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美빅파마 순위변동, 무슨 일 있었나

입력 2023-07-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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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社, 존슨 제치고 시총 1위로

실적 뒤지지만 성장성 평가받아

당뇨·비만치료 ‘투자우선’ 떠올라

1주일여 전 미국 주식시장에서 애플이 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돌파하는 사이 주목할 일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업력 147년의 제약사 일라이릴리(Ely Lilly)가 대형제약사 섹터 시가총액 선두를 줄곧 고수해온 존슨&존슨(Johnson&Johnson)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선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덴마크 제약사인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의 주가도 줄곧 우상향해서 존슨&존슨 턱밑까지 올라왔다는 것이다.

실적과 연구개발비 규모로 단연 앞서 있는 존슨&존슨 입장에서는 꽤 당혹스러울 것이다. 존슨&존슨의 2022년 손익계산서를 보면 매출액, 순이익, 연구개발비 지출액이 각각 949억 달러(123조 원), 179억 달러(23조 원), 146억 달러(19조 원)나 된다. 일라이릴리와 비교해서 실적에서는 3배, 연구개발비 지출 규모로는 2배 이상 크다.

존슨&존슨은 매년 호실적을 내고 있고 많은 돈을 연구개발에 투자하지만, 성장성에서 두 기업에 밀리는 모양새다. 존슨&존슨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6배 수준인데 반해 일라이 릴리와 노보노디스크는 각각 67배, 42배나 된다. 존슨&존슨은 순이익 대비 주가 수준이 높지 않은 데 반해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의 주가는 이익 대비 다소 과한 수준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품목’에 있다. 존슨&존슨은 면역학, 종양학, 신경과학 등에서 다양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데 반해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는 당뇨병 치료제에 특화돼 있다. 존슨&존슨이 크론병, 궤양성대장염, 다발성골수증 등 다양한 치료제를 개발해서 인류의 건강과 생명 연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만, 냉정히 보면 치료제 시장 규모와 성장성에서는 당뇨병을 따라갈 수 없다. 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2015년에 61조 원 규모였는데 올해는 무려 138조 원을 넘길 거라고 한다. 그 이유는 당뇨병 치료제가 당뇨병뿐만 아니라 비만 치료제로도 통용되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췌장의 인슐린 분비세포에 이상이 있어서 생기는 1형 당뇨보다 성인이 되어 비만이나 운동 부족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2형 당뇨 인구가 늘어나면서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과거보다 먹거리가 매우 풍족해지면서 당뇨 및 비만 인구가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인데 이제는 식단조절과 운동으로 당뇨병을 예방하고 살을 빼는 고생을 안 해도 될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뀌는 것 같다. 물론 아직은 약의 오남용 문제가 있어서 식약처에서 품목허가나 처방에 있어 제한을 두고 있지만 일라이릴리나 노보노디스크가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면 먹는 다이어트약 대중화도 머지않아 보인다.

아무리 좋은 약이 나온다고 해도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어서 당뇨와 비만이 되기 전에 미리 건강을 챙기는 것이 가장 좋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요가나 레깅스 등 기능성 스포츠웨어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캐나다의 룰루레몬(Lululemon)은 2022년에 81억 달러(11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021년 대비 30%나 성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가 일부 반영됐겠지만 2019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한 수치이고 매년 실적이 증가하는 추세다.

다이어트 관련 국내기업들의 실적도 매우 좋다. 요가복 브랜드 젝시믹스는 2022년에 1912억 원의 매출을 올려 직전연도 대비 34% 성장했고 경쟁사인 안다르도 48% 성장한 1691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닭가슴살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푸드나무의 2022년 매출은 2172억 원인데 이는 2021년 대비 13% 성장한 것이다.

투자 관점에서는 일라이릴리나 노보노디스크 같은 위대한 빅 파마(Big Pharma)기업들의 실적과 연구개발 활동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겠지만 소중한 우리 몸을 위해서는 약물을 복용하는 것보다 좋은 음식을 많이 먹고 열심히 운동하면서 사전에 관리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다이어터 입장에서도 훨씬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건강을 더 잘 지킬 방법이기도 하다.

특히 투자의 세계에서는 더 그렇다. 요새 날씨만큼 힘든 주식시장에서 심신이 지쳐가지만, 건강을 잘 챙겨야 투자도 계속할 수 있다. 그리고 몸이 건강할수록 판단력과 집중력도 더 좋아지기 때문에 승산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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