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투르 필립 UNEP 사무국장 "2060년엔 플라스틱 생산 12억 톤 될 것...국제 협약으로 막아야"[CESS 2023]

입력 2023-06-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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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티 마투르 필립 UNEP 국제 플라스틱 오염 INC 사무국장 인터뷰
"INC는 플라스틱 오염의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 성안을 위한 토론의 장"
UNEP의 경고 "플라스틱 생산·소비량, 2060년 3배까지 늘어나"
"한국에서 다섯 번째이자 최종회의 개최…협약 성안 기대"

▲죠티 마투르 필립 UNEP 국제 플라스틱 오염 정부간협상위원회(INC) 사무국장이 29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죠티 마투르 필립 UNEP 국제 플라스틱 오염 정부간협상위원회(INC) 사무국장이 29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분명히 말하고 싶은 건 우리가 공유하고 의지할 수 있는 행성이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위해, 서로를 위해, 자연환경을 위해, 무엇보다도 후속 세대를 위해 유해하고 불필요한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고, 마침내 없앤다면 지구를 깨끗하게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죠티 마투르 필립(Ms. Jyoti Mathur-Filipp) 유엔환경계획(UNEP) 국제 플라스틱 오염 정부간협상위원회(INC) 사무국장은 29일 본지와 만나 ‘ 지구는 하나 뿐’이라는 사실부터 강조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최대의 친환경 합의(그린 딜)가 될 세계 첫 플라스틱 오염 규제 협약의 중심에 있는 인물인 그는 본인의 직책을 내려놓고 “단지 한 사람의 지구인으로서 전 세계에 호소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에겐 플라스틱 오염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글로벌 비전과 이 비전으로의 전환을 위한 목표, 정책 협약, 제도가 필요하다”라며 “해양 환경을 포함해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 협약이야말로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투데이는 ‘플라스틱의 순환경제를 위한 협력: 2024 국제 플라스틱 오염 협약과 한국의 대응’을 주제로 3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서울 기후-에너지 회의(CESS·Climate-Energy Summit Seoul) 2023’의 기조연설을 위해 방한한 마투르 필 사무국장을 만나 UNEP의 플라스틱 오염 종식 국제협약 성안을 위한 발걸음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 전 세계 만장일치 합의…"세계 첫 플라스틱 오염 규제 협약 만들자"

지난해 3월 유엔은 2024년 말까지 세계 첫 플라스틱 오염 규제 협약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당시 우리나라를 포함해 175개국은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급증하는 플라스틱 오염을 규제하자는 내용의 기념비적인 합의안을 끌어낸 것이다. 통상 글로벌 협약을 만드는데 최소 5년 이상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플라스틱 규제협약 논의 기간이 3년 안으로 잡힌 것은 그만큼 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것을 전 세계가 공감했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에 대해 마투르 필립사무국장은 “새로운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협상에 대해 강력한 추진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분명히 기억한다”라며 “바로 그러한 강력한 추진력 덕분에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됐고, 협약에 대한 협상이 진행되면서 목표와 기간까지 분명하게 정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합의는 해양에 한정되지 않고 플라스틱의 전주기적 관리를 핵심으로 하는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만들기로 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 "INC는 플라스틱 오염의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 성안을 위한 토론의 장"

플라스틱 오염 INC는 ‘제5차 UNEA 결의안’에 따라 창설됐다. 이 결의안은 UNEP 사무총장이 정부 간 협상 위원회를 소집할 것을 요구했고, 그 결과 2024년 말까지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INC 업무를 시작했다.

INC는 정부 간 프로세스로서 회원국과 옵서버에 해양 플라스틱 오염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 협약을 성안하기 위한 토론의 장이 되고 있다. 이달 2일 2차 회의가 마무리됐고, 올해 하반기 3차 회의와 내년 상반기 4차 회의를 거쳐 2024년 말 한국에서 다섯 번째이자 최종 회의를 열고 협약을 성안할 예정이다.

마투르 필립 사무국장은 회원국과 옵서버의 협상 프로세스에 대한 지원을 하는 INC 사무국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인물이다. 즉, 협상 세션이 진행되는 각 개최국과 긴밀하게 협업하고 성공적인 세션 개최를 위해 필요한 것들이 제대로 공급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회원국의 요청에 따라 협약문에 대한 가안(Zero Draft)을 작성하는 등 협상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도 그의 임무다.

