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내부통제 강화' 무색한 금융권

입력 2023-07-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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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지원을 위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가 최대 10억 원에 달하는 성금과 대출금리·수수료 인하 등 종합금융대책을 내놨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고금리에 이자장사, 성과급 잔치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올 상반기 사회공헌 액수도 12% 가까이 늘리는 등 상생금융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이런 은행권 상생금융을 위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은 13일 190개의 대포통장을 국내외 보이스피싱 조직에 유통한 일당 3명을 검거했다. 이 가운데 대포통장 개설을 도운 현직 은행원도 검거돼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700억 원대 은행원의 횡령 사건 발생 이후 은행들은 올해 핵심 화두로 내부통제 강화를 내세우고, 관련 제도를 보완하고 있지만 여전히 횡령사고는 반복되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국내 은행의 횡령 사고는 9건, 액수는 16억1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금융권은 올 하반기에도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고객’과의 상생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은행원의 반복되는 횡령사고가 금융권의 상생금융 노력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은행권은 산불과 홍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국가적 재난 상황에 항상 앞장서 지원책을 내놓는 등 솔선수범했다.

다만 은행원 개인의 잇따른 일탈이 금융권 전체의 신뢰도를 하락시키고 있다. 상생금융을 위한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개인의 일탈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금융권은 최근 각종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임원별 책임을 명시한 ‘책무구조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의 내부통제 사전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내부통제 제도 개선은 윤석열 정부가 금융권 책임경영 확산을 위해 추진해 온 국정과제다. 이러한 노력이 금융권 비리와 횡령사고 방지를 위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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