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적용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40원(2.5%) 오른 9860원(시급)으로 결정됐다. 최종 중재안으로 이보다 많은 9920원이 제시됐지만 노동계가 거부하면서 최종 결정액이 더 낮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 심의 과정이 협상이 아닌 '흥정'으로 변질되자 막판 표결에서 경영계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는 2025년 이후로 미뤄졌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5차 전원회의에서 ‘2024년 적용 최저임금안’을 의결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자충수로 요약된다. 민주노총이 공익위원 중재안을 받아들였다면 내년도 최저임금이 최종 결정안보다 60원 더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종 결정안과 중재안의 차액인 60원에는 합리적 근거도 전혀 없었다. 여기에서 최저임금 결정방식의 구조적 결함도 노출됐다. 민주노총은 중재안을 습관처럼 반대했고, ‘눈치 게임’하듯 최임위 참여주체 일부의 판단에 최저임금액이 좌우되는 구조가 반복됐다.
이번 회의는 18일부터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전날 14차 회의에서 노·사는 8차 수정안까지 제출했다. 요구액 격차는 최초안 2590원에서 775원까지 좁혀졌다. 이에 공익위원은 상한선 1만150원(5.5%), 하한선 9820원(2.1%)을 심의촉진구간으로 제시하고 14차 회의를 폐회했다.
최임위는 자정을 넘겨 15차로 차수를 변경해 회의를 재개했다. 노·사는 심의촉진구간 내에서 10차 수정안까지 제출했다. 노동계는 1만20원(4.2%), 경영계는 9840원(2.3%)을 각각 내놨다. 격차가 180원까지 좁혀짐에 따라 공익위원은 운영위원회를 개최해 시간급 9920원(3.1%)을 조정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4명)의 반대로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이에 최임위는 노·사 최종 제시안을 표결했다. 그 결과 노동계 안 8명, 경영계 안 17명, 기권 1명으로 경영계 안이 채택됐다. 공익위원은 경영계의 손을 들어줬다.
최저임금액은 근로자 임금수준, 중소기업·소상공인 인건비 부담뿐 아니라 노동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저숙련 일자리 공급과 업종·직종별 수급 균형, 물가가 대표적이다. 따라서 최저임금 영향에 대한 과학적 검토를 토대로 한 ‘적정수준’ 논의가 필요하다. 다만, ‘협상 중심’인 현재 결정구조에선 이런 논의가 어렵다. 심의의 끝은 늘 눈치 게임이다.
앞서 정부는 2019년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이원화하는 방향의 개편안을 내놨다. 하지만, 해당 개편안은 국회로 넘어가 사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