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임대차 시장, 외국은 ‘표준임대료·거래 안전 강화’로 대응 [서민 주거가 무너진다⑤]

입력 2023-07-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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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연구원 ‘부동산거래 선진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연구’ 내용. (자료제공=국토연구원)
▲국토연구원 ‘부동산거래 선진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연구’ 내용. (자료제공=국토연구원)

주요 선진국에선 주택 임대차 시장 안정화와 임차인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전세 사기 등으로 임대차 시장 불안을 겪는 한국 역시 표준임대료 제도나 부동산 거래 안전성 강화 등 외국 사례를 ‘모범 답안’으로 삼을 만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먼저 표준임대료 제도는 독일과 프랑스, 일본, 미국 등 대부분 선진국에서 시행 중이다. 앞서 임대차 3법 도입 논의 때부터 현재 국내법이 정한 임대료 ‘5% 인상’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임대료 상한선을 일률적으로 정하면 높은 임대로 책정 등으로 임차인 주거 안정성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이에 독일은 비슷한 유형의 주택에 대해 최근 4년간 임대료 정보를 토대로 2년마다 임대료를 매긴다. 영국의 공정임대료 역시 주택 경과 연수와 위치, 상태를 고려해 결정한다. 프랑스와 일본도 유사한 표준임대료 제도를 운용 중이다.

김제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관련 공청회에서 “한국의 연 5% 상한은 인상 지침으로 이용될 뿐, 적정임대료 산정을 위한 별도 판단이 없다”며 “적정임대료 산정을 위해 지자체에서 일정한 기간마다 유사한 종류, 크기, 위치에 따른 표준임대료를 제시하고 임차인과 임대인이 적정임대료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세 사기의 원인으로 지적된 부동산거래 안정성 강화 방안도 참고할 만하다. 한국에선 임차인은 계약할 주택에 대한 정보를 사실상 공인중개사를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에선 중개업자 이외에 관련 전문가가 함께 계약에 참여하는 체계를 갖췄다.

▲미국 뉴욕 일대 주택가 모습. (사진=픽사베이)
▲미국 뉴욕 일대 주택가 모습. (사진=픽사베이)

국토연구원이 펴낸 ‘부동산거래 선진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연구’에 따르면 영국과 미국 등에선 부동산거래 과정에 중개업자 이외에 변호사와 감정평가사, 물건조사자가 참여한다. 또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제도)를 사용해 거래 대금을 주고받는다. 프랑스와 독일에선 공증인이 거래에 참여해 에스크로 기능을 수행한다.

장기적으로는 전 재산에 가까운 보증금을 개인 신용을 믿고 맡기는 전세 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세는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주택임대 제도다. 외국은 월세도 보증금을 3달 치 이상 받지 않는다. 전세뿐만 아니라 반전세(보증금 낀 월세) 형식의 월세도 없는 셈이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은 “한국은 전세 제도에 국가에서 많은 혜택을 줘 임대인이 전세를 여럿 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며 “월세가 늘면 공실이 많아지는 등 일부 피해가 발생하겠지만, 전세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시장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도 안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국 사례를 일률적으로 국내 임대차 시장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점도 있다. 표준임대료는 한국 부동산 시장 특성상 입지와 층수, 조망 등 특징을 담아내기 어려워 표준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개입하는 표준임대료 제도는 주택의 재산 비중이 큰 한국 특성상 재산권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또 전세 제도 개편 역시 단기간 내 어렵다. 2019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15.1%가 전세로 거주 중이다. 교육이나 직장을 이유로 전세를 택하는 경우도 있고, 공공의 임대주택 공급량의 일부분을 민간 임대사업자가 전세 형태로 공급하고 있어 전세 제도는 쉽게 개편되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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