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숙제 ‘교권보호’…교사 극단선택에 “더는 방치 안 돼”

입력 2023-07-20 14:35 수정 2023-07-2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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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침해 소송 절반이 '아동학대'…여야, 교원 지위 향상법 등 발의
이주호 "교권침해 용납 안돼"…조희연 “관련 법제도 테이블 만들 것”

▲20일 오전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에 추모 화환들이 가득 놓여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이 학교 담임 교사 A씨가 학교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에 추모 화환들이 가득 놓여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이 학교 담임 교사 A씨가 학교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교육계의 해묵은 숙제 중 하나인 ‘교권 보호’가 다시금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내에서 저연차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다. 교육계에는 더 이상 교권 보호를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사 극단 선택'…학부모 악성 민원 다반사, 학교장 “의혹 관계없어”

20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교사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 추모 물결과 함께 교사 보호 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해당 교사가 학폭 업무를 맡았다는 등 다수의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해당 학교인 서이초등학교 교장은 입장문에서 "고인은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했다거나 특정 정치인 가족이 연루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관계없이 교직사회에서는 교사들의 열악한 업무 환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정당한 수업지도에도 일부 학생이 불만을 품고 민원·신고를 하거나 수업 방해, 폭행·욕설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교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서면 항의 또는 교장·교감 입회 의무화 등의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처럼 학부모가 교육현장에 무작정 찾아와 항의하는 시스템에선 교사들의 학부모 민원 업무 부담을 덜어줄 수가 없다는 지적에서다.

송수연 경기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다른 공공기관은 민원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지만, 학교는 1대 1로 민원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악성민원에 취약하다”며 “학교 차원에서 민원 창구를 만들어 운용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봐야 할 때”라고 했다.

“교권 보호 관련 법안 조속히 통과돼야”

교사들은 학부모에게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는 것도 우려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은 올해 접수된 교권 침해 소송 87건 중 51%인 44건이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한 경우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의 법안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국회에서는 여야 모두 교권 보호 등 교원지위 향상 위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송 위원장은 “여야 모두 관련 법안을 발의한 만큼 하루 속히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더 이상의 비극을 막아야 한다”며 “무엇보다 교권침해 사안이 발생했을 때 교장 등 학교 관리자, 교육지원청, 도교육청이 적극적으로 교사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교권 침해 대응 매뉴얼도 있는데…왜?, “현장 적용 ‘미흡’”

교육당국에서 교권 침해 관련 대응 매뉴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는 학교 현장에서 교육활동 침해 사례가 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지난해 12월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고시 개정 취지에 맞춰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을 개정해 2학기 개학에 맞춰 보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학부모의 교권 침해를 차단하거나 제재할 수단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총은 “교육부는 교권침해에 대응해 지도·제재·조치 방법을 명시한 장관 고시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도 “교육당국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안전하게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책임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열린 전국시도교육감 간담회에서 "고인과 유족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교권 보호는 교사의 인권을 넘어서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것으로, 교육활동에 대한 침해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도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교권을 바로 세우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위해, 교육부와 국회 교육위원회에 함께 법 제도적 정비를 위한 테이블을 만들 것”이라며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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