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공정위에 따르면 서울고법은 5일 기업집단 미래에셋 소속회사 8곳과 미래에셋 동일인(총수) 박현주 회장이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취소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고 공정위의 승소판결을 선고했다.
공정위는 2020년 9월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는 골프장과 호텔에 대해 합리적 고려·비교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공정거래법 위반)시켰다며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43억9100만 원을 부과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회장(48.63%), 배우자 및 자녀(34.81%) 등 특수관계인들이 91.8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공정위는 계열사의 부당지원으로 미래에셋컨설팅에 약 430억 원 상당의 매출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박현주 회장 등의 지분가치가 유지 되는 등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이 귀속됐다고 판단했다.
미래에셋 측은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2020년 12월 11일 서울고법에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법은 제재가 적법한 이유에 대해 "공정위가 제제한 사유가 정당하고, 박현주 회장의 묵시적인 동의나 승인으로 이 사건의 각 거래에 관여한 부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서울고법은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4호는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과정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 규정의 취지는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가 이뤄지거나 별도의 사업기회를 행위객체에게 제공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행위객체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경우를 규율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원고들이 이 사건 골프장 및 호텔 거래의 특성상 통상적으로 이뤄지거나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는 거래상대방의 적합한 선정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도 공정위의 승소 사유로 들었다.
공정위는 "이번 판결은 특수관계인에 대한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는 상당한 규모의 부당한 이익제공 관련 규정을 독자적으로 적용한 첫 번째 사례에 대한 판결"이라며 "법원이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판단기준을 명확히 제시했다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판결 내용을 분석해 향후 제기될 수 있는 대법원 상고심에 대비하는 한편, 소송 계속 중인 남은 사건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미래에셋 측은 이번 판결이 아쉽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호텔과 골프장을 운영하며 수백억원 적자를 낸 회사에 사익 편취 조항을 적용한 것은 너무나 아쉬운 판결"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래에셋이 대우증권 합병과정에서 다양한 고객 및 임직원 행사를 진행한 것일 뿐 특정 계열사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기 위해 골프장 또는 호텔 이용을 한 것이 아니고, 공정위 단계에서부터 이러한 사정을 적극 소명했음에도 인정받지 못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판결문 검토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