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 너도 되고 싶니?…욕망으로 괴물이 된 세상 [이슈크래커]

입력 2023-07-1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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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유명해지기만 하면 돈이 되는 세계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셀러브리티’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셀러브리티’는 셀러브리티(셀럽)들의 화려하고도 치열한 민낯을 그린 시리즈입니다. 공개 2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비영어) 부문 정상에 오르면서 인기를 증명했죠.

극 중 서아리(박규영 분)는 다른 셀럽이 벌인 사건에 누명을 쓰고,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것처럼 가장합니다.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나타난 서아리는 라이브 방송으로 자신을 위기에 빠트린 다른 셀럽들의 실체를 폭로하는데요. 평범한 일반인에서 셀럽으로 거듭난다는 서사와 반전 요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화려함과 그 이면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SNS를 통해 유명해진 인플루언서를 ‘신흥 귀족’으로 정의합니다. 명품 옷과 가방을 휘감고,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는 화려한 겉모습 때문만이 아닌데요. 수백만 명까지의 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인물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경제적 이익을 얻고, 나아가 막강한 영향력까지 손에 쥡니다. 이는 현실을 쏙 빼닮은 모습이죠.

인스타그램에서는 오마카세(맡김 차림), 파인다이닝 식당에 방문한 인증 사진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명품 가방 로고나 자동차 키가 잘 보이게 구도를 조절한 노력도 곧잘 발견되죠. 탄탄한 몸을 드러내는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게시물도 빼먹을 수 없습니다. 이 같은 인증 사진은 더 많은 팔로워를 부릅니다. 부나 외모 등 대중이 좇는 환상을 전시하고 눈길을 사로잡는 겁니다.

날이 갈수록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시장 규모는 확대되고,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요소들도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인데요. 넷플릭스 ‘셀러브리티’의 인기에 힘입어, 인플루언서 시장의 명과 암을 살펴봤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인플루언서, 단순 ‘팔이피플’?…시장 ‘좌지우지’

인플루언서는 ‘영향을 주는 사람’, ‘영향력 있는 사람’ 정도로 정의할 수 있겠는데요. 연예인과 구분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는 인물 중에서도 대중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을 일컫습니다.

과거엔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통해 유명세를 얻은 이들을 인플루언서로 취급했다면, 이제는 단순히 화제가 되는 걸 넘어서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심어주거나 구매를 유도하는 등 소비 패턴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을 인플루언서라고 칭하는 모습입니다. 팔로워가 어느 정도 모이면 모두 짠 것처럼 건강식품, 화장품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모습에 일각에서는 이들을 ‘팔이피플’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업계에서는 이를 넘어 직접 자신만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개인을 인플루언서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SNS 광고비는 팔로워 수에 따라 금액이 달라집니다. 팔로워 수가 많을수록 단가도 커지는데요. 인스타그램 팔로워 6억 명 돌파를 코 앞에 두고 있는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2021년 인스타그램으로만 4000만 달러(한화 약 509억 원) 정도를 벌었다고 합니다. 지난해 호날두가 올린 게시물을 감안한다면 한 게시물당 약 160만 달러(한화 약 20억 원)를 번 겁니다. 기본적인 계약은 피드에 사진 한 장이지만, 월 단위 계약이나 사진 몇 장 등 세부적인 조건은 바뀔 수 있습니다. 또 팔로워 수가 적더라도 인지도가 높은 인플루언서나 연예인은 SNS 광고비를 더 책정받을 수 있다는 전언입니다.

업계가 인플루언서들을 광고에 활용하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인플루언서는 연예인보다 소비자와의 거리가 가깝습니다. 광고 모델인 연예인은 제품을 사용한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지만, 인플루언서들은 실제 소비자를 자처합니다. 연예인을 등용하는 것보다도 저렴하지만, 더 큰 마케팅 효과를 줄 수 있기도 합니다.

실로 시장조사 기업 칸타코리아의 2021년 ‘칸타 이커머스 행동 연구’ 조사 결과에서 MZ세대는 ‘온라인에서 제품 구매 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묻는 말에 가족(32%)에 이어 SNS 인플루언서(29%)를 꼽았습니다. 친구는 22%에 그치면서 인플루언서 비중이 더 높았죠. 칸타코리아는 소비 활동에 과거 친구 등 또래집단이 가지고 있던 영향력의 상당 부분을 인플루언서들이 가져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에 인플루언서 시장 규모도 연일 커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마케팅 분석업체 인플루언서마케팅허브에 따르면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세계 마케팅 시장 규모는 2016년 17억 달러(한화 약 2조1600억 원)에서 지난해 164억 달러(약 20조9000억 원)로 훌쩍 커졌습니다. 올해도 대폭 늘어난 211억 달러(한화 약 26조9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자연스럽게 인플루언서를 양성하고 관리하는 에이전시나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으로 브랜드 유통에 나서는 회사도 등장했습니다. 이커머스나 오프라인 매장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인플루언서들을 주력 채널로 삼아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이죠. 대구사이버대학에는 최초로 인플루언서 학과가 신설되기도 했고, 현대카드는 SNS 활동에 따라 캐시백을 제공하는 인플루언서 전용 카드를 처음으로 출시했습니다.

