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범죄합수단’ 복원 1년…‘여의도 저승사자’ 서울남부지검, 주가조작 373명 기소

입력 2023-07-0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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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본 M&A‧리딩투자 사기 등 불공정거래사범 48명 구속

올 5월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 정식 직제화
금감원‧금융위‧거래소와 ‘비상조사‧심리회’ 운영
대검 반부패2과, 금융‧증권범죄 전담 수사지휘
檢, 리딩투자 사기조직 ‘범죄단체’ 의율 첫 기소도

㈜에디슨EV 등 주가조작 세력을 수사한 검찰은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이 회사 전 대표이사를 포함해 12명을 구속하고, 20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현재까지 범죄수익 1819억 원을 추징 보전했다. 검찰 수사 결과 쌍용자동차 인수와 대규모 자금 조달을 가장해 에디슨EV 등 코스닥 상장사 2곳의 주가를 조작함으로써 12만5000명에 달하는 소액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합계 1819억 원 상당 부당이득을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한 금융범죄중점검찰청인 서울남부지검 수사관들은 쌍용차 인수와 같은 국가 기간산업까지 무자본 인수‧합병(M&A)을 통한 주가조작 소재로 삼는 대범한 범행에 크게 놀랐다고 한다.

▲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복원 후 1년간 검찰 주요 수사 사례. (자료 제공 = 서울남부지방검찰청)
▲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복원 후 1년간 검찰 주요 수사 사례. (자료 제공 =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소시에떼제네랄(SG)증권 발 주가폭락 사태와 관련해서도 검찰은 올해 5월 26일 코스닥 8개 종목의 주식 시세를 조종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총책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를 구속한 이후 지금까지 8명을 구속 기소했다. 범죄수익 7305억 원을 추징 보전한 상태다. 2019년 1월부터 올 4월까지 영업팀‧매매팀‧정산팀 등으로 조직화된 시세조종 세력은 무등록 투자일임업을 운영해 투자자금을 모집하고 휴대전화 이동매매, 다수 법인을 이용한 허위 명목의 투자 수익금 정산 수법을 써가며 장기간 점진적으로 주가를 상승시켜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했다.

시세조종 과정에서 주식 매집물량을 늘리기 위해 과도한 신용매매 및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악용,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에 취약한 구조를 만들었다. 실제 주가 하락으로 인한 SG증권 발 반대매매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소액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의 직접수사 기능 부활과 패스트트랙 제도를 통해 신속히 대응한 검찰은 주가폭락 사태 발생 후 20일 만에 총책 라덕연을 구속한 데 이어 두 달 만에 이사급 피의자 8명을 구속시켰다. 전례를 찾기 힘든 기업형 시세조종 사건이라는 게 검찰 평가다.

검찰, 범죄수익 ‘1조6387억’ 추징보전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단성한 부장검사)는 작년 7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간 자본시장을 교란하고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야기한 불공정거래 사범 등을 집중 수사해 총 373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6일 밝혔다. 이 중 48명을 구속하고, 325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범죄수익 합계 1조6387억 원을 추징 보전했다.

서울남부지검은 “무자본 M&A를 통한 주가조작, 선행매매‧다단계 등 불법 주식 리딩(Leading)방 운영, 전환사채를 활용한 회사자금 빼돌리기 등 전통적인 금융‧증권 범죄에 대해 전문 주가조작 세력, 기업 사냥꾼, 금융 브로커 등을 엄단했다”며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화된 가상자산을 이용한 범행은 물론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 비리 등 신종 범죄 또한 적극 수사했다”고 설명했다.

2020년 1월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폐지 뒤 자본시장 불공정행위 대응 역량이 약화되면서 금융‧증권 시장에서 시세조종, 사기적 부정거래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규제 공백을 틈타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불공정행위 역시 폭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복원 후 1년간 검찰 수사. (자료 제공 = 서울남부지방검찰청)
▲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복원 후 1년간 검찰 수사. (자료 제공 =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이에 지난해 5월 서울남부지검에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출범했다. 그 이듬해인 올 5월엔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로 정식 직제화하고 산하에 전담 수사과를 설치하는 등 중대 금융‧증권 범죄 수사체계를 정비했다.

주가폭락 사태 이후에는 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함께 검찰이 ‘비상 조사‧심리기관 협의회’를 운영하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대응 체계를 개선했다. ‘중요 금융‧증권범죄 패스트트랙 제도’로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과 협업수사 체계를 공고히 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과거에는 시간을 단축해서 패스트트랙 형태로 수사했다면, SG증권 발 사태에서 보듯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중요 사건의 경우엔 한 자리에 모여 동시 대응하는 방안까지 찾는 방식으로 진일보했다”고 평했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서울남부지검은 ‘단 한 번의 주가조작만으로도 패가망신한다’는 원칙이 자본 및 가상자산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엄정한 수사를 통해 범죄수익을 철저히 환수하는 한편 최근 국회를 통과한 가상자산법 시행(공포 후 1년)까지 처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상자산 관련 범죄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계좌 추적해 피해자 사기당한 돈 찾아줘

특히 대검찰청은 올해 5월부터 반부패부 산하 2과가 금융‧증권 범죄만 전담하도록 조치하며 전국 일선 청에서 진행하는 금융‧증권 범죄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이미 이 총장은 불공정거래 사범과 관련 △법에 정해진 최대한 엄정‧엄중 처벌 △범죄수익 박탈 및 환수 △다시는 금융시장에 발 들이지 못할 정도의 일벌백계 등 세 가지 수사원칙을 지시했다.

이날 수원지검 형사4부(국상우 부장검사)는 리딩투자 사기 목적의 문자 발송 범죄단체를 조직해 피해자 12명으로부터 약 12억5000만 원을 가로챈 총책 A(38‧남‧구속) 씨와 조직원 7명을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 사기죄 등으로 기소했다. 7명은 구속됐고 1명에 대해서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리딩투자 사기문자 발송 조직을 최초로 범죄단체로 의율한 사례다.

리딩투자는 고수익을 내도록 주식‧코인(가상화폐) 등 투자를 이끌어 준다는 의미로, 카카오톡‧유튜브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 주식・코인 리딩투자 사기조직 범행 구조도. (자료 제공 = 수원지방검찰청)
▲ 주식・코인 리딩투자 사기조직 범행 구조도. (자료 제공 = 수원지방검찰청)

검찰이 리딩투자 사기 피해자를 유인하기 위한 문자메시지 발송 일당을 수사한 결과, 20‧30대 피의자 8명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해킹된 카카오톡 계정으로 리딩투자 사기 문자를 보내 총 12명으로부터 피해금액 합계 12억5383만 원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금 보장 재테크’라는 문자에 속은 80세 할아버지는 평생 모은 8200여만 원을 리딩투자 사기 일당에 송금했다 돈을 전부 떼였다. 한 50대 여성은 ‘주식 리딩으로 수익을 내주겠다’는 문자에 속아 2억5100여만 원을 피해 봤고, 퇴직금과 연금으로 대출금을 갚기 위해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뒀다.

검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피해자 7명을 추가로 확인, 피해자들이 피해를 회복하는 기회를 마련하고 이들 범죄단체가 범죄수익금 약 14억 원을 취득한 사실을 규명해 각 조직원들의 자산에 대한 추징보전 조치를 완료했다. 아울러 범행에 이용된 계좌 120여 개에 관해 재차 사기 범행에 이용될 수 없도록 각 은행에 지급정지를 의뢰했다.

수원지검은 죄에 상응하는 형사처벌이 이뤄지도록 공소 유지함과 동시에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리딩투자 사기 실행 조직을 계속 추적하고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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