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부사장도?…개명으로 ‘새 출발’하는 이들의 심리 [이슈크래커]

입력 2023-07-07 16:08 수정 2023-07-0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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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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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49)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름을 ‘조승연’으로 개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최근 서울가정법원에 개명을 신청해 허가받았습니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입니다. 이 사건 이후 대한항공 부사장을 비롯해 칼호텔네트워크 등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죠.

3년 4개월 뒤인 2018년 3월엔 그룹 계열사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해 경영을 이어나가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복귀 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현 한진 사장)의 ‘물컵 갑질’ 사건으로 오너 일가의 갑질 파문이 다시 일었고, 또 모든 직책을 내려놓게 됐습니다.

2019년 4월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 별세 이후에는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함께 ‘3자 연합’을 맺어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였으나 패한 후 대외활동을 사실상 중단했습니다.

경영권 장악에 실패한 조 전 부사장은 조 선대회장의 추모 행사에도 올해까지 4년 연속 참석하지 않았는데요. 지난해 12월에는 전남편과의 소송 끝에 이혼 판결을 받기도 했습니다.

조 전 부사장은 이 같은 논란들로 자신의 이름이 세간에 알려진 것에 부담을 느껴 개명하게 됐다는 후문인데요. 사실 경영인을 비롯한 유명인사의 개명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출처=이다인 인스타그램)
▲(출처=이다인 인스타그램)
개명한 유명인 누구 있나…이유도 다양해

유명인들이 이름을 바꾸는 사례는 종종 발견됩니다. 이름이 곧 브랜드인 이들은 개명을 통해 슬럼프를 극복하거나 인지도 상승을 꾀하는데요. 배우 오연서는 과거 ‘오햇님’이라는 본명으로 활동했으나, 2007년 지금의 이름으로 개명했습니다. 배우 송승헌의 이름은 ‘송승복’이었는데, 예명으로 세련된 느낌의 송승헌을 사용하다가 아예 개명해버렸죠.

자신의 이름이 부정적인 사건이나 상황에 거론되는 경우 개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는 2014년 2월 이름을 바꿨는데요. 그가 개명한 시기는 전남편과의 이혼 소송 전이었고, 이혼 조정 내용에는 ‘결혼 기간 중 있었던 일을 외부에 누설하지 않겠다’는 다소 생소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를 감안할 때, 최 씨는 사생활 보호와 본인의 신변 노출을 피하기 위해 이름을 바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 바 있습니다.

최 씨의 딸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 씨도 같은 해 이름을 바꾼 바 있어, 일각에서는 개명이 최씨 일가의 전통에 따른 것 아니냐는 말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혹은 운세, 사주팔자를 바꾸려는 노력일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죠.

종교적 이유로 개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배우 이다인은 여러 번 본명을 바꿨는데요. 본명이 임유경이었던 그는 부모가 이혼하면서 모친인 견미리의 성을 따 견 씨로 성본을 변경했습니다. 이후 견미리가 지금의 남편과 재혼하면서 이름을 ‘이주희’로 개명했죠. 올해 2월에는 이승기와의 결혼을 앞두고 ‘이라윤’이라는 이름으로 바꿨습니다. 이다인의 개명은 독실한 불교 신자인 견미리의 뜻을 따랐다는 후문입니다.

이다인의 언니인 배우 이유비도 본명을 ‘임유진’에서 성본 변경을 거쳐 ‘이유진’, ‘이소율’로 개명한 바 있습니다. 이소율이라는 이름 역시 불교에서 따온 이름인 것으로 전해졌죠.

홍준표 대구시장도 두 차례 개명했다고 합니다. 홍 시장은 ‘홍이표’던 이름을 ‘홍판표’로, 이를 다시 ‘홍준표’로 개명했는데요. 홍 시장은 2021년 10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표’는 항렬”이라며 “4살 무렵 홍역에 걸려서 어머니가 날 이불에 둘둘 말아서 절에 찾아갔다. 12월 말에 가면 법당이 얼마나 춥나. 법당에 놓고 밤새 절을 했다고 한다. 늦둥이 아들 낳았는데 억울해서. 그런데 새벽이 되니 내가 담요 속에서 방긋방긋 웃었다고 하더라. 어머니는 저를 부처님이 살려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불전에 판 사람이라고 해서 홍판표가 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어 지금의 이름으로 개명한 이유로는 “85년도 청주에서 초임 검사를 할 때 법원장님이 ‘판사도 아닌데 이름 중간자가 왜 판 자냐’고 하더라. 안 그래도 이름 발음하기 어려운데, 특히 외국 나가면 발음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중간 이름을 ‘판’ 자와 뜻이 같은 ‘준’ 자로 바꾸게 됐다는 설명이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개명 인구 11만 명…새로운 삶 살겠다는 의지 체감돼

대법원 전자가족등록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명한 전국 인구는 11만1619명입니다. 이 가운데 여성은 7만6058명, 남성은 3만5561명이었죠.

우리나라의 개명 신청자는 2002년엔 4만6000여 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2005년 대법원이 개명과 관련해 개인 행복추구권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개명 신청자가 급증했습니다. 대법원의 원칙적 허용 이후인 2006년엔 개명 신청자가 10만 명을 넘었고, 2009년엔 무려 17만4000여 명이 이름을 바꾸기 위해 법원에 몰렸습니다. 2015년 조사 기준 매년 15만 명, 하루 400명꼴로 이름을 바꿨다고 합니다.

법원은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중시해 개명을 원칙적으로 허용합니다. 이름에 사용된 글자가 통상 사용되는 한글이나 한자가 아닐 때, 유치하거나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이름, 흉악범과 같은 이름 등이 개명 사유에 해당합니다. 개명 허가율 역시 크게 늘어 90% 이상을 기록하고 있죠. 다만 범죄 경력, 세금 미납 등이 있을 경우엔 개명이 불허될 수 있습니다. 범죄 사실을 숨긴다거나 법령에 따른 각종 제한을 회피하려는 등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마음만 먹으면 이름을 바꿀 수 있다는 겁니다.

2013년 ‘개명의 동기와 개명 후 자기지각척도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름을 바꾸고 싶은 이유로 △좋은 이름을 갖고 싶어서(14.3%)라고 응답한 경우가 가장 많았습니다. △운명을 바꾸고 싶어서(12.8%)와 △이름이 나빠서(12.1%)가 그 뒤를 이었죠. 이외에는 △성공하고 싶어서 △행복해지고 싶어서 △예쁜 이름을 갖고 싶어서 △부자가 되고 싶어서 개명을 희망했습니다.

개명은 이름이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의식의 방증이기도 합니다. 개명을 신청한 이들 중 다수가 ‘좋은 이름’으로 바꾸면서 새로운 운명을 설계하고, 성공을 이루려는 욕망을 갖는다는 건데요. 새로운 정체성 확립이 주요 동기인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성명학적 논리가 작용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개명을 통해 운명을 바꾼다는 걸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점괘나 미신 같은 비과학적 이유로 개명을 신청할 경우엔 법원도 이를 기각할 수 있는데요. 2007년 서울남부지법은 ‘이름 때문에 잔병치레를 많이 하고 전부터 개명하고자 하는 이름으로 불러왔기 때문에 개명을 원한다’는 신청을 기각한 바 있습니다. 당시 법원은 판결문에서 “이름 때문에 병을 앓는다는 주장은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이라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죠.

그러나 개명이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해석된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개명 희망자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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