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전반의 활력도 함게 떨어져
정년연장등 현실적 대응 찾아야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열세 살 딸은 억울해 했지만, 쉰하나 부인은 사십대로의 회귀를 좋아했다. 몇 년 전부터 나이가 헷갈리기 시작한 나도 싫지 않다.
요즘 유독 젊어지는 착시를 만드는 나이 관련 얘기꺼리가 더 많이 들린다.
얼마 전 지인과 나눈 18~65세 청년 ‘설(說)’도 이에 해당한다. 부모세대 나이와 비교하면 ‘곱하기 0.7’을 해야 요즘 나이라는 얘기와도 비슷하다.
가설대로면 기자도 10년 이상은 더 청년이다.
근데 마냥 뿌듯하지는 않다. 그만큼 더 밥 벌이를 해야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기준 한국 중위연령은 45.6세다. 한 세대 전인 1995년은 29.3세다. 0.7곱하기 법칙에 부합한다. 2050년은 57.9세, 2070년은 62.2세다. 있는 그대로 60세 청년이다.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의 싱크탱크인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통계청 연령별 취업자 수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취업자 평균 나이를 발표했다. 지난해 기준 46.8세다. 2050년은 53.7세에 이른다. 중위연령 변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침에 본 시가총액 기준 20대 주요 상장사 분석 기사도 마찬가지다.
전체 임직원에서 20대 직원 수는 2020년 16만582명(28.94%), 2021년 14만8939명(26.86%), 지난해 13만 9843명(25.07%)으로 매년 감소했다. 반면 50대 직원은 2020년 6만4002명에서 2021년 6만5807명, 지난해 6만8437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3년 간 전체 임직원 수는 큰 변동이 없었다. 특히 삼성전자 20대 직원 비중은 2017년 53.6%에서 지난해 30.8%로 줄었다.
말 그대로 기업이 늙고 있다.
기업 고령화는 대기업의 신입사원 공채 축소, 2030세대의 창업 선호 등도 요인이지만, 근본은 당연히 출산감소와 맞물린 인구구조의 변화에 있다.
10여 년 전부터 ‘70년 전후 출생자는 일찍 집에 가는 마지막 세대가 되던가, 늦게 집에 가는 첫 세대가 될 것’이라는 말을 하고 다녔다. ‘사오정, 오륙도’가 회자되던 시기다. 100만명에 달했던 70년 초반과 그 이후 신생아 추이를 보면 당연했던 추론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그런데 변하지 않은게 있다.
연차와 직급이 올랐는데도 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 친구들도 대리나 과장때 하던 업무에서 크게 변화가 없다고 한다. 십여 년의 시간 속에 일은 익숙해졌고, 그만큼 새로운 고민은 적다. 창의와 혁신도 당연히 없다.
기업의 고령화가 활력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지적은 현실이 됐다.기업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활력도 떨어졌다. 이대로는 공멸이다.
근본 해결책은 출생률 제고다. 물론 그동안 정부도 온갖 방안을 마련했지만, 백약이 무효다. 쉽지 않은 문제다.
실행 가능한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고령화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효율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
최근 수면 위로 부상하기 시작한 정년연장, 퇴직후 재고용, 외국인력 도입 확대 등이 현실을 반영한 답에 가깝다.
물론 세대 간 일자리 뺏기나, 세대 갈라치기 이슈로 선거철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추진 과정의 크고 작은 반대는 어차피 지나야 할 길이다.
늙어가는 기업, 고용 형태의 새로운 고민은 가까운 미래도 아닌 현재형이다. 그나마 거동 가능할 때 뭐라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