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이 숙박의 공간을 넘어서 미식을 향유하는 등 ‘체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특별한 경험을 요구하는 고객이 늘고 호텔 각각의 이미지를 만들려는 방법의 하나다.
5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 서울은 생산이 중단돼 구하기 어려운 ‘히비키 21년’ 등 특별한 위스키를 판매 중이다. 산토리 위스키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상품도 준비됐다.
웨스틴 조선 서울의 레스토랑 ‘나인스 게이트’는 샴페인과 특별한 음식으로 구성된 메뉴를 판매하고 선착순으로 샴페인 타워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호텔 업계가 숙박과 직접 관련 없는 특별한 음식이나 술 등에 집중하는 이유는 ‘고객의 특성 변화’와 ‘이미지 형성’ 때문이다.
지난해 글래드 호텔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가장 관심 있는 소비는 무엇인가요?’에 대한 질문에 디깅 소비라고 답한 사람이 42%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디깅 소비’는 파다는 뜻의 ‘디깅(digging)’에 소비를 붙인 합성어다. 자신이 선호하는 품목이나 영역, 취미 관련 제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자신에게 맞는 특별한 경험을 즐기는 사람이 늘었다는 의미다.
고급 상품을 유치해 판매할 수 있는 특별한 호텔이라는 이미지 구축 역시 강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급 상품 판매가 투숙객 유치로 이어진다고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이 호텔의 수준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는 맞다”며 “정서적인 측면에서 숙박 이외에 고가의 상품,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고 말했다.
특별한 음식이나 술 등의 상품은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데도 도움을 주지만 투숙객에게도 호텔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재방문을 촉진하기도 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투숙객들이 체크인 등을 기다리며 호텔을 돌아다닐 때 고급 상품 판매나 전시 등을 보면 긍정적인 인상을 가질 수 있고 다시 해당 지역에 왔을 때 같은 곳에 묵을 가능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은 관련 상품 이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호텔 시그니엘 서울의 레스토랑 ‘스테이’는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21%씩 꾸준히 성하고 있다. 서울 신라호텔의 더파크뷰 역시 2020년 매출이 줄었지만, 이후 꾸준히 늘어 지난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다만, 일부 호텔의 경우 식당 이용 등에 있어서 비투숙객의 이용 비중을 제한한다. 이는 특별한 음식이나 술 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호텔에 묵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경험을 제공하고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묵고 싶은 곳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다.
호텔들은 각 업체의 이미지에 맞게 관련된 음식을 판매하는 등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다. 일례로 제주의 청량한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그랜드 조선 제주는 루프탑에서 수영장과 맥주 체험 상품을 강화하고, 서울 호텔 레스케이프는 도심의 바캉스 느낌을 살리기 위해 사진 스팟을 많이 만드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에서 특별한 경험과 체험을 즐기려는 사람이 늘고 있는 만큼 업체의 특징에 맞춰 관련 상품을 제공하는 경향은 늘어날 것”이라며 “투숙객을 늘리기 위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단순히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