▲(출처=이웃집의 백호 인스타그램)
▲(출처=이웃집의 백호 인스타그램)
‘인기=부’로 직결되는 시스템, 부작용 없을까?

인플루언서의 인기를 증명할 수 있는 척도인 ‘팔로워 수’는 곧 부로 직결된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시스템은 상당한 부작용도 낳습니다. 관심을 받기 위해 불사한 행위로 오히려 대중이 등을 돌린 경우도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450만 명, 유튜브 구독자 13만 명을 보유한 인플루언서 프리지아는 화려한 외모와 호탕한 외모로 주목받았는데요. 명품 제품이나 넓은 집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SNS에도 화려한 일상을 담은 게시물이 다수 게재돼 왔죠. 2021년에는 넷플릭스 리얼리티 ‘솔로지옥’에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얻었고, 배우 강예원이 대표인 효원CNC와 전속계약을 맺고 방송 출연도 겸하며 활발히 활동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초 명품 브랜드의 가품을 착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는데요. 논란이 거세지자 이를 인정,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그는 5개월간 자숙한 뒤 최근에는 소속사 써브라임과 전속계약을 체결, 다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죠.

최근에는 팔로워 86만 명(인스타그램 28만 명, 트위터 45만 명, 유튜브 13만 명)을 보유한 ‘이웃집의 백호’와 관련된 논란이 온라인상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백호는 웰시코기 강아지인데요. 씩씩한 성격과 귀여운 생김새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난달 6일 항암치료를 받다가 세상을 떠나 팬들을 눈물짓게 했는데요. 논란은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이웃집의 백호’ 채널을 운영하는 백호의 주인이 백호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백호가 죽자마자 웰시코기 품종의 강아지를 새로 입양한 점과 함께 백호 굿즈 판매 수익 기부 여부, 백호 항암 치료를 위한 상품 판매 수익금 사용처 등에 대한 의혹 등이 잇따랐습니다. 지난해 12월 백호는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지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팬미팅 인원을 모집한 점, 수술 9일 만에 팬미팅을 진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죠. 백호 주인의 반박 이후로도 해명 요구는 빗발쳤는데요. 현재 ‘이웃집의 백호’ 채널들은 모두 삭제되거나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들에게선 현실 삶과 동떨어진 SNS상 모습을 유지하려 했다는 공통점이 발견됩니다. 소비 생활을 전시하면서 부를 과시하고, 동화 같은 서사를 꾸며내면서 타인이 선망하는 이미지를 연출, 자신의 존재를 각인한 거죠.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인플루언서 영향력 막강한 시대…과몰입은 금물

팔로워에 대한 집착은 끝없이 뻗어나갈 수 있습니다. 팔로워 17만 명을 보유한 중국의 한 인플루언서는 자택에서 음주 방송을 한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는 사망 전 라이브 방송에서 알코올 도수가 60도에 달하는 중국의 전통술인 백주를 여러 병 마신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그의 아내는 “남편이 결혼 전에 진 빚을 갚기 위해 온라인 생방송을 시작했다”며 “아들이 유치원에 가면 집 수리비를 위해 함께 돈을 벌 계획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그의 방에는 ‘돈이 목숨보다 중요하다’는 문구도 적혀 있던 걸로 알려져 씁쓸함을 더했죠.

인플루언서는 초반 정보 공유, 소통 등 의도로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현재 인플루언서는 상업적인 활동으로 변질된 모양샌데요. SNS에서는 욕망이 담긴 허상을 만들어 자신을 투영하는 모습도 곧잘 발견되곤 합니다.

이제 인플루언서는 단순히 제품을 노출하고 소개하는 것을 넘어 기획·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기업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단계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인플루언서가 뉴미디어 시대에서 ‘1인 기업’으로도 불리는 만큼, 자신의 영향력을 인지해야 한다는 지적인데요. 대중 역시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자크 라캉의 명제를 떠올려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전문가들은 SNS 이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고, 우울증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죠. ‘과몰입’은 금물이라는 겁니다.

‘셀러브리티’ 서아리 역을 맡은 박규영은 최근 인터뷰에서 “SNS를 자주 이용하는 한 사람으로서 ‘셀러브리티’를 통해 SNS에 분명한 명과 암이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며 “SNS는 잘만 활용하면 더할 나위 없는 홍보 수단이고, 제 일상의 자연스러운 모습도 보여드릴 수 있지 않나. 그만큼 영향력도 엄청난데, 많은 정보가 몰려있는 만큼 위험한 정보도 다수 섞여 있기에 그런 부분에는 휘둘리지 말아야겠다는 배움을 얻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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