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이 수요 추월…글로벌 전기차 가격 경쟁 심화

입력 2023-07-1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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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리점 재고량 9만 대…1년 전 대비 4배 증가
고가·충전 어려움이 전기차 구매 주저 요인
포드, F-150 라이트닝 전기 픽업트럭 약 1만 달러 인하
신모델 등장으로 경쟁 더 치열해질 듯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1월 27일 열린 오토쇼에 포드 F-150 전기 픽업트럭이 전시돼 있다. 필라델피아(미국)/AP뉴시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1월 27일 열린 오토쇼에 포드 F-150 전기 픽업트럭이 전시돼 있다. 필라델피아(미국)/AP뉴시스
최근 몇 년에 걸쳐 배터리와 부품 부족에 공급난을 겪었던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마침내 전기자동차와 트럭 등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공급이 수요를 추월하면서 구매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자동차 업계의 가격 인하 경쟁에 불이 붙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기차 판매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생산량을 따라잡을 만큼 그 속도가 빠르지는 못하다.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기관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현재 미국엔 9만 대 이상의 배터리 구동 자동차와 트럭이 매장에 대기하고 있다. 이는 1년 전보다 4배 증가한 수치다. 현재 판매 속도로 따지면 103일 동안 판매할 수 있는 재고량이다.

미국의 2분기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48% 증가했지만, 출고 대수와 비교하면 모자라는 수준이다. 상반기 전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의 71% 증가와 비교한 성장이 둔화했다.

WSJ은 “일부 자동차 회사들은 이미 재고 과잉 상태에 들어섰다”며 “이는 새로 출시된 전기차 모델을 수개월 기다려야 했던 1년 전과는 반전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늘어난 공급과 함께 전기차 충전의 어려움, 높은 가격 등을 이유로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룬 것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업체들이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자 소비자들이 동급의 내연차보다 더 저렴해질 것을 기대해 오히려 구매를 늦추고 있다. 또 현재 판매되는 대부분 전기차는 320~400km를 주행한 후 재충전이 필요하다. 충전소를 찾기 어렵고 충전에 걸리는 시간이 불확실하다는 점이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불균형한 수급 상황을 고려해 자동차 업체들은 가격을 내리고 인센티브를 늘리기 시작했다.

포드는 이날 F-150 라이트닝 전기 픽업트럭의 가격을 종전의 5만9974달러(약 7600만 원)에서 17% 인하한 4만9995달러로 제시했다. 고급 모델인 플래티넘은 약 6.2% 낮춘 9만1995달러로 책정했다.

포드의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는 테슬라가 올 들어 전기차 가격을 수차례 인하한 데에 따른 것이다. 테슬라는 단기 수익성을 희생하더라도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공격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해 왔다. 테슬라는 올해 안에만 모델에 따라 차량 가격을 14~28%까지 낮췄다. 포드를 비롯한 경쟁사보다 영업 마진이 높아서 가격을 낮출 여지가 더 많았다는 점이 테슬라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런 가운데 전기차 제조업체의 가격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테슬라는 미뤄뒀던 사이버트럭 생산을 4년 만에 개시했다. 제너럴모터스(GM)도 조만간 쉐보레 실버라도 전기트럭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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