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이러다 다 죽어”…노사, 최저임금 1만원 놓고 ‘기싸움’

입력 2023-07-06 08:44 수정 2023-07-06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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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법정 기한을 넘겼습니다. 2024년 최저임금 말인데요.

노동계에서는 1만2210원을, 경영계에서는 9620원 동결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며 결국 법정 기한 마지막 날인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마무리됐습니다.

이후 7월 4일 제10차 전원회의를 재협의에 들어갔지만, 노동계는 기존보다 80원 내린 1만2130원, 경영계는 30원 올린 9650원을 수정안으로 제출하며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입장차만 확인했습니다.

노동계는 폭등한 물가로 인한 실질 임금 저하 등을 이유로, 경영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임금 지급 능력 부족을 이유로 각자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는데요.

과연 이 대치,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오늘의 키워드# 최저임금과 평행선입니다.

역대 총 35회의 최저임금위원회 심의 중 법정 기한이 지켜진 횟수는 아홉 차례. 노동계와 경영계가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놓고 항상 격렬하게 부딪쳤기 때문인데요.

가장 최근 법정 기한이 지켜진 사례는 작년인 2022년. 2014년 이후 8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노사의 원만한 합의가 아닌 공익위원 측의 강행 처리였는데요.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경우는 단 7차례에 불가합니다.

물론 피고용인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받고 싶고, 고용인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덜 주고 싶은 게 당연하다 보니 절충안을 찾기란 쉽지 않죠.

그렇다면 지금까지 노사 합의 없는 최저임금은 어떻게 결정될 수 있었을까요?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 9명 씩 총 27명으로 구성됩니다. 여기서 핵심은 바로 공익위원. 노사 양측은 공익위원을 위촉 할 때마다 기싸움이 대단한데요. 이는 노사 양측이 극한 대치할 때 공익위원이 사실상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자기 쪽에 유리한 인물을 위촉하려는 것이죠.

최저임금법에는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과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정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요? 정권의 성격과 정치적 분위기, 경제 상황,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의 성향 등에 의한 최저임금 결정만 존재할 뿐 명확한 산정 기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노동계와 경영계는 단지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일방통행식의 안을 제시해왔고, 그 격차는 계속 평행선을 그려온 것이죠.

노사가 제시한 2024년 최저임금 최초 안. 노동계 1만2210원. 경영계 9620원 동결. 과연 현실성이 있을까요?

먼저 노동계가 주장하는 1만2210원은 올해보다 26.9%가 높은 금액입니다. 역대 최대 인상 폭인 1991년 18.8%보다 무려 8.1%가 높은 수치인데요.

우리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얼마나 많은 후유증을 동반하는지 경험한 바 있습니다. 2018년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공약한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명분 아래 집권 첫해 최저임금을 16.4%, 이듬해인 2019년 10.9% 인상을 강행했습니다. 2년간 무려 30% 가까운 인상률을 기록한 것인데요.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지 못한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직원들의 줄이거나 고용 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인력 감축에 나섰고, 덩달아 신규 채용도 급격하게 줄면서 2020년 취업률이 역대 최저치로 추락했죠.

그 여파로, 2020년과 2021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2.9%, 1.5% 역대 최저였습니다. 노동계는 이러한 경험을 또 반복하고 싶은 걸까요?

그렇다면 경영계의 최초 요구안인 ‘동결’은 어떨까요?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1989년 제도 도입 후 단 한 차례의 동결이나 하락 없이 꾸준히 우상향해왔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쳐 2019년 코로나 팬데믹까지. 적게는 1.5%, 많게는 2.8%까지 올랐습니다. 숱한 파고 속에서도 시급을 올려줬던 경영계가 ‘지금’ 동결을 주장하는 이유는 뭘까요?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제시한 금액이 아무리 협상용이라 하더라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을 계속해서 주장한다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겠죠.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은 노사의 갈등 속에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공익위원이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더한 뒤 ‘취업자 증가율 전망치’를 뺀 수치를 적용해 왔습니다.

노사 모두 근거 없는 산식이라며 반발했지만 올해도 노사 간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면 공익위원들은 또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하겠죠.

그렇다면 2024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4.74%. 금액으론 1만76원이 됩니다.

현실적으로 노동계의 1만2210원, 경영계의 9620원 동결이 아닌,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도래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제는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자신들만의 주장을 고집하는 것이 아닌,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또 정부와 국회는 국민적 합의를 통해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최저임금 산출 방식을 마련하고 최저임금이 예측 가능한 시스템이 되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에도 그리고 내 후년에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의 갈등과 정권 눈치 보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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