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돌이' 돈 더주는데 '노가다'를 왜?"…'평등 인상'이 부른 나비효과

입력 2023-07-19 13:59 수정 2023-07-1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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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24% 오른 기간 조선업 등 시간급 되레 줄어

▲이마트24 무인매장 김포DC점  (사진제공=이마트24)
▲이마트24 무인매장 김포DC점 (사진제공=이마트24)

“예전엔 인력사무소를 통해 일용직으로 오는 20대가 종종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 일의 강도를 따졌을 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떨어지니 잘 안 오려고 한다.”

대전·충남에서 15년차 건설현장 안전관리자로 일하고 있는 최모 씨는 “건설업이 일은 힘들더라도 그만큼 일당을 많이 준다는 장점이 있었는데,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그런 장점도 많이 사라졌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현장에는 온통 외국인뿐”이라고 덧붙였다. 충북에서 건설현장 중간관리자로 일하는 김모 씨도 “100명을 구하면 그중 젊은 사람은 2~3명뿐”이라며 “이마저도 며칠 일하다가 힘들면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그만두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3D(힘들고·더럽고·위험한) 업종의 인력난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 중 하나다. 지난 10년간 최저임금이 두 배 가까이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업무강도가 낮은 업종으로 청년층이 유출됐다.

◇최저임금 급인상, 카페·편의점 알바만 득 봤다

최저임금 인상의 대표적인 수혜자는 카페 등 숙박·음식점업과 편의점 등 소매업 종사자다. 본지가 2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데이터(사업체노동력조사)를 활용해 4월 기준 상용근로자 1~30인 사업체의 임시·일용직 시간당 임금총액(전산업 동일기준)을 분석한 결과, 숙박·음식점의 시간당 임금총액은 올해 1만2545원으로 2014년(6387원) 대비 2배 가까이 올랐다. 숙박·음식점의 시간당 임금총액은 매년 최저임금 인상률에 준해 증가해왔다.

반면, 건설업의 시간당 임금총액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때는 직전 3년간 최저임금 누적 인상률이 20.6%였던 2012~2014년의 31.3%다. 최저임금이 누적 24.2% 올랐던 2015~2017년과 32.8% 올랐던 2018~2020년에는 각각 13.5%, 26.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률이 12.0%에 불과했던 2021~2023년 21.9% 증가했다. 조선업 등 기타운송장비제조업의 시간당 임금총액은 최저임금이 24.2% 올랐던 2015~2017년 3.0% 줄었다. 2016년 ‘수주절벽’의 여파다. 기타운송장비제조업은 최저임금보다 업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약해진 ‘임금 경쟁력’…3D 업종 떠나는 청년들

건설업, 기타운송장비제조업 등 3D 업종의 임금은 애초에 최저임금보다 높다. 높은 노동강도 때문이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도 제한적이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다른 업종들의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임금에서 3D 업종의 경쟁력 우위도 약해졌다.

숙박·음식점업의 경우, 건설업 대비 시간당 임금총액은 2014년 42.6%에 불과했으나, 2020년 50.5%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기타운송장비제조업 대비로는 46.9%에서 61.0%로 올랐다. 올해도 비슷하다. 숙박·음식점업의 상대적 임금수준이 높아졌단 건 건설업과 기타운송장비제조업의 상대적 임금수준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가성비 측면에서 매력이 떨어진 것이다.

건설업과 기타운송장비제조업 임금수준은 최저임금 대비로도 낮아지고 있다. 2014년 두 산업의 시간당 임금총액은 최저임금의 각각 2.9배, 2.6배였다. 올해엔 각각 2.7배, 2.2배다.

건설업과 조선업의 가성비 하락은 인력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는 3월 8일 발표한 ‘빈일자리 해소방안’에서 뿌리·조선 제조업을, 이달 12일 발표한 ‘2차 빈일자리 해소방안’에서 건설업을 지원업종으로 선정했다. 조선업에 대해 고용부는 “2023년 말까지 생산인력은 총 1만4000명 부족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업에 대해선 “고되고 위험한 근로환경 등에 따라 청년층 중심으로 취업 기피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상률 낮으면 ‘실질임금 감소’…중간은 없나

고율 인상의 반작용으로 최저임금 인상률을 낮추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가 가구 주소득원인 경우,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보다 낮은 인상률은 취약가구의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요구되는 교육·직능수준 대비 임금이 낮은 업종·직종의 임금 정체도 문제다.

관건은 적정수준을 어떻게 찾느냐다. 본지가 연간 최저임금 인상률과 소득 분위별(1~10분위) 가구소득 증가율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 인상률이 4~7% 수준일 때 노동시장 왜곡 없이 1분위(하위 10%) 소득도 안정적으로 증가했다. 7%를 넘어서면 소득이 감소했는데, 이는 고율 인상이 저숙련 일자리 감소나 수급 불균형을 초래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의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적정수준에 대한 논의는 없다.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후 35년간 4~7% 범위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이 결정된 건 8번뿐이다. 2018년 이후에는 최고 인상률 16.4%, 최저 인상률 1.5%로 연도별 인상률 편차가 극단적으로 커졌다. 그 결과로 노동시장 왜곡과 취약계층 소득 감소 중 어느 하나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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