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전문금융회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액이 전년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기조와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카드사의 자본 건전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확충을 늘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순 기준 신종자본증권 발행액은 85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4160억 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발행 건수도 6건으로 2018년(3건)보다 2배 늘었다.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을 조달할 때 발행하는 고금리 채권이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식돼 자본 비율의 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금융사들이 발행하기도 한다.
올해 2월 신한카드는 3000억 원 규모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지난해 3월에도 신한금융이 전액 인수하는 방식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바 있다. 현대카드는 7월, 3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앞두고 있고 롯데카드도 4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계획 중이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늘어나는 이유는 회사의 자본 적정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최근 카드사의 레버리지(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배율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레버리지 배율은 △롯데카드 7.1배 △우리카드 6.6배 △현대카드 6.1배 △KB국민카드 5.9배 △하나카드 5.7배 △신한카드 5.4배 △삼성카드 3.7배를 기록 중이다.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과도한 외형 확대 경쟁으로 인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레버리지 배율 한도를 8배로 제한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자본 적정성 지표가 저하되면 금융당국의 규제를 피하지 못해 신사업 진출 등 영업 확대에도 차질이 생겨 신종자본증권을 활용해 규제비율을 충족하는 전략을 취한다.
하지만 신종자본증권에 발행에 따른 리스크도 존재한다. 시장의 유동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신종자본증권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우 회사의 배당 여력에 따라 유동성 위험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발행에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자본 여력이 취약할수록 일시적인 실적악화에도 배당미지급 우려가 높아 자금조달이 어려워질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흥국생명은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채권 시장의 유동성 경색으로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이행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종자본증권은 기본적으로 후순위채 성격을 갖고 있어 부실 위험이 있는 금융회사 경우 콜옵션 미이행 우려가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신종자본증권은 투자하기 전에 이자 미지급 가능성 등 리스크에 대해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자본 적정성 추이를 고려해 발행 동향과 유동성 관리를 지속적으로 점검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자본 적정성 추이를 고려해 증권 발행 동향과 유동성 관리 능력을 지속적으로 관리 중”이라며 “올해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전년보다는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