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도 손 놨다는 이 회사…에코프로 주가, 다음달 11일을 주목하라?[이슈크래커]

입력 2023-07-2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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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가 전 거래일 대비 11.91% 오른 111만8000원으로 거래를 마감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전광판에 에코프로 종가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에코프로가 전 거래일 대비 11.91% 오른 111만8000원으로 거래를 마감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전광판에 에코프로 종가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16년 만에 코스닥 시장에 ‘황제주’가 탄생했습니다. 올해 900% 넘게 폭등한 ‘에코프로’ 이야깁니다.

황제주는 주당 100만 원이 넘는 주식을 말하는데요. 올 초 10만 원 수준이던 에코프로의 주가는 불과 6개월 만에 10배나 올랐습니다. 이달 10일에는 처음으로 100만 원을 돌파하며 황제주 반열에 발을 디뎠고, 18일에는 장 중 114만8000원까지 오르며 황제주에 안착했습니다. 이날 한때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도 제치고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자회사 에코프로비엠 주가도 17%가량 올랐는데요. 이에 힘입어 이날 코스닥 지수는 1.76% 상승한 914.14에 마감하면서 지난해 4월 이후 3개월 만에 900선을 돌파했습니다. 에코프로 형제가 코스닥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모습이었죠.

올해 상반기 개인 투자자들은 에코프로를 1조9000억가량 순매수했습니다. 같은 기간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은 각각 8300억 원, 8400억 원씩 순매도했는데요. 연기금, 투신, 사모펀드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도 모두 주식을 팔았습니다. 두 종목에 공매도가 집중됐지만, 주가는 계속 상승했죠. 대량의 공매도가 몰린 만큼 이를 환매수 하는 ‘숏커버링’ 현상으로 주가가 올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개미들이 공매도와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환호가 나오고 있습니다. 수익률 인증 글도 잇따라 게재되고 있는데요. 2020년부터 에코프로를 들고 있었다는 한 투자자는 무려 3000%에 달하는 수익률을 자랑해 화제를 빚기도 했습니다.

반면 땅을 치고 후회하는 개인 투자자들도 눈에 띕니다. 에코프로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투자자들은 “‘벼락 거지’가 됐다”며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죠.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하냐”면서 고민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은데요. 에코프로의 전망에 대해선 말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에코프로비엠 포항사업장. (연합뉴스)
▲에코프로비엠 포항사업장. (연합뉴스)
청소기 부품 회사로 시작…양극재 기술로 2차전지 시장 잡았다

에코프로는 1998년 설립된 회사입니다. 처음엔 전동 공구, 무선 청소기 부품에 필요한 2차전지 사업으로 시작했는데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사업을 확장해나갔습니다. 2007년엔 제일모직으로부터 양극활물질 설비와 사업권을 인수했습니다.

에코프로는 원천기술이 중요한 양극재 시장에 일찌감치 진입해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해놓았다는 평을 받습니다. 양극재는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 원가의 35%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이자, 배터리 용량과 평균 전압을 결정하는 요소입니다. 에코프로비엠은 2008년 국내 최초로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한 바 있죠. 2차전지에 들어가는 하이니켈 양극재 제조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이니켈 양극재는 니켈 함량 80% 이상인 양극재를 일컫는데요. 니켈 함량이 높아질수록 배터리 용량을 키울 수 있지만, 불안정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니켈 함량을 안전하게 높이는 게 관건입니다. 이에 국내엔 하이니켈을 생산하는 곳이 많지도 않습니다. LG화학,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엘엔에프 정도를 꼽을 수 있죠.

에코프로비엠은 2013년엔 하이니켈계 양극소재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 NCA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높여왔습니다. 에코프로비엠의 하이니켈 양극재는 2014년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에 채택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전기차 ‘붐’이 불면서 2차전지 수요가 급증, 훈풍까지 탔는데요. 국내 대기업과 납품 계약을 맺으면서 회사도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2020년엔 삼성SDI와 합작법인 에코프로이엠을 설립, 단독으로 양급재를 공급했습니다. 경북 포항에 2021년 CAM6 공장(연산 3만6000t), 2022년 10월 CAM7 공장(연산 5만4000t)을 준공했습니다.

