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은 왜 분노했나…바닥으로 떨어진 '교권', 회복은 어떻게 [이슈크래커]

입력 2023-07-20 16:00 수정 2023-08-2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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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내에서 20대 새내기 담임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교직 사회가 들끓고 있습니다. 불과 며칠 전에는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6학년 담임교사가 학생으로부터 폭행 당해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사실도 있었습니다. 또 얼마전 한 초등학생이 선생님에게 보낸 문자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의 데이트 모습을 보고 “뜨밤 보내세요” 등의 문자를 보낸 것인데요.

이 모든 것이 불과 일주일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교권 추락으로 선생님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는 뉴스를 종종 접하기는 했지만, 실제 현실은 훨씬 충격적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됐습니다.

실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 다르면 최근 6년간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를 상해·폭행한 사건이 1249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17년 116건이 발생한 후 2018년 172건, 2019년 248건으로 증가하다 코로나19 유행기간 잠시 줄었다가 지난해 361건으로 늘었습니다. 학교교권보호위원회에 오르는 건수는 실제 교권침해 사례의 극히 일부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교권 추락 실상이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교원단체에서는 더 떨어질 곳이 없는 교권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회가 법 개정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문제행동을 했을 때 교육당국에서 ‘이렇게 처리한다’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안타까운 죽음에…추모 발길 이어지는 초등학교

18일 오전 이 학교 교사 A씨가 학교 교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인에 대해서는 각종 의혹이 불거진 상태입니다. 19일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제보에 따르면 지난주 고인이 맡았던 학급에서 학생끼리 폭력 사안이 발생했다. B학생이 C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긁었고 C학생의 학부모가 교무실에 찾아와 ‘교사 자격이 없다’며 강하게 항의했다”고 전했는데요. 같은 날 교사노동조합연맹도 성명서를 내 “A교사는 1학년 담임 및 학폭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학교폭력 사건이 (사망의) 주요 원인이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SNS상에서 유포되고 있다”며 “교육당국과 경찰당국에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수사를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교육계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학부모의 민원으로 담임 교사가 두 번 교체됐고 새로 담임을 맡게 된 신규교사 A씨가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면서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해당 초등학교는 입장문과 가정통신문을 통해 “선생님 사망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사실 확인 없이 떠돌고 있다. 담임 교체 사실이 없고 학교폭력 업무도 아니었다”면서 “해당 학급에서는 올해 학교폭력 신고 사안이 없었다. SNS에서 거론되는 정치인의 가족도 이 학급에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죽음에 동료 교사들은 분노했습니다. 이에 전국의 초등학교 교사들은 20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에 국화꽃과 촛불을 들고 모여 추모 문화제를 연다고 합니다. 추모 문화제에 참여하는 교사들은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포스트잇에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는 메시지를 적어 해당 학교 정문 앞에 붙인다는 계획입니다.

▲20일 오전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에 추모메시지가 써붙어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에 추모메시지가 써붙어 있다. (연합뉴스)
초6이 교실서 선생님 폭행, 교육청 대응도 문제

이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가 남학생으로부터 여러 학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폭행을 당한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담임교사는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는데요. 특수반 수업을 듣던 학급 제자인 학생은 상담 대신 체육 수업에 참여하고 싶다고 해 설득 중이었던 교사를 폭행했는데요. 교사는 이전에도 폭행을 당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다고 합니다. 전치 3주의 상해와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아 현재 학교에 출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학생 측은 경계성 지능에 해당하고 교사가 차별하고 혼내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제는 해당 학교가 사건이 발생한 지 20일이 지나서야 학교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를 여는 등 대응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는 점입니다. 통상 교보위가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 열리지만 이번에는 이보다 늦게 개최된 것입니다. 교육부 교육활동보호매뉴얼에 따르면 교보위는 사건 신고를 받은 날로부터 21일 이내 열리는 것이 원칙이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입니다. 이를 두고 교사노조는 학교측과 교육청이 피해 교사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반발했고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3000명이 넘는 교사들이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20일 오전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에 추모 화환들이 가득 놓여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에 추모 화환들이 가득 놓여 있다. (연합뉴스)
학생·학부모에 폭행 당하는 선생님…‘교권추락’ 대책 마련은

미성년과 긴밀히 접촉하는 교육현장의 특성상 교사와 교육공무원 개인이 가슴앓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에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권과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교육청의 적극적 보호조치와 법적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교육계 등에 따르면 교권 침해를 막기 위해 ‘교권이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이 마련돼 있지만 학부모의 교권 침해를 차단하거나 제재할 수단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교원지위법에는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학생에 대해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처분 등 1~7호의 제재 조치가 명시돼 있지만 학부모 등 학교 밖 외부인의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대한 조항은 두루뭉술해 교원지위법으로 이들의 침해행위를 막거나 제재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교원지위법 제15조에는 ‘관할청(시도교육청)은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피해를 본 교원이 요청하는 경우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관계 법률의 형사처벌규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관할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한다’고 의무조항으로 명시돼 있지만 실제 고발까지 진행된 사례는 매우 적습니다.

교총에 따르면 교사가 학생 또는 학부모를 형사고발 한 사례는 2020년 38건, 2021년 1학기 기준 23건에 불과합니다. 교육부가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총 2269건이었는데 학생의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2098건, 학부모의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171건이었습니다. 전체 2269건 중 형사고발이 가능한 상해폭행(239건) 모욕·명예훼손(1271건) 협박(79건) 성폭력(66건)등의 교육활동 침해 사안 중 실제 형사고발이 이뤄진 비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한 셈입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초등교사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 애도를 표하며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법적 근거를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이 부총리는 “교육활동 침해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법적으로 충분히 보장돼 균형 잡힌 교육 현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교육부와 함께 교육감님들께서 조속한 법안 통과를 위해 뜻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언급했는데요. 현재 국회에는 학생의 중대한 교권 침해에 대한 조치 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하는 등의 교원지위법 개정안 10개가 계류 중입니다. 법령과 학칙에 따른 학생생활지도는 아동학대범죄로 보지 않는다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습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교사의 권리를 좀 더 보호할 수 있는, 교권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책적으로 선생님들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임이랑 변호사는 YTN에 출연해 “예를 들어 지금 학교에서 어떤 학생이 교사 지도에 불응하면 선생님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 아이를 세게 지도하면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하기 때문”이라며 “어떤 문제행동을 했을 때 이렇게 처리한다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면 분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에 교육당국에서 더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주셔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교권과 학생 인권은 서로를 존중할 때 함께 높아질 수 있습니다. 두 집단이 상생하고 행복한 세상을 위해서 학부모와 교사 그리고 같은 반 학생들도 함께 존중받을 수 있도록 교육당국의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입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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