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카드사]벼랑 끝 서자 고객 혜택부터 줄줄이 축소

입력 2023-07-25 18:00 수정 2023-07-2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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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자금조달 가시밭길…무이자할부 단축, 서비스 중단

높아진 금리에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카드사들이 소비자 혜택을 잇따라 줄이고 있다. 연회비보다 혜택이 큰 일명 ‘혜자카드’들을 줄줄이 단종시키고 비싼 물건을 이자 없이 분할해서 살 수 있는 ‘무이자 할부’도 없애는 추세다. 수익성에 타격을 입은 카드사들이 가장 쉬운 방법인 소비자 혜택 축소로 ‘긴축 전략’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다음달 1일부터 쇼핑케어상품 홈플러스(온라인몰) 할인권 사용 가능 이용금액을 기존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신한카드 역시 기존 3만 원 이상 구매시 제공되던 할인권을 5만 원 구매시 제공으로 상향 변경했다. 신한카드는 이달부터 요양병원 이용료 카드 자동 납부 서비스도 종료했다. 수익성 저조로 인해 해당 서비스를 중단 및 조정한 것으로 이같은 소비자 혜택 축소는 줄줄이 이어지는 추세다.

대표적인 것이 무이자 할부 단축이다. 최대 6~12개월 무이자할부를 진행했던 카드사들은 2~3개월로 할인 개월 수를 대폭 줄였다. 극히 일부 카드사만 병원이나 학원 등 생활밀착업종에 5~6개월을 열어놓은 게 전부다.

혜자카드들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혜자 카드는 배우 김혜자를 모델로 내세운 한 편의점 도시락이 가격에 비해 푸짐했던 것에서 유래한 말로 소비자 혜택이 많은 신용카드를 뜻한다. 카드사들이 업황 악화 속 실적에 타격을 입으면서 고객 혜택을 제공하는 비용이 많이 드는 카드들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선 영향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8개 전업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BC)에서 단종된 카드는 총 159개다. 신용카드 139개, 체크카드 20개의 신규 가입이 중단됐다. 이는 지난해 단종된 116개(신용카드 79개·체크카드 37개)를 뛰어넘은 수치다. 신한카드는 이달 21일부터 ‘신한카드 욜로 테이스티(YOLO Tasty)’ 계열 카드 갱신 및 발급을 중단했다. 욜로 테이스티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권을 구매하고 이를 현금화하는 방식인 ‘상테크(상품권을 이용해 생활비를 절약하거나 차액을 얻는 재테크)’로 인기를 끌었던 상품이다.

연회비에 비해 혜택이 많은 신한카드 ‘더 레이디 클래식’, KB국민카드 ‘탄탄대로’시리즈, 현대카드 ‘제로 모바일 에디션2’, 우리카드 ‘T라이트 카드의 정석’, 롯데카드 ‘인터파크 벨리곰 카드’ 등 알짜카드도 최근 줄줄이 신규 발급이 중단됐다.

카드사들이 비판 여론에도 불구,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것은 조달금리 상승로 인한 비용 증가와 실적 악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1분기 8개 카드사의 순이익은 5841억 원으로 전년 동기(8077억 원) 대비 27.68% 감소했다. 연체율은 급등하고 있는 데다 대손충당금 적립도 증가해 고객 혜택을 줄여서라도 수익성 관리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카드업계는 부가서비스 관련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카드사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부가서비스 출시 후 3년간 축소 및 변경이 불가능하도록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업 매출 감소 및 이자 부담 증가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소비자 혜택을 갈수록 줄이고 있다“며 “카드사 입장에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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