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中 반도체원료 통제는 ‘양날의 검’

입력 2023-07-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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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술제한에 中 수출통제 맞불

수혜는 일시적, 시장지배력 감소

對中의존도 높은 곳 대응 주목돼

중국은 지난 7월 3일에 반도체 생산에 중요한 두 가지 원료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중국 당국의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는 8월 1일부터 발효된다.

이번 수출 통제 조치는 미국 독립기념일 전날이자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하기 직전에 나왔다. 중국은 미국 및 유럽과의 기술무역 전쟁이 고조됨에 따라 이들 원료가 군사적 용도에 사용되거나 국가 안보와 이익을 훼손하는 경우 수출 신청을 거부할 방침이다. 이번 수출 통제가 발표된 후 한국, 일본 등 관련 국가들은 이번 조치가 가져올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전기자동차, 군사용 무기,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두 원료 금속의 지배적인 생산국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 Geological Survey)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갈륨 생산량의 98%, 게르마늄 생산량의 68%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생산국이다.

중국은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던 광물 채굴업과 가공업을 통합하여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 여기에 국가 보조금을 결합해 다른 국가가 따라올 수 없는 낮은 비용으로 광물 원료를 생산하고 수출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중국은 많은 중요한 광물 자원에 대한 세계시장 지배력을 키워왔다.

이번 조치에서 주목할 부분은 중국의 통제 조치가 미국과 동맹국들이 최근 몇 주 동안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6월 말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인공지능 반도체 수출 금지를 강화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금지 가능성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올해 중국의 맞대응 조치는 이번이 두 번째이며, 지난 5월 미국 최대 메모리 칩 제조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를 제재한 것이 첫 번째다.

한편 중국의 이번 수출 통제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에 추가적인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더 분명한 것은 단기적으로 이들 두 원재료의 가격이 상승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진다는 점이다. 중국은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두 원재료의 수출을 통제함으로써 글로벌 공급량을 조절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두 원재료의 가격 상승을 유발한다.

그러나 원재료 가격의 상승은 중국 이외의 광물 생산 국가에 비용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이는 결국 중국 외 국가들에서 생산량이 증가하고, 이를 통한 글로벌 공급량 증가는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다시 말해서, 중국 기업이 일시적으로 더 높은 가격의 수혜를 입지만 중국의 시장 지배력은 상실된다. 일례로 중국이 2010년 희토류에 대한 수출 통제를 단행한 후 중국의 희토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10년 97%에서 2019년에 약 60%로 떨어졌다.

수출 제한을 부과하면 시장 지배력은 감소할 위험이 있다. 즉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두 원료의 대중 수입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 이번 조치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일종의 가속기가 될 수 있다. 특히 두 원료의 대중 수입의존도 1위와 2위 국가인 일본과 한국 정부가 어떤 대응 방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중국의 갑작스러운 원료 물질에 대한 수출 통제 발표는 미국과의 기술무역 전쟁을 한층 심화시킬 전망이다. 그리고 중국의 조치는 첨단 반도체에 대한 접근을 놓고 경쟁하는 미국에 대한 경고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은 이번 조치를 통해 미국과 동맹국에게 다양한 보복 옵션을 가지고 있음을 상기시키려 한다. 그래서 이번 조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첨단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려는 미국의 시도를 막기 위한 것이다.

반도체의 미래를 놓고 벌이는 미중 양국의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기술 수출 제한 확대에 대응해 추가적인 보복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중국에 대한 첨단 기술 제한이 강화되면 될수록 중국의 맞대응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수출 통제와 같은 비시장적 조치는 언제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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