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 L 선생님이 도움받길 거부하는 듯한 A 어르신과 나눈 대화의 일부다. L 선생님은 모 지역에서 어려움에 처한 주민들을 돕는 공공 사례관리사다. 그런데 A 어르신은 관청에서든 민간 복지기관에서든 돕기 위해 찾아간 사람을 만나주지 않으셨다고 한다. 겉으로만 보면, 도움의 손길을 외면하고 철벽을 치는 듯했단다.
“첫째 날은 무조건 찾아갔어요. 몇 시간 기다렸다가 집에 들어오시기에 약속만 잡았죠. 둘째 날은 첫째 날 어르신이 귀가하는 시간에 만나기로 하고 찾아갔는데, 운 좋게 계셨고요. 셋째 날은 약속을 기억하고 지키시는지 알기 위해서 OO시로 약속하고 갔는데 제가 온다고 문을 활짝 열고 환기하고 기다리시더라고요. 그래서 잠깐 대화를 나누었죠. 오늘은 15분 정도 대화했는데, 우리 같은 사람에게 ‘말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고 하시더라고요.”(L 선생님)
A 어르신과 대화를 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사부터 정중하게 해야 할까? 어르신이 좋아할 만한 물건을 드려야 할까? 모두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으리라. 하지만 굳게 닫힌 마음 문을 열기엔 충분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온갖 친절한 말과 유용한 물건 모두 ‘내가 생각하기에 가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열쇠가 없는데 자물쇠를 열 수는 없다. 따라서 어르신이 생각하기에 중요한 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한마디로, 어르신이 사회복지사를 집에 오지 못하게 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오해하지 마시라. ‘이유’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어르신이 보기에 ‘이유’가 있으리라 짐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사회복지사가 알고 있는 지식, 이론, 경험을 우선시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본인을 도우려는 사람들에게 온갖 철벽을 치고 접근조차 하지 못하게 막았던 A 어르신 마음을 무너뜨린 L 선생님 방법은? ‘존중’이다.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장·임상사회사업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