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시장 안팎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 2% 동결 관측이 우세했다. 현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거나 올릴 필요가 없다며 현행 금리수준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이 변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이번 금통위 평가를 내렸다.
전문가들은 최근 역대 최고치를 기록중인 경상수지를 비롯해 경기선행지수, 무역수지 등 경기지표들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 한은이 의미를 부여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한국경제가 저성장과 기업 구조조정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 글로벌 경기에 대한 한은의 보수적인 관점이 이번에도 유지되는 모습이었다고 판단했다.
외환시장 동향과 관련해 원ㆍ달러 환율 역시 1200원대로 안정적인 하락 기조로 접어들었다는 판단도 금리 동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시장 참가자들이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점차 키워가고 있는 모습도 동결 흐름을 유지한 배경이 됐다.
물론, 일각에서는 가시적인 경기회복으로 판단하기에는 펀더멘털 개선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향후 경기가 악화됐을 때를 대비한 정책 수단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금리인하 카드를 남겨뒀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은은 따라서 과잉유동성에 대한 경계감과 그동안의 금리 인하에 따른 효과를 재차 확인하는 과정에서 5월 금통위 역시 금리인하와 관련한 신중한 행보를 지난달에 이어 지속해 나갔다고 시장은 판단했다.
오상훈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하락세가 점차 둔화세로 접어들었고 환율과 주가 등 최근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나타내면서 지난해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전으로 점차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지만 한국 경제가 올 한해 마이너스 성장으로 위기의 중심에 있는데 곧바로 긴축 기조로 전환하는 데 무리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한국경제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긴축기조로 급선회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나왔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화정책 효과가 실물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데 최소 수분기가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은이 섣불리 통화기조를 변경하는 것은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도 "대내외 금리차를 관점에서 바라보더라도 원화 유동성을 흡수할 이유가 없다"면서 "현 시점에서 한은이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그간 시중에 공급한 유동성이 적절히 스며들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과 시장금리의 하향 안정 기조가 유지되도록 여건을 조성해 나가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은이 금리인하를 굳이 고려하더라도 실물경제 흐름에 결정적 영향을 줄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개 과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통화정책 방향을 수립할 것"이라면서도 "금융 불안 우려가 추가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이상 현 통화정책 기조는 올 연말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