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불공정거래 향한 법 감정

입력 2023-07-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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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입 - 총비용’.

앞으로 자본시장에서 남을 속이거나, 적법하지 않은 방법으로 얻은 부당이득을 따질 때 사용할 계산식이다.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자본시장법 개정안 신설 조항 ‘442조의2’다. 부당이득에 ‘과징금 2배’를 부과할 수 있게 됐으니 단돈 1원을 놓고 공방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부당이득 산식 명확화, 과징금 2배 등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달 말에 국회 문턱을 모두 넘었다. ‘불공정거래 세력과 전쟁’을 선포한 금융당국이 승전보를 울린 것일까. 답을 명쾌하게 내리기 어렵다. 학수고대했던 승전보를 볼 때마다 개운치 않은 감정이 생기기 때문이다. 불편한 감정의 시작은 ‘총비용’에서 시작된다. 법을 어겨가면서 이득을 취한 위반자에게 ‘비용’을 왜 빼줘야 하는지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아서다.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빼는 방식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체계자구검토보고서를 통해 제시했던 대법원 판례(2011. 10. 27. 선고 2011도8109 판결)를 반영한 것이다. 해당 판례에는 “통상적인 경우에는 위반행위와 관련된 거래로 인한 총수입에서 거래를 위한 총비용을 공제한 차액을 산정하는 방법으로…(중략)…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이익을 산정해야 하며, 그에 관한 증명책임은 검사가 부담한다”고 나와 있다.

금융당국에 물었다. 부당이득에서 ‘봐줘야 할’ 비용이 무엇인지. 증권거래세 등 주식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개념의 비용이라는 답을 받았다. 이미 국가에 귀속된 세금, 수수료 등이 부당이득 산식에서 말하는 비용이라는 것이다. 국가에서 확보한 비용을 또다시 부과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른바 ‘라덕연 사태’는 자본시장의 오랜 종사자들조차 혀를 내둘렀다. 예상을 벗어날 정도로 사기 수법이 치밀하고 교묘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사기 사건의 가담자일 수 있는 역설적인 상황도 조작단의 사기 수법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뒷배경도 모르고 저유동성 종목에 투자해 주가가 오른다고 기뻐했다가 한순간에 깡통계좌를 확인한 개미투자자들은 자기책임원칙 앞에서 억울함을 토로하지도 못한다.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기존 자본시장법 제443조 제2항제2호 내용이다. 과징금 2배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더라도 불공정거래 세력을 엄단할 법적 근거는 이미 있다. 상법의 특별법인 자본시장법에 제재 수위가 높은 벌칙 조항이 갖춰졌던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무기징역이란 벌칙조항이 있는 것과 판결을 내리는 것은 별개라고 얘기한다. 실제로 불공정거래로 무기징역에 처한 판례는 아직 없다.

최근 금융투자업계 고위 임원을 만난 자리에서 ‘도박 판돈 계산법’이 화두로 올랐다. 그는 “도박 판돈은 잃은 돈, 딴 돈을 모두 합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주가를 조작했다면 매수, 매도했던 금액을 모두 더해서 부당이득을 계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위해서 불공정거래에 대한 엄단은 필수다. ‘패가망신’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낼 단어가 아니다.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불공정거래를 향한 시장의 법 감정은 고조돼 있다. 법관의 판결과 일반인의 법 감정의 온도차 논쟁이 자본시장에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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