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 과감한 지원과 혁신으로 첨단산업 밀어줘야

입력 2023-07-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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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가 어제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제도개선 건의서’를 정부에 전달했다. 더욱 과감하고 신속한 세액공제 등 정책지원과 규제혁신이 필요하다는 시장의 애타는 목소리를 전한 것이다. 건의서는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 미래차, 로봇 등 6대 첨단산업 기업 25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됐다고 한다.

단연 눈에 띄는 건의의 하나는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와 관련해 다이렉트 페이(Direct Pay·세액공제 직접환급) 도입을 촉구한 내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익이 발생해야 비로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이는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설혹 전도양양한 첨단산업이라 해도 이익 실현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경쟁국들은 달리 접근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환급하는 틀을 마련했고, 캐나다도 청정기술 설비투자액을 환급 가능한 세액공제로 지원토록 했다. 유럽연합(EU) 역시 기업투자에 대해 현금성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 생산시설 투자에 대한 보조금 신설 건의도 주목된다. 현재 용수·전력·도로 등 기반시설 일부에 대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론 다양한 방식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미국·일본·중국 등의 경쟁기업과 당당히 겨룰 환경이 조성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건의서는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이차전지)에 대한 분리소유권 인정 등을 포함해 다른 핵심 분야에서도 폭넓은 법제도·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첨단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국가대항전으로 전개된 지 이미 오래됐다. 정부와 기업이 원팀을 이뤄서 한발이라도 앞서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피해 사례도 수두룩하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가 그제 내놓은 자료를 보면 현대·기아차의 올해 상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7.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포인트 하락했다. IRA에 따른 보조금 지급 배제 불이익을 받은 사례다. 미국 전기차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54.8% 커졌지만 그 반사이익은 주로 미국계 기업에 돌아갔다. 미국 정부와 관련 기업이 원팀으로 뛰어 배타적으로 과실을 챙겼다는 뜻이다.

이런 추세를 좌시하면 현재 첨단 기술 경쟁력을 자랑하는 우리 대표기업들조차 비단 미국 시장에서만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설 자리를 잃게 마련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 시장점유율은 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두 단계 뒷걸음질한 결과다.

K-반도체도 마찬가지다. 한발만 헛디디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세계적 경쟁력을 인정받는 K-반도체·전기차가 이런 처지라면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에 해당하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다른 분야는 두말할 것도 없다. 대한상의 측은 거듭 ‘과감한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귀를 씻고 경청해야 한다. 빠른 행동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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