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든 국민이 1~2살씩 젊어진 대한민국

입력 2023-06-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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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나이 통일법(행정기본법 및 민법 일부 개정법률)’이 오늘 시행에 들어갔다. ‘만 나이’ 셈법으로 나이 세는 방식이 통일된 것이다. 별도의 법률 규정이 없는 한 행정·민사상 나이는 이제 1월 1일이 아니라 생일을 기준으로 따지게 된다.

법제처는 그제 브리핑을 통해 “국제 표준인 만 나이로 통일해 나이 혼용으로 발생했던 사회적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했다. 어제까지 국내에서 쓰인 나이 계산법은 크게 세 가지였다. 이번에 공식적으로 채택된 만 나이는 0세부터 시작해 태어난 이듬해 생일이 돌아와야 한 살이 되는 셈법이다. 국제적으로 폭넓게 통용되는 방식이다.

그간 국내에선 ‘한국식 세는나이’가 더 일반적으로 쓰였다. 태어난 날부터 한 살로 치는 방식이다. ‘연 나이’도 많이 쓰였다. 올해에서 출생연도를 빼는 방식이다. 한국식 세는나이보다 한 살 적게 마련이다. 세 가지 나이 계산법에선 뺐지만, 음력 생일을 기준으로 하는 ‘띠 나이’도 있다.

사정이 이러니 사람은 한 명인데 나이는 2~3개씩 되기 일쑤였다. 외국인은 물론이고 친구, 동료 사이에도 혼란스럽기 이를 데 없었다. 한국식 세는나이는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중국을 비롯한 다른 유교문화권 국가들도 만 나이로 돌아선 지 오래다. 북한도 1980년대 이후 만 나이만 쓰고 있다.

나이 셈법은 사회관습과 문화가 크게 작용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고 인식도 변화했다. 한국리서치가 2021년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식 나이 폐지를 찬성한다는 의견이 71%로, 반대 15%를 압도했다. 법제처의 지난해 조사에선 응답자 6394명 중 86.2%가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되면 일상에서도 만 나이를 사용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번 법 시행은 시대변화를 반영한 자연스러운 결과다. 모든 국민이 1~2살씩 젊어졌으니 나쁜 일도 아니다.

다만, 당분간 혼란과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민법상 공식적으로 만 나이를 쓴 것이 1962년이다. 그럼에도 한국식 나이가 60년 넘게 지배적으로 쓰였다. 이번엔 온 사회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낙관할 일만은 아니다. 법제 변화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인 셈법이 폭넓게 허용된다는 점도 유의할 일이다. 초등학교 입학, 술·담배 구매, 공무원 시험 응시, 병역검사 등에서의 나이는 전과 같이 연 나이가 적용된다. 금융계약인 보험의 경우, 만 나이와는 다른 일명 ‘보험 나이’를 기준으로 삼는 것도 변함이 없다.

연 나이를 적용하는 것이 혼란과 혼선을 줄이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 예외의 필요성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 후속 조치로 연내 통과시키겠다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청소년 기준 등 6개 법안 처리도 속도를 내야 한다. 차제에 청소년, 노인, 촉법소년 연령 기준 등을 시대변화에 맞게 적절히 손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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