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래 칼럼]제헌절 위상추락은 헌법파괴의 증표

입력 2023-07-25 05:00 수정 2023-07-2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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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틀 마련…걸맞게 기념해야
정치적 득실로 위헌적 주장 난무
헌법 훼괴는 전체주의로 가는 길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는 헌법으로 유지하는 것이므로 헌법 제정일인 제헌절의 위상과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렇지만 사회 곳곳에서 헌법 부정과 왜곡 및 자의적 해석 등이 난무한다.

어릴 적 배운 4대 국경일은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로 모두 공휴일이었으나, 2005년 유독 제헌절만이 공휴일에서 빠지고 이어 새로 국경일이 된 한글날이 2012년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공휴일이어야 헌법을 존중하는 마음이 생긴다거나 한글날이 다른 기념일만큼 중요하지 않다거나 하는 뜻이 아니다. 한글은 우리 역사문화는 물론 인류 문명사적으로 중요한 만큼 한글날을 중시하는 데 이의는 없다.

하지만 국경일 중 유독 제헌절을 공휴일에서 빼자는 생각이 국가정체성을 확인할 최고 규범인 헌법을 부정하는 생각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인다. 더구나 사회적 변화와 시대적 요구에 따라 공휴일이 증가한 사실에 비추어도 제헌절만을 공휴일에서 제외한 것은 헌법의 중대성에 비추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2021년 7월에는 아예 공휴일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이를 법으로 명문화시켜 버렸다. 게다가 제헌절 기념행사를 범국가적 차원이 아닌 국회 차원으로 축소해 버렸다. 헌법 제정은 단순한 국회 입법사항이 아니라 국가의 기틀과 국정 운영 절차를 마련하는 역사적으로 중대한 사안이므로 걸맞게 조치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정체성을 훼괴(毁壞)하려는 세력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광복절이 건국절이라는 사실을 애써 외면·부정하려는 세력은 1945년 광복만을 앞세워 1948년 제헌과 건국을 부정하려고 한다. 컴퓨터 아래한글 프로그램에 ‘일제시대’를 치면 ‘일제강점기’로 강제 전환된다. 이는 결코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들은 한반도의 남반부는 일제강점기에서 여전히 ‘미제강점기’로 남아 있다고 주장하여 1945년 광복만 인정하고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에서조차 헌법정신이 실종된다. 국회의원 수 증감이나 교육감선출 광역단체장 러닝메이트 방식 도입의 주장을 들 수 있다. 국회의원 수를 200인 이상이라고 규정한 헌법 제41조 2항은 200∼299명의 의원 정수를 말한다. 이를 수학적으로 해석하면 국회의원 정수는 3000명, 3만 명도 가능하다. 국회 무용론에서 100명 축소주장이나 반대로 비례대표를 늘려 300명 이상으로 하자는 주장을 포함해 현행 300명도 정확하게 말하자면 위헌이다.

그리고 교육감 러닝메이트 방식도 헌법 제31조 4항 교육의 정치적 중립 위반인 위헌이다. 헌법 제40조 입법권을 근거로 하여 국회 선거구제 획정과 국회의원 징계 결정 주체를 이해당사자인 국회의원으로 해야 하는 것도 헌법 제46조 정신을 제대로 반영했는지도 의문이다. 고양이가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꼴이다.

헌법 제4조의 평화통일에 관한 기이한 해석도 있다. 현 정부의 통일정책이 냉전적 사고라고 맹비난한 전직 대통령과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이기는 전쟁보다 낫다’는 제1야당 대표의 발언이 놀라울 뿐이다. 핵 개발에 전념하는 북한은 여전히 적화야욕의 냉전적 사고에 머물러 있는 집단이다. 냉혹한 국제질서에서 평화는 평화적 수단에 의하여 보장되지 않는다. 우리 헌법은 평화적 통일정책을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하여’ 수립·추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려면 자유민주주의 헌법 질서를 수호할 강력한 억제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통일문제를 ‘전쟁이냐 평화냐’ 하는 유치한 단순 이분법에 맡길 문제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는 절차적 원리를 존중하는 헌법 체제다. 헌법정신 부정과 폄하는 적지 않은 민주화 세력에 의하여 헌정질서를 절차적 원리로 보지 않는 데서 자행된다. 암울했던 1970∼1980년대 민주화 세력의 공을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그들의 일부는 자신들의 ‘민주화’가 헌법 가치를 초월한다는 그릇된 교의에 빠져있다. 이러한 그들의 초헌법적 행태는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한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고 대한민국 국기(國基)를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자유민주적 헌법을 부정하는 자칭 ‘민주화’ 세력은 자유와 번영 대신에 국민을 노예로 만드는, 민주주의를 가장한 전체주의를 추종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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