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저평가?”…코스닥 ‘퀀텀점프’의 필요조건[K-나스닥 성장통②]

입력 2023-07-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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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은 한국의 나스닥, 이른바 ‘K-나스닥’을 꿈꾸며 탄생했지만 여전히 유가증권시장의 ‘2부리그’쯤으로 생각되는 게 현실이다. 주가는 30여년 가까이 답보 상태고,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코스닥시장을 단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로만 여긴다. 글로벌 기업들의 혁신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코스닥의 ‘퀀텀 점프’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30년 지속된 코스닥 침체기=1996년 7월 1일, 유가증권시장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는 중소·벤처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미국의 나스닥을 본따 코스닥이 출범했다. 당시 341개였던 상장기업 수는 현재 1655개로 늘었고, 시가총액도 출범 초기 7조6000억 원에서 432조 원대로 불어났다(14일 기준).

몸집은 커졌지만 질적 성장은 더디다. 당시 기준지수 1000포인트로 출발한 코스닥지수는 현재 896.28포인트에 그친다. 30년 가까이 박스권에 갇혀 있는 셈이다.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가 10배가량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코스닥도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정보기술(IT) 광풍에 올라탄 코스닥은 탄생 3년 만에 2800선을 돌파했다. 불과 8개월 뒤 버블은 꺼졌고, 코스닥은 오랜 침체에 빠졌다.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21년 만에 마침내 ‘천스닥’을 넘겼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천스닥’ 가로막는 코스닥 디스카운트=올해 초 취임한 코스닥협회장으로 취임한 오흥식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천스닥’의 필요조건으로 “코스닥 디스카운트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스닥시장의 저평가 요인 중 하나로 높은 변동성이 꼽힌다. 14일 기준 코스닥의 시가총액 대비 회전율은 2.85%로, 코스피(0.69%)보다 4배가량 높다. 회전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손바뀜이 많다는 뜻이고, 외국인이나 기관 등 ‘큰손’들의 자금 유입도 원활하지 않다. 개미 중심의 시장은 대내외 충격에 주가가 출렁이는 일이 다반사고, 시총이 작은 기업의 경우 쉽게 작전세력의 표적이 되곤 한다.

코스닥은 기업들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상장 문턱을 낮춰왔다. 2005년 도입된 기술특례제도는 당장은 실적이 나지 않아도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기업에 대해 상장 기준을 완화한 제도다.

문제는 낮아진 문턱만큼 내실이 단단해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예상과 달리 오랜 기간 매출이 나지 못하거나 경영진의 횡령·배임으로 인해 상장폐지 기로에 놓인 기업들도 상당수다. 올해 1월 상장폐지가 결정된 유네코나, 감사의견 ‘거절’로 3월부터 거래가 정지된 셀리버리 등이 이 제도를 활용해 증시에 입성했다.

◇“질적 성장 위한 노력 필요할 때”=한국거래소는 지난해 말 나스닥의 ‘글로벌 셀렉트 세그먼트’를 벤치마크한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를 출범했다. 대표 우량기업들이 저평가받는 현상을 해소하고 별도 관리를 통해 시장 전체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코스닥 글로벌에 편입된 나이스평가정보와 비에이치가 반 년도 되지 않아 코스피 이전상장을 결정했다. 해당 지수를 활용한 연계상품도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코스닥글로벌’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코스닥글로벌’ 등 상장지수펀드(ETF) 2종이 전부다.

업계에서는 상장 이후 지속적인 질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혁신기업의 지속적인 유입뿐만 아니라 제도적으로는 코스닥에 머무를 수 있는 인센티브와 같은 유인이 마련돼야 하고, 기업도 투자자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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