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초고속인터넷의 대표 브랜드인 SK브로드밴드와 KT가 이달부터 새로운 브랜드를 내걸고 제2라운드에 돌입, 본격적인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제2라운드에서는 올해 초부터 이슈가 된 ‘결합상품’이 점유율과 매출 상승의 열쇠를 쥐고 있다. 각 회사가 내 놓은 결합상품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비교분석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브로드앤과 쿡, 업계 스타일을 말하다
지난 9월 하나로텔레콤을 흡수합병 한 SK브로드밴드가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최고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시장 변화를 주도 했다면, 이번에는 오는 6월 KTF를 인수하며 통합 출범을 준비 중인 KT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는 양상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두 기업은 지난 4월에 약속이나 한 듯 결합상품에 대비한 서비스명(BI)을 개편하기에 이른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SK브로드밴드로, ‘브로드앤인터넷’, ‘브로드앤전화’, ‘브로드앤IPTV’ 등으로 구체화 시켰다.
앞으로 모든 서비스에 초고속인터넷을 기반으로 무한 확장한다는 의미를 가진 ‘broad&(브로드앤)’을 링크 브랜드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SK브로드밴드 안승윤 마케팅부문장은 “고객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명칭을 적용함으로써 서비스에 대한 직관적 이해도 및 편의성을 높이고자 했다”며 “이와 함께 인터넷전화, IPTV 등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은 신규 사업을 서비스명에 직접 사용해 시장 선점적 이미지 제고 효과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같은 달 8일, KT 역시 홈서비스 대표브랜드 ‘QOOK’을 출시하며 맞불을 놓는다. 기존 메가패스, 메가TV 등 개별 서비스 브랜드를 ‘QOOK(쿡)’으로 통합한 것이다.
‘QOOK’은 풍부한 양질의 컨텐츠(Quality & Quantity)를 내가 원하는 대로 조절하고 요리할 수 있다는 뜻의 ‘COOK’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또 통화버튼을 ‘쿡~’ 누르는 모습을 표현했으며, 한번 클릭으로 집안에서 쉽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편리함과 즐거움을 한 음절의 글자에 담은 브랜드다.
KT 노태석 홈고객부문장은 “QOOK(쿡)은 All New KT 그룹의 혁신적 변화와 함께 과거 개별 상품 위주에서 결합상품 중심의 통합 서비스 마케팅으로 바뀌어 가는 경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브랜드” 라며 “집에선 QOOK(쿡)이 고객들 머리에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 있도록 만들겠다” 고 설명했다.
이처럼 양사의 브랜드 전쟁은 각 기업 문화에 대한 스타일을 대변하기도 한다. SK브로드밴드 ‘브로드앤’의 경우 인터넷을 사용하는 10대에서 30대까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이는 평소 적극적인 R&D와 타깃 마케팅을 잘하는 SK그룹 이미지와 흡사하다.
반면 KT의 ‘QOOK’은 한눈에 쉽게 이미지를 인식시키는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KTF의 ‘쇼’와 같이 ‘한 글자’ 시리즈가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가족 사랑과 윤리경영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KT의 기업문화를 제대로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합상품으로 불황 돌파구 찾는다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월말 현재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현황을 보면 KT가 668만2793명으로 전체 42.8%를 차지하고 있으며 SK브로드밴드는 360만8805명으로 23.1%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갈수록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신규 가입자 유치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를 타개할 만한 전략이 바로 업계에서 내세우는 ‘결합상품’인 것이다. 결합상품은 자사 브랜드를 묶어서 저렴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기획된 전략 상품이다.
KT에서는 ‘QOOK’을 중심으로 유무선결합상품 이외에도 보험, 보안, 케이블TV 등 이종 상품과의 결합상품을 내놓고 선택의 폭을 넓혔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유무선 결합 상품의 경우 ‘인터넷-집전화-TV’는 기본료의 10%, SHOW는 KTF 이동전화 가입대수에 따라 10~15%, 인터넷전화는 100%까지 할인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인터넷, 집전화, KTF 이동전화 5대를 쓰는 가정의 경우 결합상품을 이용하면 연간 60만 원 정도의 통신비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SK브로드밴드는 ‘T밴드’를 통해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을 선보였다. 가족구성원의 가입연수에 따라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기본료를 최대 50%까지 할인해 주는 ‘패밀리형’과 1인이 가입하는 ‘개인형’으로 구분된다.
패밀리형은 가족이면 최대 5명까지 가입할 수 있는 SK텔레콤의 ‘T끼리 온가족 할인제’를 활용한 상품으로, 등록한 가족 모두의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의 가입연수를 합산한 기간에 따라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의 기본료를 각각 10~50%, 가족간 이동전화 통화료도 50%를 할인해 준다. 개인형 상품은 초고속인터넷과 이동전화 기본료가 각각 10%씩 할인된다.
이와 함께 올해 1월, 초고속인터넷, IPTV, 인터넷전화로 구성된 ‘브로드앤올’ 상품과 이동전화의 결합상품을 출시하고, 여기에 초고속인터넷 또는 ‘브로드앤올’ 상품을 추가로 결합할 수 있도록 ‘T밴드’의 할인 혜택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SK브로드밴드가 초고속인터넷, IPTV, 인터넷전화를 하나의 상품으로 합쳐 월 3만3000원(광랜 기준, 3년 약정시)에 제공 중인 ‘브로드앤올’과 SK텔레콤의 이동전화를 묶어 ‘T밴드’ 구성이 가능해 최대 50%까지 기본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SKT 계열사와 연합작전, QOOK 비하인드 스토리 공개
가입자 유치를 위한 결합상품 뿐만 아니라 양사의 장외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이 보유한 자회사의 지원사격을 톡톡히 받고 있다. 4월 한달간 신규가입자를 대상으로 음악 포털서비스 ‘멜론(MelOn)’ 평생 무료 제공이라는 카드를 빼 들었다.
주로 음악을 즐겨 듣는 20~30대를 겨냥한 상품으로 4월 한 달간 ‘브로드앤인터넷’에 3년 이상 약정으로 신규 가입하는 고객 중 선착순 1060명에게 ▲무제한 프리다운로드 ▲무제한 실시간 음악감상 ▲ 뮤직비디오 감상이 가능한 ‘멜론 프리클럽’ 서비스(월 4천5백원 상당)를 사용 기간 동안 무료로 제공한다.
SK브로드밴드 안승윤 마케팅부문장은 “MP3플레이어, 핸드폰, PMP 등 IT 기술의 발전과 함께 온라인 음악 서비스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다”며 “신세대들이 초고속인터넷 중심의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추가 비용에 대한 부담 없이 좋아하는 음악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KT는 ‘QOOK’에 대한 이미지 부각에 힘쓰고 있다. 탄생배경 등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하면서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QOOK 브랜드 작업은 약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이뤄졌는데 이 기간동안 100여 개가 넘는 네이밍 후보들 가운데 선정하는 작업에 상당수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또 ‘집나가면 개고생’이라는 티저 광고가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되면서 브랜드 출시 후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QOOK은 지난해 SHOW 광고를 제작한 제일기획이 맡아 올해도 기발하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혁신적 브랜드라는 인식을 강화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