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선 ‘저승사자’ 尹정부선 ‘조력자’…냉온탕 오가는 공정위 위상 [공무원 수난시대③]

입력 2023-07-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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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3-07-25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이투데이DB)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이투데이DB)

文정부 '기업집단국' 부활에 기업 울상…現정부, 규제완화 위해 조직 축소
플랫폼 규제도 前-現 정부 온도차…"온플법 필요"vs"자율규제로 충분"
정책기조 변화에 직원 반응 엇갈려…일관적 정책 추진 바람은 공통점

정권 성향에 따라 정책기조 변화가 확연하게 나타나는 부처로 공정거래위원회를 빼놓을 수 없다. 기업을 바라보는 정부 시선에 따라 공정위 역할은 물론 위상까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진보 정권에선 공정위가 경제 민주화를 위한 재벌개혁을 선도하는 핵심 부처로 기업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지만 보수 정권에선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 활동의 활력 제고를 지원하는 조력자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다.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위 기업집단국 조직 변화에서 잘 드러난다. 25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9월 공정위는 재벌그룹의 총수 일가 사익편취 등을 전담 조사하는 기업집단국을 한시 조직으로 신설했다. 이는 당시 재벌개혁을 주창해온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 주도로 이뤄졌다.

기업집단국은 김대중 정부 때 설립된 공정위 조사국 부활을 의미하는 것으로 재계 안팎에서는 "‘대기업 저승사자’가 돌아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공정위가 ‘경제 검찰’ 이미지를 각인 시키는 계기가 됐다.

조성욱 전 공정거래위원장 재임 시기인 2021년 5월에는 기업집단국이 한시 조직에서 정식 조직으로 전환됐다. 당시 조 전 위원장은 “정규 조직화를 통해 마련된 안정적인 집행 체계를 토대로 대기업집단 소유·지배구조 개선과 부당 내부거래 근절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문재정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 중 하나인 공정경제 추진에 힘이 실린 것이다.

1년 뒤인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정위 기업집단국 조직은 축소·재편됐다. 대기업집단 소속 지주회사를 감시·규제하는 기업집단국 내 지주회사과를 폐지하고, 해당과 정원 11명 중 6명을 감축했다. 나머지 5명은 지주회사팀을 신설해 지주회사 정책 업무를 맡기고, 지주회사 제도 위반행위 조사는 기업집단국 내 다른 과들이 분담토록 했다.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혁파하고, 기업부담을 덜어주는 합리적 제도 운용을 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기조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다만 당시 일각에선 지주회사 전담 부서 폐지로 공정위의 대기업 지주회사의 위법 행위 감시 기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조성욱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2020년 9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의 취지와 방향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조성욱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2020년 9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의 취지와 방향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가파른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업체에 대한 규제 방향도 전 정부와 현 정부 간 온도차를 보인다. 전 정부의 조성욱 전 공정위원장은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하 온플법)’ 제정 추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온플법은 네이버·카카오·쿠팡·구글·애플 등 거대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 업체의 입점업체에 대한 갑질 행위를 판단하는 제재 기준 등을 담고 있다. 플랫폼 업체와 입점업체 간 거래 관계 투명화를 위해 플랫폼 사업자에 계약서 작성·교부를 의무화하고, 입점업체에 상품이나 서비스가 어떤 순서로 노출되는지 밝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그러나 전 정부 임기 만료 때까지도 온플법 입법화에 진척은 없었다. 당시 비슷한 규제 법안 입법화를 추진하던 방송통신위원회뿐 아니라 공정위도 규제 기관이 되면 중복 규제로 기업들이 큰 부담을 안게 된다는 우려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올해 5월 11일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플랫폼 자율기구 자율 규제 방안 발표회'에 참석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맨 앞줄 가운데)과 플랫폼 업체 관계자 등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공정거래위원회)
▲올해 5월 11일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플랫폼 자율기구 자율 규제 방안 발표회'에 참석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맨 앞줄 가운데)과 플랫폼 업체 관계자 등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공정거래위원회)

윤석열 정부의 공정위는 온플법 제정안 폐기 방침을 정한 상태다. 플랫폼 업체와 입점업체 간 갑을 분야에 대해서는 법·제도적 장치(온플법)를 도입하기보다는 우선 시장 중심의 자율규제 도입이 효과적이란 판단에서다. 현재 정부는 민간 자율규제기구를 구성해 플랫폼·소상공인·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자율규제 방안을 논의하는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를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배달앱 입점업체 수수료 부담 완화 등의 성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정권 성향에 따른 공정위 정책 기조 변화에 직원들 사이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공정위 한 직원은 “전 정부에선 재벌개혁 등 공정경제를 전담하면서 당시 국민들에게 공정위의 역할을 각인시킬 수 있었다”며 “전 정부에서 부각된 경제 검찰이란 위상이 정권교체로 크게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직원은 “지난 정부의 공정위는 기업을 옥죄는 이미지가 강했다”면서 “담합 등의 불공정행위를 제재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해소해 자유로운 시장경제가 잘 작동시킨 것이 공정위 본연의 역할로 현 정부의 정책기조가 공정위에 부합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정부가 진보 정권으로 바뀌던, 보수 정권으로 바뀌던 주요 정책 추진이 어느 정도 일관성 있게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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