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의 역습’ 인공감미료, 과연 안전할까 [이슈크래커]

입력 2023-06-30 16:08 수정 2023-06-3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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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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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음료만 먹는 이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설탕 대신 들어가는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온 겁니다.

29일 로이터통신은 기관 내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2B군) 물질로 분류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아스파탐은 1965년 미국 화학자 제임스 슐래터가 발견한 물질로, 설탕보다 약 200배 더 달콤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설탕 200분의 1만큼만 사용해도 유사한 수준의 단맛을 낼 수 있다는 거죠. 197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가정에서 설탕 대용으로 쓰고 기업들의 식품에도 쓸 수 있게 승인하면서 널리 활용돼왔습니다.

아스파탐은 ‘제로’가 붙은 무설탕 음료부터 사탕, 젤리, 껌, 과자 등에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다이어트하는 이들이 아니더라도 건강에 신경 쓰는 사람들이 많아진 요즘 제로 탄산음료는 인기가 좋죠. 식음료 업계도 ‘제로’ 식품 개발과 마케팅에 적극 나서왔습니다. 최근엔 ‘제로’ 소주가 유행을 넘어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기도 했는데요. 제품에서 설탕을 빼는 ‘제로 슈거’ 열풍이 음료, 과자류를 넘어 주류까지 불어닥친 상황에서 설탕의 주요 대체품 중 하나인 아스파탐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겁니다.

IARC는 화학물질 등 각종 환경 요소의 인체 암 유발 여부와 정도를 5개 군으로 분류·평가합니다. △1군은 확정적 발암 물질 △2A군은 발암 추정 물질 △2B군은 발암 가능 물질 △3군은 발암성 여부를 판단할 증거가 없는 물질 △4군은 발암성이 없다고 추정되는 증거가 있는 물질 등으로 구분되는데요. 이 가운데 아스파탐이 속할 예정인 2B군은 발암 가능성은 있지만, 인체 자료가 제한적이고 동물 실험 자료도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합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제암연구소가 신빙성이 떨어지는 연구 결과에 과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그간 안심하고 먹었던 제로 식품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국내 기관은 인공감미료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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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씬 강한 단맛에 열량 낮아…권고량 이상 섭취하는 게 더 어려워

대체당은 천연당, 천연감미료와 인공감미료, 당알코올로 나뉩니다. 국내 식음료 업체들이 주로 활용하는 건 과일, 꽃 등에서 추출한 천연 원료로 제조된 천연감미료와 화학적 합성을 통해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인데요.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제로’ 식품들은 이런 감미료들을 여럿 조합하면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같은 감미료로 분류되더라도 단맛의 특성이 다르기에 이를 배합하면서 최적의 맛을 찾아내는 겁니다.

식품에 들어가는 인공감미료는 설탕보다 훨씬 적은 열량을 갖고 있으면서도 동일한 수준의 단맛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탕은 1g당 4㎉의 열량을 내지만, 수크랄로스·아세설팜칼륨·아스파탐·알룰로스·에리트리톨·스테비아 등의 칼로리는 0㎉에 매우 가깝습니다. 열량이 거의 없으면서 설탕보다 몇백 배 강한 단맛을 내기도 하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같은 양을 비교했을 때 △수크랄로스는 설탕의 600배 △아세설팜칼륨은 설탕의 200배 △아스파탐은 설탕의 200배 정도의 감미를 가집니다.

식약처가 정하고 있는 일일섭취허용량에 비해 우리가 실제로 섭취하는 감미료 양은 미미한 수준이기도 합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인체노출안전기준 식품첨가물 중 감미료에 대한 일일섭취허용량(ADI)은 △아스파탐 40mg/㎏·bw/day △수크랄로스 15mg/㎏·bw/day △아세설팜칼륨 9mg/㎏·bw/day △사카린나트륨 5mg/㎏·bw/day 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당 수치는 매일 체중 1㎏당 허용 가능한 mg을 의미하죠. 그 외 감미료는 독성영향이 매우 낮아 ‘ADI 설정 불필요’가 제시됐습니다.

WHO 산하의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그간 아스파탐을 일일 제한량 이내로 섭취하면 안전하다고 해왔습니다. 몸무게 60㎏의 성인은 하루에 12~36캔의 제로 탄산음료를 마셔야 위험하다는 식이었죠. 게다가 인공감미료는 체내로 흡수되지 않으며 정상적으로 배출되고, 혈당 수치도 급격하게 높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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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감미료 안전성, 다시 갑론을박…WHO “장기적으론 당뇨 위험 키울 수도”

