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까지 강행 처리 수순…尹, 세 번째 거부권 행사할까

입력 2023-07-0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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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본회의 부의…강행처리 시 대통령 거부권 행사 유력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부의의 건이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퇴장 속에 표결 처리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부의의 건이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퇴장 속에 표결 처리되고 있다. (연합뉴스)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반대 속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다.

야당이 양곡관리법, 간호법에 이어 처리를 강행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세 번째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다른 법안에 비해 정치적 부담이 큰 만큼 본회의 통과 전까지 여당이 협상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등 야당들은 지난달 30일 오후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일부개정 법률안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부의는 본회의에서 안건 심의가 가능한 상태가 됐다는 의미다. 본회의로 부의된 법안이 상정되려면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민주당은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을 압박해 향후 처리를 강행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합법 노조 활동 보장법'이라고 명명한 노란봉투법은 노사 관계와 관련한 사용자의 범위를 넓혀 하청 등 간접고용 근로자도 원청 사용자와 단체교섭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여당은 그동안 노란봉투법에 대해 '불법 파업'과 '파업 만능주의'를 조장한다며 강력히 반대해왔다.

본회의 표결 전 찬반 토론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이수진 의원은 "위법한 쟁의 행위를 합법이라고 하자는 것이 아니다. 위법한 쟁의 행위에 대한 손해 행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진짜 사측과 교섭을 해서 우리 산업에 만연해 있는 원하청 간 이중 구조와 불평등 문제를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노사 대결에서 무기는 대등해야 한다"며 "쟁의행위에 대해 사용자에게는 이미 직장폐쇄권이라는 대항권 무기가 존재한다. 하지만 조합원 개인에게 무차별적으로 손해액 전액을 청구하고 노조를 탈퇴하는 사람을 빼주겠다는 부진정연대책임 방식은 정상적인 무기가 아니라 흉기"리고 강조했다.

반면에 환노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만약 권리보장까지 쟁의 행위를 허용하면 365일 파업이 가능해 산업현장은 극심한 갈등과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이 법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를 보호하는 악법이고 법률의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하며 평등권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민주노총을 위한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같은당 이주환 의원도 "(노란봉투법은) 민주노총이 원하면 1년 내내 파업이 가능해지고, 당장 민노총이 파업을 요구하는 원전 처리수 방류 저지, 한미일 군사훈련 중단 등 정치투쟁에 날개를 달아줄 뿐"이라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기업과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또한 노란봉투법에 대한 반대 의사를 거듭 밝혀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부의 표결을 앞둔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산업 현장에 극심한 혼란과 갈등을 가져올 우려가 큰 개정안 입법을 재고해달라"며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사용자 범위의 모호성으로 노동현장은 갈등과 분쟁이 폭증하게 될 것이고, 쟁의행위 범위가 확대되면 파업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관행은 고착화되고,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는 더욱 요원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만큼 노란봉투법은 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에 이어 세 번째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대통령이) 2차례 양곡관리법(개정안)과 간호법(제정안)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는데 노란봉투법은 또 다른 문제도 있는 것 같다"며 "앞의 두 법이 예산을 너무 함부로 낭비하거나 의료체계를 혼란스럽게 하는 문제가 있었다면, 노란봉투법은 기존의 우리 법들을 마치 지키지 않아도 되는 듯한 취지의 입법이 될 수 있다. 좀 더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대법원이 현대차가 노조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불법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 개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더라도 책임의 정도는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며 노란봉투법의 입법 목적과 비슷한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거부권 행사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듯 여당도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 전에 필리버스터와 협상 등 통과 저지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재의요구권 이전에 필리버스터를 할 것이고, 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한 이후에 그래도 막을 수 없다면 마지막 수단(거부권)까지 고려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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