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에 거주하며 전자회사에 다니던 편모 씨(41·여)는 지난해 경추간판장애(목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한 차례 시술을 받았지만,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편 씨는 생산라인에서 조립업무를 담당했다. 즉시 치료가 필요했지만, 유급휴직이 보장되지 않아 고강도 업무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상병수단 제도를 알게 돼 올해 3월 신청했다. 이후 20일간 급여를 받으며 치료(경추치환술)받고 직장에 복귀했다. 편 씨는 “상병수당 덕에 마음 편히 치료받을 수 있었다”며 “직장에도 다시 복귀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상병수당 1차 시범사업이 시작된 지난해 7월 4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누적 5518건이 집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상병수당은 수급자의 원직장 복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단계 시범사업 이후 지난달 31일까지 총 6695건이 상병수당 신청이 접수돼 5518건(82.4%)에 대해 급여가 지급됐다. 상병수당은 근로자가 업무와 관련 없는 질병·부상으로 일을 쉬어야 할 때 정부가 소득 일부(올해 하루 4만6180원)를 지원하는 제도다. 업무상 질병·부상만 보장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고안됐다.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와 경기 부천시, 충남 천안시, 경북 포항시, 경남 창원시, 전남 순천시 등 6개 시·구에서 시범사업이 시행됐다. 다음 달엔 시범사업 지역이 확대된다.
1단계 시범사업 모형은 세 가지다. 부천시와 포항시(모형1)는 대기기간 7일, 최대 보장기간 90일이다. 종로구와 천안시(모형2)는 대기기간 14일, 최대 보장기간 120일이다. 이들 지역은 입원 여부와 무관하게 근로활동 불가기간 급여를 지급한다. 순천시와 창원시(모형3)는 입원치료에 대해 의료이용 일수에 따라 급여를 지급한다. 대기기간은 3일, 최대 보장기간은 90일이다.
전체 수급자의 평균 지급일수는 18.5일, 평균 지급액은 83만4000원이었다. 의료의용 일수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는 모형3의 경우 지급률(창원시 93.7%)이 높고, 지급일수는 상대적으로 짧았다. 근로활동 가능성을 심사하는 모형1·2는 지급률(종로구 68.8%)이 낮았으나, 지급일수가 길고 지급액이 많았다.
특히 상병수당은 수급자의 질병·부상 치료와 직장 복귀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병수당 수급자 981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8명(79.5%)은 ‘보통’ 이상으로 상병수당이 질병·부상 치료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또 수급자 3명 2중(65.3%)은 보장기간 종료 후 직장(사업장)에 복귀했다. 수급자의 취업형태가 상용근로자와 임시·일용직근로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자영업자 등 다양한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치다. 직장 복귀자 중 대다수(98.1%)는 기존에 다지던 직장으로 돌아갔다. 보장기간 종료 후 복직자가 집계되면 복귀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을 보려면 집단 심층면접(FGI)이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원직장 복귀율에 주목하고 있다”며 “미복귀자 중 일부는 보장기간이 끝난 뒤 추가 치료를 받다가 나중에 복귀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보완 연구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