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 앞두고 전문가들 "국가 차원 지원책 필요해"

입력 2023-07-1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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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진행 중이다. (박민규 기자 pmk8989@)
▲11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진행 중이다. (박민규 기자 pmk8989@)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와 한국기업의 대응전략 토론회’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개최됐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 의원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최 의원이 함께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국제문화교류원, 청년과미래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진표 국회의장은 “최근 국제 지속가능성 기준위원회(ISSB)가 글로벌 ESG 공시 기준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이 의무적으로 자체 공시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금융위원회도 조만간 국내 지속 가능성 공시 기준을 결정하게 된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우리 기업이 대응 전략을 고민하는 시의적절하고 수준 높은 토론회를 준비해줘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이어 “폭염과 이상 기후로 지구촌 곳곳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재앙들이 속출하는 등 기후위기가 인류가 직면한 최대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며 “많은 국제기구와 단체를 중심으로 기후위기 원인인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애써왔는데, 글로벌 ESG 공시 의무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탄소 배출 문제가 핵심 경제 현안으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 이번 토론을 통해서 이 문제에 대한 정부와 국회 공동 대응책을 마련하고 제도화하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덧붙였다.

서유석 금투협회장은 “최근 ISSB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도 지역 내 기업뿐만 아니라 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정 규모 해외 기업에도 강화된 ESG 공시 의무를 부여하는 등 오늘날 ESG는 글로벌 경제 뉴노멀로 자리 잡고, 기업 생존의 필수요소가 되고 있다”며 “금융투자 여건에서도 ESG 공시는 기업평가를 통해 투자로 이어지는 ESG 투자 생태계 첫 단추로 매우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더불어 “오늘날 ESG 담론은 '왜'가 아니라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를 모색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기업 경영자들과 실무자들은 모호함과 막막함을 호소하고 있다”며 “글로벌 ESG 공시 제도 동향을 듣고 기업의 대응전략을 논의하는 이번 토론회는 매우 시의성 있고 의미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 오늘 토론회가 ESG 경영으로의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 대응 전략과 가이드를 제공하고, 우리 기업이 ESG를 규제가 아닌 경쟁력 강화와 혁신의 도구로 삼게 되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희영 전 한국회계기준원장과 윤나영 회계기준원 책임연구원은 ‘ESG 공시와 산업의 혁신’을 주제로 ESG의 전반적인 이해와 국제회계기준원(IFRS)이 최근 발표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설명했다.

김 전 원장은 “ESG를 두고 벌이는 일종의 장애물 경지는 이미 시작됐고, ESG 공시 기준 발표는 트리거”라며 “이후에 나타날 기업 혁신이 성취될지는 중요한 문제다. 기업과 정부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나선 김광기 ESG 경제 대표이사는 ‘ESG 정책 동향과 대응’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ISSB에서 발표한 기준안을 어떻게 국내에 적용할 것인지를 논의 중이며, 3~4분기쯤 발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전사적인 ESG 관련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우리 IT 기술을 이용한 플랫폼을 통해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국내 기업들이 ESG를 실천하고자 해도 관련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이를 양성하는 교육기관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원청·하청 간 불균형 문제, 산업현장에서 발생 중인 문제들을 ESG 기준이 제시됨으로써 원활히 풀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SG 공시의무의 파급효과와 상쇄전략’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박희원 넷제로홀딩스그룹 대표이사는 “환경 위기가 굉장히 위중한 상황인데 국내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위중한지를 잘 모르고 있다는 게 큰 문제”라며 “IFRS가 과학기반목표이니션티브(SBTi)를 주창하면서 환경 문제는 정치·정책에서 경제 논리로 무게 중심이 실리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박 대표는 “SBTi는 직접배출(스코프1), 간접배출(스코프2)을 넘어서 연관배출(스코프3)까지 탄소 감축 범위를 확대했는데, 이는 기업의 경우 공급망·협력업체, 금융기관의 경우 대출·PF·투자·모기지 대상 기업을 포함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대출 회수 혹은 수출 규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2~3년 내로 ESG 공시가 의무화되는데 탄소 배출 부분에 있어 기업들이 배출하는 탄소를 상쇄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는 단기간에 가능한 것이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기업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기업이 스스로 해결할 답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표 이후에는 학계와 금융투자업계 인사들의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곽재원 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은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칠 ESG 문제를 총괄할 수 있는 국가 단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스코프3는 밸류 체인에서 기업이 노력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이제는 산업 섹터와 금융섹터가 에너지 섹터에 의견을 내야 한다”며 “환경 문제는 탄소가 다가 아니다. 탄소는 오히려 오랜 시간 고민해 산정이 되기 때문에 그나마 공론화된 것이며, 원료, 폐기물 등 순환경제의 순환적 문제로 확장이 되는 게 자명한데 한국은 이에 호의적인 상황이 아니므로 경각심을 가지고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천수 KB증권 글로벌사업총괄 전무는 “ESG는 꼼꼼히 다지면서 제대로 경영하자는 것”이라며 “ESG 위기가 IMF와 맞먹는 전환점이 될 수 있으나 위기에는 항상 기회가 있다. 정부 기업, 금융, 언론, 시민단체 등 이해당사자들이 협력하면 난관을 돌파하고 재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이사는 “모든 시장 참여자에게 플러스가 되는 공시가 되기 위해서는 기준을 잘 만들어 놓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기업이 정확한 정보를 기준에 맞춰서 제공할 수 있을지, 서비스 제공자나 투자자들이 공시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 정보를 만들어 내 가공할 수 있는지, 두 가지 측면이 성공적인 공시 기준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토론회 제목처럼 ESG 공시 의무화 이후 기업 대응전략의 핵심은 결국 ESG 경영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보화 삼일PwC ESG플랫폼 파트너는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ESG에 대한 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공시뿐만 아니라 ESG 관련 수치를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기업들이 대다수”라며 “ESG 공시 의무화에 대한 방향성이 잡혀가고 있으므로 이제 기업들이 과연 이 공시를 어떻게 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지원책에 집중한 논의가 많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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