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우량 KT&G, AAA 신용도로 18년 만에 회사채 복귀 ‘똑똑’ 시동

입력 2023-07-05 10:52 수정 2023-07-0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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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본사 전경 (KT&G)
▲KT&G본사 전경 (KT&G)
KT&G가 초우량 신용등급을 앞세워 약 18년 만에 공모채 발행 초읽기에 나섰다. 향후 5년간 예년 대비 평균 5배의 대규모 설비투자(CAPEX)를 집행하기 위한 자금 조달이 필요해지면서다. 업계에서는 국가 수준의 신용도를 보유한 KT&G가 크레딧 시장에 돌아올 가능성을 크게 점치며 높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5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KT&G는 지난달 27~28일 이틀간 국내 신평 3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에게 만장일치로 최고 신용등급인 ‘AAA, 안정적’를 받고 이를 확정 지었다. 한기평에서 기업신용평가(ICR) 등급을 ‘AAA’를 획득한 이후 한신평과 나신평에서 연이어 ‘AAA’를 받았다. 국내 민간기업 중 금융사와 통신사를 제외하고 기업신용등급 ‘AAA’를 획득한 기업은 KT&G가 유일하다.

신용평가업계에서 AAA 등급은 소위 ‘금수저’ 등급으로 통한다. 후천적인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통해 얻기란 불가능하고, 날 때부터 달고 나오는 수밖에 없는 등급이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이 받을 수 있는 최고수준인 AA+에서 AAA로 상향된 사례는 현재까지 전무하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는 국내외 시장 모두 흥행가도를 달리며 AA+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지만, AAA 등급을 넘볼 수 없다.

AAA등급은 사실상 국채에 준한다는 의미로, 국가의 존립 이유와도 함께 한다. 현재 회사채 시장에서 AAA등급 회사채는 극히 드물어 찾아보기 어렵다. AAA등급은 탄탄한 재무기반을 갖춘 금융지주 또는 통신사들이 주로 보유한다. 그마저도 최근 고금리와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AAA 등급에서 AA+로 강등되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한국씨티은행이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됐다.

1987년 설립된 KT&G는 국내 담배, 홍삼시장에서 지배적인 시장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KT&G는 지난해 2021년보다 3000억 원가량 증가한 1조53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순차입금은 5년 넘게 마이너스(-)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것은 차입금보다 현금성 자산이 더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31.4%, 1.6% 등으로 실질적 무차입구조를 유지한다는 평가다.

이번 신용등급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KT&G가 기존에 보유했던 사채가 2005년이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KT&G는 2002년 6월 3년 만기로 약 4948억 원 공모채를 발행한 이후 사채 시장을 더는 찾지 않았다. 차입금에 의존하지 않고도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KT&G는 주요 사업부문인 NGP분야에서 지난해 106억 개비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41.9% 성장했다. 같은 기간 건기식 사업도 322억 원에서 550억 원으로 70%가량 급증했다.

KT&G가 18년 만에 회사채 시장 복귀를 저울질하는 시점이 지금인 점도 의문이 들만하다. 최근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사채 발행 대신 현금성 자산을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KT&G 측은 “향후 약 4조 원에 달하는 투자계획을 앞두고 향후 자금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신용평가를 진행하게 됐다”고 했다.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투자금을 확보해 곳간을 채우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KT&G는 2027년까지 5개년간 총 3조9000억 원의 대규모 국내외 투자계획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KT&G의 CAPEX는 2000억 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7900억 원, 내년에는 9400억 원까지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주력 사업인 CC(궐련담배) 사업을 지난해 대비 10배 수준으로 향후 5년 내로 확대한다. 또한, 중장기 NGP 수요 대응을 위한 글로벌 생산거점 확보 등 생산능력을 확충한다.

다만 KT&G가 이번에 획득한 신용등급은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신용등급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기업신용평가(ICR) 등급이다. ICR 등급만으로 회사채 발행은 불가능하며, 회사채(SB) 등급을 다시 평가받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ICR에서 나온 등급이 SB로 이어지는 만큼, KT&G가 SB 등급 평가에서도 AAA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DCM 업계에서는 간만의 AAA 공모채 시장 복귀에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한 DCM 관계자는 “KT&G가 신용 3사에 모두 ICR을 받은 것만 봐도 우량한 AAA 등급의 위용을 과시하는 것”이라며 “3사 모두 신용평가를 받으려면 많은 비용이 지출되는데도 그까짓거 영향이 없을 만큼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라는 의미 아니겠나. 아마 공모시장 수요예측에서도 예상보다 높은 수요가 몰리면서 투자금이 모일 것”이라고 했다.

KT&G 관계자는 “18년 만에 신용평가를 추진하는 만큼, 모든 신평사의 의견을 듣기 위해 회사 내부의 결정으로 신평 3사 모두에 등급 신청을 하게 됐다. 최근 금리상승 등 국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어려워진 가운데, KT&G가 신용평가 3사로부터 최고 등급인 ‘AAA’를 획득한 것은 회사의 안정성과 수익성이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앞으로도 우수한 신용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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