을 이어가죠.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트린 건 며느리의 폭탄 발언뿐만이 아닙니다.

드라마 시작 5분 만에 한복을 입은 인물들이 등장하며 드라마는 돌연 시대극으로 전환되고, 과거의 인물들이 현대로 가는 타임슬립, 환생, 캐릭터의 속마음을 자막으로 표현하는 만화적인 연출까지 등장하면서 그야말로 눈을 뗄 수 없는 장면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주인공 두리안(박주미 분)은 과거의 인물로, 남편이 아닌 돌쇠(김민준 분)와 연정을 이어나갑니다. 그러나 돌쇠는 죽었고, 두리안은 차가운 그의 발에 버선을 신겨주면서 안타까워하죠. 시간이 흘러 두리안의 아들 언(유정호 분)은 소저(이다연 분)를 아내로 맞아 행복한 일상을 꾸려나가지만, 어느 날 돌연사하고 맙니다. 충격과 슬픔을 이기지 못한 소저는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지고, 두리안도 그 뒤를 따르죠. 소복을 입은 두 사람이 눈을 뜬 곳은 현대, 백도이의 둘째 아들 단치감(김민준)·이은성(한다감 분) 부부의 별장이었는데요. 단치감은 돌쇠와 똑같이 생긴 외모로 두리안을 경악게 했습니다. 두리안이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자 단치감은 어리둥절해하고, 두리안은 그를 돌쇠로 확신하며 혼절하죠. 이 과정에서 인물들의 속마음은 자막으로 표현되기도 하며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묘함’의 행진에 시청자들의 호불호는 갈리는 모양샙니다. 우선 등장인물이 너무 많은 데다가 이야기가 시간 순서대로 흐르지 않고, 속마음을 자막으로 표현하는 연출이 웃음을 자아내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나왔죠.

방송 첫 주 시청률도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이젠 막장이 통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는데요. 드라마가 막 시작한 만큼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실로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는 초반 5% 안팎의 낮은 시청률로 시작해도 상승세를 타 15% 이상의 시청률로 마무리된 사례가 있습니다. ‘결사곡2’도 4.9%로 시작했지만, 최종 회차에서는 16.6%를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막을 내렸습니다.

▲(출처=HBO 공식 유튜브 채널)
▲(출처=HBO 공식 유튜브 채널)
또 다른 막장 ‘디 아이돌’, 혹평에 시청률도 하락세…시즌2 제작 여부 불투명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지만, 시청자의 반응이 엇갈린 드라마는 해외에서도 발견됩니다. HBO 시리즈 ‘디 아이돌’은 다음 달 2일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는데요. 평단의 혹평을 시작으로 공개 전부터 뜨거운 감자가 된 이 드라마가 냉랭한 여론을 뒤집고 종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연예 매체 데드라인 등 외신은 ‘디 아이돌’이 다음 달 2일 5회를 끝으로 첫 시즌을 마무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초 6부작으로 알려졌던 드라마는 감독이 교체되면서 5부작으로 바뀐 바 있죠.

‘디 아이돌’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배경으로 팝 아이돌 스타와 문화 산업의 관계를 그린 시리즈입니다. 제작을 맡은 팝스타 위켄드(에이블 테스페이)를 비롯해 배우 조니 뎁의 딸 릴리 로즈 뎁, 호주 싱어송라이터 트로이 시반, 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 등이 출연해 공개 전부터 화제를 빚었습니다. 지난달 프랑스에서 열린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2회차 분량이 최초 공개되기도 했는데요. 상영 이후 5분여 간의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고 전해지면서 기대를 더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시리즈를 먼저 감상한 기자들과 평론가들을 중심으로 혹평이 쏟아졌습니다. 여성 혐오적 묘사, 남성주의적 성적 판타지가 고스란히 재현됐으며 배우들의 연기도 조악하다는 평이 나왔죠. 특히 위켄드의 연기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인데요. 앞서 위켄드는 ‘노래하지 않는 인물 테드로스를 연기하고 있었기에 노래하는 방법을 잊어버렸다’며 콘서트를 중단한 바 있습니다. 콘서트 당시엔 안타까워했던 팬들도 ‘디 아이돌’ 속 어색한 위켄드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황당함을 금치 못하고 있는데요. ‘이런 연기를 해놓고 목소리를 잃어버렸다고 토로한 거냐’ 등의 반응이 온라인상을 가득 채웠습니다.