그는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이 채택돼야 한다는 열망과 2024년이라는 야심찬 채택 기한까지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열정이 없었다면 이 사무국장직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플라스틱 오염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 산업계 그리고 금융 기관의 의욕적이고도 변화를 불러오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UNEP의 경고 "플라스틱 생산·소비량, 2060년 3배까지 늘어나"

마투르 필립 사무국장은 인류에게 닥친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생산량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는 점을 먼저 언급했다.그는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 및 소비량은 1950년대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으며,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60년에는 3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수치에 따르면 2000년 2억3400만 톤이었던 전 세계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이 2019년에는 4억6000만 톤으로 2배 늘어났으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2060년에는 12억3100만 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마투르 필립 사무국장은 플라스틱은 사람·환경의 건강과도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의 ‘먹는샘물 내 미세플라스틱 안전실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미세플라스틱 크기가 150㎛(마이크로미터) 이하이면 소화관 내벽을 통과할 수 있고, 0.2㎛ 이하이면 체내 조직으로 흡수돼 국부적 면역체계 이상, 장 염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가 제시됐다. 간, 심장, 폐, 뇌 등으로 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인체의 모든 기관과 조직이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돼 있다는 연구, 섭취된 미세플라스틱이 뇌 안에 축적돼 신경독성 물질로 작용한다는 연구, 엄마가 섭취한 초미세 플라스틱이 모유 수유를 통해 자녀에게 전달되고 자녀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라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마투르 필립 사무국장은 “플라스틱은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생애에 걸쳐 기후 변화에도 영향을 준다”라며 “2019년 플라스틱은 전 세계 배출의 3.4%에 해당하는 18억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으며 이 중 90%는 플라스틱 생산 과정 및 화석 연료 전환 과정에서 배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협상, 중간 지점 도달…파리 총회에서 진전 위한 노력 분명히 보여줘"

파리에서 열린 2차 INC가 이달 초 마무리됐다. 2차 회의에서는 플라스틱이 유발하는 환경오염을 규제하기 위한 국제 협약 초안을 올해 11월까지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마투르 필립 사무국장은 “INC 2차 총회가 마무리된 현시점에서 이제 협상 단계의 중간 지점에 도달했다”라며 “2차 파리 총회의 결과, 의장국인 파리는 INC 사무국의 지원을 받아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의 가안을 작성해야 할 명백한 임무를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가안은 INC 1차와 2차 총회의 내용 위주로 작성될 것이며 올해 11월 셋째 주에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릴 3차 총회의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성공적인 3차 총회를 위해 각 회원국이 협약의 기본 원칙 및 범위와 같이 2차 총회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내용, 다음 세션까지 다뤄야 할 다른 영역을 서면 작성해 올해 9월 15일까지 사무국에 제출하도록 했다”라며 “파리 총회에서의 회원국과 옵서버가 진전을 이루고 소위 뼈대에 살을 붙이려는 노력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마투르 필립 사무국장은 “우리는 3차 회의에서 위원회의 심의에 정보를 제공할 제로 드래프트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2024년 말까지 그 권한을 이행할 프로세스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확신한다”라며 “3차 회의는 제로 드래프트의 첫 번째 독회를 위해 모이는 첫 번째 시간이 될 것이며 향후 좋은 지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죠티 마투르 필립 UNEP 국제 플라스틱 오염 정부간협상위원회(INC) 사무국장이 29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
▲죠티 마투르 필립 UNEP 국제 플라스틱 오염 정부간협상위원회(INC) 사무국장이 29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

◇ "한국에서 다섯 번째이자 최종회의 개최…협약 성안 기대"

파리 회의에서의 협의 사항 중 눈에 띄는 점은 한국의 5차 회의 개최가 모든 참가국의 합의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마투르 필립 사무국장은 “INC 제5차 회의 개최를 제안한 대한민국 정부에 매우 고맙고, INC-5가 이곳 한국에서 개최될 것임을 확인하게 돼 매우 기쁘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INC-5는 상당히 중요한 세션으로 사무국장으로서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국제적인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의 전달을 위한 정해진 일정을 준수하는 데 노력하고 있으며, 우리는 다섯 번째 세션에서 문서가 성공적으로 채택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의 재생 원료·대체재 산업 육성을 핵심으로 하는 ‘전주기 탈플라스틱 대책’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해 시행하는 여러 시도는 바람직하다”라며 “환경부가 순환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 시행하는 노력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모든 회원국에게 순환 경제로의 접근을 포함하는 지속 가능한 소비와 생산 조치 등 플라스틱 오염 대책을 계속하고 강화하며, 자발적 조치를 채택하도록 요구한 UNEA 결의안의 정신과도 매우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마투르 필립 사무국장은 “5차 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와 지속해서 연락하고 싶고, 내년 말 협약 체결을 위한 회의에서 한국이 지원해 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 협약의 마지막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다시 방문하는 것에 대해 기대가 크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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