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사태 이후 잠잠했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우려가 다시 수면으로 올라오고 있다. 규모가 131조 원을 넘어섰고, 연체율도 2%를 초과하는 등 곳곳에서 부실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이 국민의 힘 윤창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31조6000억원으로 3개월 만에 1조3000억 원 늘었다.
문제는 부동산시장 침체로 수익성 및 자금 회수 문제가 생긴 부동산 PF 사업장이 늘면서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올해 3월 말 기준 2.01%로 지난해 12월 말의 1.19%보다 0.82%p 급증했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020년 말 0.55%, 2021년 말에는 0.37%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권 전체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이 계속 늘고 연체율마저 2%를 넘었다"며 "언제든 기초체력이 약한 사업장에서 부실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업권별로 보면 지난해 12월 말과 비교해 올해 3월 말 부동산 PF 대출 잔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은행으로 2조2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어 증권도 8000억 원 증가했다. 반면, 보험과 저축은행은 각각 4000억 원, 여신전문금융사는 7000억 원 줄었다.
연체율이 문제다. 3월 말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5.88%다. 2020년 말 3.37%, 2021년 말 3.71%에 비해 10%p 넘게 급등하면서 현재 부동산 PF 부실이 임계치에 도달했다
올해 3월 말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각각 4.07%, 4.20%로 지난해 12월 말에 비해 각각 2.02%p와 1.99%p 증가해 증권사와 더불어 저축은행과 카드사, 캐피탈사 등도 상황이 좋지 않다.
다행인 점은 부동산 PF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은행의 건전성은 양호 하다는 점이다. 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0'이었고 보험사와 상호금융의 연체율도 각각 0.66%와 0.10%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부동산 PF 리스크에 총력 대응을 예고하면서도 '구조조정이 될 곳은 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공식·비공식 석상에서 부동산 PF 부실 위기의 재발 우려에 대해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일부 시공사나 건설사가 어려움에 직면하겠지만 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말 재가동한 PF 대주단 협약을 통해 부실 사업장에 대한 '옥석 가리기'를 진행 중이다.
협약이 적용된 부실·부실 우려 사업장은 모두 91곳으로 이 가운데 66곳에 대해 만기 연장, 신규 자금 지원 등 정상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9월에는 '부동산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 펀드'도 가동한다. 이를 위해 5개 운용사는 자산관리공사에서 각 펀드에 출자하는 1000억 원을 포함해 각각 2000억 원 이상의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