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과 갈등 자초…2호 '꼼수탈당 방지' 명분도 약화
金, 공천룰 개정 시사…비명 "혁신위도 손 못댄다" 전운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20일 출범 한 달을 맞는 가운데, 유의미한 성과 없이 당내 분란만 야기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1호 혁신안인 '불체포특권 포기' 관철 과정에서 당이 '정당한 영장청구'라는 전제조건을 달았음에도 "내려놓기의 시작"이라는 호평을 내놓자 당내에선 혁신위에 대한 기대감을 접는 모습이다.
19일 민주당에 따르면,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전날(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이 정당한 영장청구에 대해서는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어 "(불체포특권은) 의원 개인 신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입법부가 정당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부당한 행정권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그런 의견을 밝힌 분들은 헌법적 의미를 여전히 강조하지만, 당에 대한 국민 기대 등을 고려해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헀다.
앞서 혁신위는 출범 사흘 만인 지난달 23일 불체포특권 포기·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 등을 골자로 하는 1호 혁신안을 발표했다. 다만 혁신안은 당의 미온적 태도와 일부 의원들의 반발에 한 달 가까이 공전했다. 이후 비명(非이재명)계 등 의원 31명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발표 등 당론 채택 요구가 거세지자 결국 의총에서 변형된 형태로 처리됐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반쪽 쇄신', '특권포기 쇼'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불체포특권 포기 전제로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조건을 단 데다,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도 사실상 거절했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변인은 "혁신위 제안 방식을 그대로 따르기는 어렵지만, 저희 의견을 존중해주지 않을까"라며 "중요한 것은 체포안이 왔을 때 처리 결과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더욱 논란이 된 것은 이러한 당의 혁신안 '조건부 수용'에 정작 혁신위가 "원칙적으로 불체포특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지", "혁신을 위한 내려놓기의 시작"이라고 추켜세운 것이다. 한 비명계 인사는 "이런 결정을 한 당도 그렇지만 민심과 거리가 있는 논평"이라며 "이런 것은 굳이 혁신위가 없어도 얼마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영장청구 정당성 여부를 본인들이 판단하겠다는 것은 특권 포기가 아니라 또 다른 특권 생성"이라며 "혁신위가 출범부터 '친명 일색' 등 잡음이 많았는데 더 객관적이고 제대로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러면 국민들이 보기에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혁신위가 스스로 의원들과 갈등 구도를 만들기도 했다. 서복경 혁신위원은 지난 6일 회의에서 각종 언행으로 논란에 휩싸인 당 중진의원들을 거명하며 공개 저격했고,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는 것은 부적절하다. 분열은 혁신 대상"이라고 언급해 친낙계의 반발을 자초했다.
혁신위의 2호 혁신안으로는 '꼼수 탈당 방지'가 거론된다. 다만 혁신위가 지난 7일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제명됐던 김홍걸 무소속 의원의 복당에 침묵한 만큼 명분 자체가 이미 약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이 '대의원제 폐지'를 포함한 공천 룰 개정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도 당내 주요 갈등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전재수 의원은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지금 특정 계파가 전적으로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혁신위도 (룰에) 손을 못 댄다"고 단언했다.
혁신위가 결국 비명계의 이 대표 공격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비명계 31명이 '불체포특권 포기한다', '체포동의안 와도 막아달라고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게 결국 누굴 향한 말이겠나"라며 "혁신위가 중도 해산할 수도 있지만, 끝까지 간다면 비명계는 '실패한 혁신위'라고 공격할 것이다. 의도와는 상관 없이 혁신위가 비명계의 무기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