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원희룡 장관의 '악당' 사냥

입력 2023-07-03 06:00 수정 2023-07-0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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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뭐 하셨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 관한 물음에 되돌아오는 한결같은 대답이다. 원 장관이 국토부를 이끈 1년여 동안 내놓거나 추진 중인 정책과 관련해 비판이나 칭찬은커녕 어떤 얘기도 선뜻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상에 남는 게 없다는 뜻이다.

원 장관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모습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해지고 여러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글쎄요?"라고 시작되는 반문에 공감했다. 되묻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렇다 할 정책이나 방향성이 잘 보이지 않아서다.

대신 눈에 뚜렷하게 들어오는 게 있다. 누군가를 저격하는 일이다. 대상은 다양하다.

우선, 타워크레인 노조가 있다. 국토부는 타워크레인 노조의 월례비를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법으로 규정했고 원 장관은 앞장서서 연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며 타워크레인 조종사 자격정지 처분 가이드라인 등도 내놨다.

주차장 붕괴사고가 있었던 인천 공공분양주택 시공사도 타깃이다. 원 장관은 "각오하라"를 비롯해 "후진국형 부실공사"까지 수차례에 걸쳐 강한 말을 뱉었다.

벌떼 입찰과 관련해서는 중견 건설사를 향해 "정말 화가 난다"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고 앞선 10년간의 의심사례를 조사 중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의 분신사망과 관련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잘못을 지적하고 해결방안을 찾겠다는 것을 나무랄 수 없다. 하지만 이런 행보가 문제 개선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타워크레인 기사 중 공갈·협박을 통해 과도하게 월례비를 뜯어내는 사람은 소수다. 대다수는 본인이 실행한 초과·위험 근무에 상응하는 수준의 대가를 받을 뿐이다. 법원은 월례비를 정당한 임금이라고 판단했고 국토부 관계자도 월례비 자체는 불법이 아니라고 인정한 바 있다. 그런데도 장관과 국토부는 타워크레인 기사의 월례비가 문제라는 듯 몰아붙였다. 그 결과 남은 것은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불법행위를 일삼는다는 잘못된 인식뿐이다.

공공분양주택과 관련해 사고 직후 현장을 찾아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해당 업체를 포함한 건설업계에 경각심을 일깨운 점은 박수받을만하다. 하지만 특정 업체를 겨냥한 발언을 지속한 건 그 반대다. 해당 업체를 포함한 건설업계를 소비자를 기만하는 집단으로 만들어 불신을 키우는 것 외에 다른 효과가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믿지 못할 건설사가 지은 집에서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벌떼 입찰도 마찬가지다. 처벌하지 않으면 안 될 불법보다 비난의 화살만 맞을 만한 꼼수일 가능성이 커 보이는 데 과거 10년 동안의 일을 들쑤셔서 크게 얻을 게 있나 싶다. 공정위는 원 장관이 언급한 건설사에 대해 벌떼 입찰 자체보다 부당내부거래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분신사망과 관련된 발언은 말할 것도 없다.

원 장관이 정책보다 '악당' 만들기에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까닭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정치인과 행정기관 수장이 다름을 깨닫지 못해서 일수도, 장관직을 내려놓고 정치인으로 돌아갈 자리를 생각하며 이력서에 넣을 스펙을 쌓는 것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지금의 모습이 장관보다 독설로 이름을 날리고 싶은 무명의 평론가 내지 더 많은 구독자와 후원금을 끌어 모르려는 개인방송 운영자에 가까워 보인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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