포브스 등에 따르면 ‘디 아이돌’은 첫 방송에서 91만3000명의 시청자를 동원했는데, 이는 유포리아 시즌1보다 17%가량 낮은 수치입니다. 이후 2회에선 12% 하락한 80만 명을 기록하며 하락세가 시작됐죠. 케이블 채널만 따져본다면 1회 23만2000명이던 시청자 수는 3회에선 무려 42% 하락해 13만5000명의 시청자를 모으면서 굴욕을 맛봤습니다.

시즌2 제작이 방송 2회 만에 취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부진한 시청률과 끊임없이 나오는 혹평에 시즌2 제작이 무산됐다는 주장인데요. 다만 HBO 측은 트위터 등을 통해 “시즌2 제작과 관련해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고 보도 내용을 부인했습니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칸에서 열린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디 아이돌’ 상영회에 참석한 위켄드(에이블 테스페이, 왼쪽부터), 릴리 로즈 뎁, 샘 레빈슨. (AP/뉴시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칸에서 열린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디 아이돌’ 상영회에 참석한 위켄드(에이블 테스페이, 왼쪽부터), 릴리 로즈 뎁, 샘 레빈슨. (AP/뉴시스)
‘디 아이돌’ 초라한 퇴장은 확정…‘아씨 두리안’, 반등할까

‘디 아이돌’ 제작자이자 주연인 위켄드는 언론과 대중의 혹평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예상했다”며 “논쟁의 여지가 있겠지만, 우리가 하려 했던 것을 정확하게 하고 있다. 이 시리즈의 목표 중 하나는 사람들에게 인기와 명성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소신 발언’으로 일컫긴 어려워 보입니다. ‘디 아이돌’은 작품성, 사회적 메시지, 시청률 어느 것도 잡지 못한 채 종영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죠. 시리즈를 연출한 샘 레빈슨 감독의 전작 ‘유포리아’도 10대의 마약, 성, SNS 등 소재를 노골적으로 다뤘지만, 뛰어난 연출과 작품성, 젠데이아를 포함한 배우들의 호연으로 제72회 에미상 드라마 부문에서 오리지널 음악, 메이크업상, 여우주연상 3관왕에 오른 바 있습니다. 미국 TV 드라마 사상 최대 트윗 수를 낳았고, ‘왕좌의 게임’ 뒤를 이어 HBO에서 최다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굳건한 인기를 입증했죠. 굳이 ‘유포리아’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디 아이돌’의 초라한 퇴장은 사실상 확정된 듯합니다.

다만, ‘아씨 두리안’은 이제 2회가 방송된 만큼 향후 전개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26일 방송된 2회에서는 두리안의 아들 언에게 출생의 비밀이 얽혀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고, 시어머니에게 사랑을 고백한 장세미를 두고 단치정(지영산 분)이 “돌아가신 아버지가 큰형수에게 빙의한 것 아니냐”고 의아해하는 장면이 그려지면서 복선을 암시하는 듯했습니다. 시어머니를 사랑하는 며느리, 며느리 몸에 빙의한 시아버지 둘 중 어느 맥락을 택해도 시청자들을 경악게 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각종 콘텐츠의 범람 속 전 세계 시청자들의 수준은 높아졌습니다. 거대한 규모로 월드 투어 공연을 진행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제니가 등장하는 드라마라도, 시대에 뒤떨어지는 서사와 연출엔 곧장 비판이 쏟아졌죠. 창작자들이 시대에 맞는 작품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씨 두리안’이 방송 첫 주 아쉬움을 딛고 반등해 ‘역시 임성한’이라는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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