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발요청’ 1년 새 2→10건…검찰, 기업 넘어 총수 겨눈다

입력 2023-06-28 16:19 수정 2023-06-2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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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들어 檢 선수사 늘어
KT 일감몰아주기 의혹 등 수사
경영진 범죄 처벌 의지 강해

▲ 고발요청에 따른 고발사건 처리 현황. (그래픽 = 신미영 기자 win88226@)
▲ 고발요청에 따른 고발사건 처리 현황. (그래픽 = 신미영 기자 win88226@)

윤석열 정부 첫 1년간 검찰의 고발요청 건수가 전년 대비 5배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인보다 개인을 강하게 처벌하는 국제 기준에 맞춰 검찰도 더욱 적극적으로 고발요청권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총수들에 대한 수사와 처벌 강도가 거세질 것이라는 의미다.

28일 본지가 국회를 통해 입수한 ‘검찰 고발요청에 따른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사건 처리결과’ 통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첫 검찰인사 이후인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검찰이 공정위에 고발요청한 건수는 총 10건이다. 그보다 1년 전인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고발요청한 2건과 비교해 5배 늘어난 수치다.

고발요청은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공정위가 고발한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추가 피의자가 파악되면 그 개인에 대해 고발요청을 하는 경우, 그리고 검찰이 먼저 사건을 인지해 수사한 뒤 공정위에 고발요청을 하는 경우다. 통계에 따르면 두 경우의 고발요청 모두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공정위의 고발 없이 검찰이 먼저 수사한 사건은 2018년 ‘부영주택 등 불공정거래행위’, 2019년 ‘현대중공업 하도급갑질 행위’, 2020년 ‘백신제품 담합’ 등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 1년 동안 ‘쿠첸 기술자료 유용’, ‘삼성웰스토리 임직원 조사방해행위’, ‘광주교복 담합’, ‘가구담합’ 등 사례가 급증했다. 현재 KT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역시 검찰의 선수사 사례로,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공정위에 고발요청할 예정이다.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뉴시스)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뉴시스)

피의자에 대한 추가 고발요청 역시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기존에는 수사 대상을 법인과 실무진 등으로 한정했다면, 최근 검찰은 경영진과 주요 임원, 총수들까지 적극적으로 고발을 요청하는 분위기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공정위로부터 고발받은 ‘한국타이어 계열사 부당행위’ 사건을 수사하며 1월 10일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등 개인을 공정위에 고발 요청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뿐 아니라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역시 비슷한 흐름이었다.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고발요청은 단 2건이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지낸 2019년 중반부터 2021년 초까지 검찰의 고발요청은 6건이었다. 검찰의 고발요청 건수가 공교롭게도 ‘윤석열 전과 후’로 갈린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경쟁질서를 저해하는 기업을 엄벌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가 반영된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공정거래사건을 주로 다루는 한 변호사는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엄벌해야 한다는 기류를 타고 검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 수사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것”이라며 “‘윤석열의 검찰’은 늘 고발요청에 적극적이었다”고 평가했다.

▲ 검찰은 올해 1월 10일 '한국타이어 일감몰아주기 사건'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조현범 회장(사진)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 (연합뉴스)
▲ 검찰은 올해 1월 10일 '한국타이어 일감몰아주기 사건'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조현범 회장(사진)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 (연합뉴스)

이 같은 변화는 검찰이 공정위 사건을 ‘실체’가 아닌 ‘단서’로 보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법인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공정위와 개인 처벌에 중심을 두는 검찰의 시각차인 셈이다. 사건을 더 확대해 기업 총수나 경영진들의 범죄 행위까지 처벌하겠다는 검찰의 의지로 해석된다.

불공정거래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 상향 요구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관련 학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기준은 국제 기준 대비 현저히 낮은 편이다.

국내 공정거래법상 입찰담합 행위는 개인에 대해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2억 원 이하다. 반면 미국은 징역 10년 또는 약 13억 원(100만 달러), 캐나다는 징역 14년 또는 약 238억 원(2500만 달러)까지도 선고할 수 있다.

경영진에 대한 처벌이 실효적 수단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인 만큼, 향후 개인을 대상으로 한 고발요청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을 지낸 고진원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담합 범행은 반복되는데 법인은 벌금 2억 원까지, 개인은 징역 최대 3년까지만 선고할 수 있어 외국과 비교해 법정형이 낮다”며 “검찰은 개인에 대한 적극적인 고발요청과 수사를 통해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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