SK온과는 2021년 10조 원의 양급재 공급 장기계약을 맺었습니다. 지난해 7월엔 미국 포드까지 세 회사가 모여서 북미에서 양극재 생산 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1조 원 규모의 투자의향서를 체결했죠. 소재-부품-완제품으로 이어지는 밸류 체인 구축으로 공급망을 만들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로 한 건데요. 에코프로비엠은 후속 조치로 올해 5월 캐나다 2차전지 소재기업 ‘에코캠’ 지분 100%를 1563억 원에 취득했습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용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용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향후 주가 어떨까…증권가 “예상 뛰어넘은 지 오래”

호재가 이어지면서 에코프로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왔습니다. 특히 이달 들어서만 50% 가까이 급등했죠. 이에 개인 투자자들은 향후 주가 전망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요.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생각해 추가 매수하는 숏 스퀴즈 현상과 2차전지 부문 훈풍이 불면서 에코프로 역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동시에 현재 주가는 고평가돼 있어 조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죠 .

5월 삼성증권, 하나증권 등은 에코프로의 주가를 두고 단기 과열됐다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한 바 있습니다. 유진투자증권도 ‘매도’로 투자의견을 하향했는데요.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의 미래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나, 주가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미래 이익을 반영해서 당분간 이를 검증할 기간이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주가는 잠시 주춤하는 듯했지만, 결국엔 다시 전고점을 넘어서면서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이에 증권사 투자의견을 참고해왔던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거센 비판이 나오기도 했죠.

에코프로 주가는 기관들이 예측한 범위를 한참 벗어난 지 오래입니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에코프로의 평균 목표주가는 42만 원대인데요. 현재 주가의 절반에조차 미치지 못합니다. 목표주가는 증권사가 향후 6개월∼1년 안에 해당 종목의 주가가 어느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적정한지를 평가해 산출한 값입니다. 통상 목표주가가 실제 주가보다 낮으면 현재 주가가 과대 평가돼 있다는 뜻으로 풀이되는데, 에코프로는 궤를 달리합니다. 시장 관심에 비해 보고서 발간 횟수도 미미한 편인데요. 이는 에코프로가 사업회사가 아닌 지주회사이고, 증권사에 지주사를 담당하는 연구원들이 많지 않은 탓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증권가가 사실상 전망을 ‘포기’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에코프로는 이제 예측은 물론 설명도 불가능한 영역”이라며 “개인의 낙관적인 매수세에 기댄 측면이 커 (매도 투자의견을 제시한다면) 리서치센터로서도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기업 펀더멘털(기초여건)과는 별개로 현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된 상황이라 합당한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추가 상승·조정 요인은?…“MSCI 편입 기대”

20일 에코프로는 3.04% 내린 108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이는 테슬라의 2분기 실적 발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올해 2분기 매출이 249억3000만 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사상 최대 분기 매출입니다. 시장 전망치(244억 달러)도 웃돌았고, 순이익은 27억300만 달러로 20% 늘었죠.

그러나 2분기 영업이익률은 9.6%로 전년 동기(14.6%) 대비 5%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전 분기(11.4%) 대비로도 떨어졌는데, 테슬라의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건 2021년 1분기 이후 2년여 만입니다. 다소 실망스러운 실적에 테슬라의 주가는 시간 외에서 4% 이상 하락했죠. 이에 에코프로를 비롯한 국내 2차전지주 전반이 약세를 기록한 겁니다.

에코프로비엠은 약세를 보였다가 전장 대비 0.42% 오른 36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요. 전날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회사 측은 장 마감 뒤 해명 공시를 통해 이를 부인했습니다. 이에 투자 심리도 냉각돼 개장 직후 6.37% 하락한 33만8000원까지 떨어졌으나, 저가에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리며 강보합권에 들어섰습니다. 장 중 최고 36만6000원까지 오르며 또다시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죠.

에코프로가 주춤했지만, 2차전지 열풍의 약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에서는 에코프로의 추가 상승 요인으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편입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기도 합니다. 다음 달 11일 MSCI 한국지수 구성종목 정기 변경이 예정돼 있는데, 증권가에서는 에코프로의 편입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죠. 삼성증권, 유진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모두 MSCI 지수 편입을 전망하고 있는데요. MSCI 한국 지수에 편입된다면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ETF(상장지수펀드)를 통해 패시브 자금이 유입돼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MSCI 지수 편입 이후 오히려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어 무분별한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실제로 과거 SK바이오사이언스, 씨젠, 신풍제약은 MSCI 편입 발표일까지 주가가 급등했지만, 발표 이후 주가가 크게 빠진 바 있습니다.

8월 MSCI 한국 지수 리뷰는 다음 달 11일 발표할 예정이지만, 리밸런싱(재조정)은 다음 달 31일 종가에 진행되고 9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합니다. 에코프로의 주가 향방에 대해선 말이 엇갈리고, 여전히 과열 경고가 나오는 만큼 투자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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