적은 양으로도 충분한 단맛을 내고, 열량까지 낮은 인공감미료는 소비자들, 특히 당 섭취에 유의해야 하는 당뇨병 환자, 다이어터 등에게 큰 인기를 끌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인공감미료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면서 그간 연구 결과에 반하는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당뇨에 악영향을 준다거나,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견해가 나오기도 했죠. 프랑스 소르본 파리북대학 연구진은 지난해 3월 성인 10만2000여 명의 식품 섭취를 분석한 결과, 아스파탐과 아세설팜 칼륨 같은 인공감미료가 암 발생 위험을 조금 높일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WHO는 지난달 비설탕 감미료가 ‘장기적으로는 체중 조절에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당뇨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비설탕 감미료는 기존 당뇨병 환자를 제외한 일반인에게는 건강상 이득이 없으며, 장기적으로는 체지방을 줄이는 데도 효과가 없다는 설명인데요. 또 NSS를 장기간 섭취하면 2형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프란체스코 브란카 WHO 영양·식품안전국장은 “천연당을 비설탕 감미료(NSS)로 대체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NSS는 필수적인 식이요소가 아니며, 영양학적 가치도 없다. 설탕이 포함된 음식 섭취를 줄이는 것과 같이 유리당 섭취 그 자체를 줄이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다만 WHO는 연구 참가자들의 기본 모델과 NSS 사용의 복잡한 패턴으로 증거에서 관측되는 NSS와 질병 결과의 관계가 혼란하다며, 당시 권고를 ‘잠정적’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나 식품 업계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죠. 국제감미료협회(ISA)는 성명을 내고 “칼로리가 적거나 아예 없는 감미료는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철저하게 연구된 성분 중 하나”라며 “비만과 당뇨병, 치주 질환 등을 관리하는 데 있어 도움을 준다”고 반박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제로 음료와 당뇨의 상관관계에 대한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 심평원은 ‘당뇨의 날’을 맞아 국민들이 당뇨에 관해 궁금해하는 사항들을 모은 뒤 대한당뇨병학회와 함께 답변하는 방식의 콘텐츠를 선보였는데요. 이때 심평원은 ‘제로 음료는 당뇨와 상관이 없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라는 질문에 “맞다”며 “다른 식품들과 비교 시 열량이 비교적 적어 혈당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약 1년 후, 답변은 전면 수정됐습니다. 심평원은 같은 질문에 “아니다”라며 “건강 증진을 위해 설탕과 같이 정제된 당류를 함유한 음료나 음식 섭취를 줄이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설탕 대신 열량이 없는 인공감미료를 사용했을 때 혈당 개선이나 체중감량의 효과는 입증돼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일부 연구에선 가당 음료뿐 아니라 인공감미료를 이용한 음료 섭취와 당뇨병 발생과의 관련성을 보고하고 있다”며 “첨가당이 포함된 음료수를 즐겨 마시던 습관이 있다면 물로 대신하는 게 제일 좋다”고 덧붙였는데요. 답변 이후 새롭게 제안된 연구 결과 등을 반영해 답변을 다시 작성한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식품 첨가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경우는 종종 발생합니다. 인공조미료인 ‘MSG’가 대표적인 사례죠. 글루탐산나트륨(MSG)은 자연에 존재하는 비필수 아미노산으로, 식품의 풍미를 증진하는 효과가 있어 가공식품의 식품첨가제로 사용됩니다. 화학적 조미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안전성 논란이 일었지만, 엄밀히 따지면 MSG는 미생물 발효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발효조미료’입니다. 물에 잘 녹도록 나트륨을 첨가해 88%가량의 글루탐산, 12%가량의 나트륨으로 구성됐죠. FDA에서는 MSG를 식품첨가물로써 ‘대체로 안전한’ 것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안전하며 사용량을 규제하지 않는 첨가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음식의 맛은 유지하면서도 나트륨 섭취는 줄이는 방법으로 주목받으며 인식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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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업계 “연구 신빙성 떨어져” 거센 반발…인공감미료 대한 추가 연구 필요해

아스파탐은 설탕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감미료 중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IARC가 이를 발암 가능 물질로 지정할 예정이라는 보도는 업계의 반발을 불렀습니다.

코카콜라 계열사 등이 회원사로 소속된 ISA는 “IARC는 식품 안전기구가 아니”라며 “IARC는 과학적으로 포괄적이지 않고 신빙성이 떨어지는 연구에 과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국제음료협회(ICBA)도 “IARC 계획에 깊은 우려를 표해야 한다”며 “소비자가 안전한 대체제를 선택하기보다 불필요한 설탕 섭취를 늘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죠.

체중을 줄이거나 질병을 예방할 목적으로 감미료를 사용하지 말라는 WHO의 지난달 발표에 이어, 발암 가능 물질로 아스파탐을 분류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업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아스파탐을 포함한 인공감미료는 식약처 관리·감독 아래 사용되고 있지만, 위해성 관련 논란도 꾸준히 제기돼 온 게 사실입니다. 위험을 확정 짓기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고, 당장 인간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것은 아니기에 섭취를 금지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WHO가 강조했듯 인공감미료를 절대적인 건강 대안으로 여기면서 무분별하게 섭취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는데요. IARC가 등급 평가와 함께 아스파탐의 안전 소비기준에 대해서도 JECFA와 함께 발표할 예정인 만큼, 종합적인 평가 결과 발표를 기다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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