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美日…일학개미 ‘뜨거운 투심’ vs 서학개미 ‘헤어질 결심’

입력 2023-06-28 14:37 수정 2023-06-2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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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증시 인기 식자…日 증시 인기 고공행진
서학개미, 차익실현 ‘한창’…테슬라 20억 달러 팔아치워
환차익 노린 일학개미, 美 국채 ETF 3837만 달러 순매수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미국 주식에 관심이 생겨 투자 공부를 시작한 김 모 씨(49)는 지난해 말 엔비디아를 약 1억 원어치 샀다. 장기투자까지 염두에 두고 샀지만, 올해 엔비디아가 급등세를 맞으면서 수익률이 140%를 넘어서자 김 씨는 매도에 나섰다. 그는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빨리 오르니 겁이 나 팔았다”며 “미국증시는 오른 만큼 소강상태가 머지않아 보이는데, 일본증시는 이제 시작인 듯해 여기에 단기 투자를 해볼까 한다”고 말했다.

미국증시와 일본증시를 향한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열기가 엇갈리고 있다. 이들은 미국증시에서 차익실현을 위해 자금을 빼는 대신 일본증시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2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는 미국증시에서 11억6023만 달러 순매도했다. 반면 일학개미(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일본증시에서 1억1479만 달러 순매수했다. 두 주식시장을 향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정반대다.

오를 만큼 오른 美 증시…차익실현 위해 ‘팔자’

서학개미가 미국증시에서 자금을 빼는 이유는 개별 종목의 상승세 영향이 크다. 그간 투자자 사이에서 매수세가 거셌던 인기 종목들의 주가가 많이 오르자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서학개미는 최근 한 달간 테슬라를 20억1888만 달러 매도하며 미국증시에서 가장 많이 팔아치웠다. 테슬라는 올해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으로, 올해 초부터 이날까지 131.5% 올랐다. 이에 투자자들은 현재 테슬라 주가가 정점을 찍었다고 보고 수익을 위해 갖고 있던 물량을 파는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와 같이 같은 기간 193.2% 오른 엔비디아도 서학개미가 많이 판 종목 3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 서학개미는 반도체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반도체주 상승‧하락 베팅 모두에서 매도세가 짙었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상승하면 3배 수익을 얻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SOXL)는 매도세 2위를, SOXL과 반대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X ETF’(SOXS)는 매도세 5위를 차지했다.

미국 반도체주가 다른 종목에 비해 움직임이 더뎌졌다고 판단하고 ‘익절’과 ‘손절매’가 모두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韓‧美보다 매력적이네”…‘역대급’ 日 증시에 투심↑

반면 일학개미는 고공 행진하는 일본증시에 자금을 몰아넣고 있다. 일학개미가 최근 한 달간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물 엔화헤지’ ETF로, 총 4810만 달러 매수했다.

이 종목은 미국 장기채에 엔화로 투자하는 상품으로, 우리나라에도 같은 형태의 ETF가 있다. 다만 엔화 약세가 지속하자 환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일본증시에 상장한 ETF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이달 원·엔 환율은 약 8년 만에 800원대로 내려앉았다가 현재는 900원 초반대를 회복한 상태다.

다만 박민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비미국의 취약점이 부각되는 환경에서 글로벌 경기 충격은 오히려 달러 강세를 유발할 수 있다”며 “미국의 충격은 글로벌 수요 둔화로 연결되기에 일본도 완화적 통화정책을 전환하기 어려워지므로, 엔‧달러 환헷지 미국채 ETF보다 미국 상장 ETF가 우위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한편 일학개미는 엔화약세에 더불어 일본 경제 성장률이 높아지면서 수출 기업들이 호재를 입을 것으로 보고 관련 기업에도 투자 나섰다. 일학개미는 ‘글로벌 엑스 재팬 반도체’ ETF(2020만 달러)와 소프트뱅크(1822만 달러), 미쯔비시(906만 달러) 등을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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